[브레인 리포트] 3월만 되면 왜 아플까?

[브레인 리포트] 3월만 되면 왜 아플까?

신경과학이 밝힌 ‘새 학기 증후군’의 원인과 ‘시너지 마인드셋’의 효과


계절이 바뀌면 우리 몸도 적응하느라 바쁘다. 그중에서도 3월은 학생에게나 성인에게나 뇌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다. 새 학년, 새 친구, 새 부서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소화가 잘 안되고, 머리가 띵하고, 잠도 잘 안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증상을 ‘새학기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를 겪는 사람들은 보통 ‘내가 너무 예민한가?’,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하고 겁이 많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새학기증후군’은 우리 뇌의 정상적 반응이다.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매우 아끼는 구두쇠다. 집이나 학교 같은 익숙한 공간에서는 뇌를 별로 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완한 상태로 지낸다. 하지만 3월의 낯선 교실은 다르다. 뇌는 새로운 친구들의 얼굴, 선생님의 말투, 바뀐 수업 시간표를 입력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새학기증후군’은 마치 스마트폰에서 무거운 게임을 돌리면 배터리가 빨리 닳고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새학기증후군’은 뇌의 필연적 반응

계절의 변화는 인간의 생체 리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3월은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맞물려 뇌에 가장 가혹한 부하를 거는 시기다. 학생들에게는 새 학년과 새 친구, 직장인들에게는 부서 이동과 새로 주어진 핵심성과지표,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이사나 이직 같은 거주 환경의 변화가 집중된다.

이 시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복통, 두통, 수면 장애, 무력감 등 소위 ‘새학기증후군(New Semester Syndrome)’이라 불리는 증상들은 의학적 질병 코드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명백한 생리적 실체를 가진다. 

우리는 흔히 이를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이나 기질적 예민함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적응하는데 왜 나만 이럴까?’라는 자책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최신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신체화 증상은 ‘유난’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뇌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이미 구축된 신경 회로를 사용하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정보를 처리한다. 

이를 ‘자동화된 처리’라 한다. 반면, 3월의 낯선 환경은 이 자동화 시스템을 멈추게 한다. 뇌는 시시각각 입력되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정하며,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포도당과 산소를 소모한다.
 

‘예측 기계’인 뇌의 정보 탐색 욕구

현대 신경과학의 가장 유력한 이론 중 하나인 ‘예측 처리’ 이론에 따르면, 뇌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예측 기계’이다. 뇌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며, 이를 위해 뇌는 끊임없이 다음 순간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익숙한 환경에서 뇌의 예측은 대부분 적중한다. 따라서 예측 오류가 발생하지 않고, 편도체와 같은 경보 시스템은 잠잠하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낯선 공간의 분위기, 처음 만난 상사의 표정, 익숙하지 않은 업무는 뇌의 기존 예측 모델과 충돌한다.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예측 오류 신호’가 바로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의 정체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뇌에 단순히 부정적인 스트레스 반응만을 유발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뇌가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태세를 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21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팀은 불확실성과 뇌의 반응에 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1] 연구팀은 영장류의 뇌 전대상피질(ACC)을 정밀 분석한 결과, 보상이 확실할 때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서 유독 강하게 발화하는 특정 신경세포 군집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들이 단순히 쾌락을 좇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 그 자체를 탐색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우리가 새 학기나 새로운 직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뇌가 공포에 질려 마비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가 부족하니 정보를 수집하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리고 있는 상태, 즉 ‘탐색 모드’가 활성화한 것이다.
 


위협 반응과 도전 반응의 갈림길

불확실성이 뇌를 깨운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 반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3월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인 심박수 증가, 발한, 근육 긴장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인해 발생한다. 중요한 점은 이 생리적 반응이 두 가지의 전혀 다른 경로로 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위협 반응’과 ‘도전 반응’으로 구분한다.

지금 자신의 상황을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식할 때 ‘위협 반응’이 나타난다. 이때 우리 몸의 혈관은 수축한다. 이는 혹시 모를 부상 시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한 원시적 방어 기제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제한되면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 

반면 지금의 상황을 ‘어렵지만 성장의 기회’로 인식할 때는 ‘도전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는 오히려 혈관이 확장된다. 심장이 힘차게 박동하며 뇌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하고, 이는 마치 유산소 운동을 할 때처럼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 자체는 동일하지만,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뇌의 퍼포먼스는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이 분기점을 결정하는 열쇠는 바로 마음가짐이다. 
 인지적 재해석이 생리적 지표를 바꾼다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실제 신체 반응을 바꿀 수 있을까? 2022년 7월,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데이비드 예거 교수팀의 대규모 연구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2]

연구팀은 ‘성장 마인드셋(지능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스트레스 유익 마인드셋(스트레스 반응은 수행을 돕는다는 믿음)’을 결합한 ‘시너지 마인드셋’이 실제 생리적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고난도 과제 수행을 앞둔 학생들에게 “심장이 뛰는 것은 몸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이라고 교육했다.

실험 결과, 시너지 마인드셋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말초 혈관 저항(TPR)이 감소하고 심박출량(CO)이 증가하는 전형적인 ‘도전 반응’의 지표를 보였다. 또한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낮게 유지되었으며, 실제 학업 성취도 또한 향상되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인지적 재해석(Cognitive Reappraisal)’이 뇌의 편도체 활성을 조절하고, 전전두엽의 기능을 회복시켜 실제 수행 능력을 높이는 강력한 기제임을 확인했다.

낯선 공간과 불안정한 환경이 뇌를 젊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낯선 환경이 뇌에 해롭다고 생각하지만, 신경과학적으로 볼 때 ‘새로움’은 뇌 가소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다.

뇌간에 위치한 청반(Locus Coeruleus, LC)이라는 부위는 우리 뇌의 각성과 주의력을 담당하는 핵심 관제탑이다. 2020년 《네이처 리뷰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리뷰에 따르면,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청반은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한다.[3] 

이때 분비된 노르에피네프린은 단순히 긴장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물질은 해마와 대뇌 피질의 시냅스 연결을 유연하게 만들어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학습하고 기억하도록 돕는다. 

평소의 뇌가 딱딱하게 굳어있는 점토라면, 3월의 낯선 환경에 놓인 뇌는 노르에피네프린 덕분에 말랑말랑해진 점토와 같다. 즉, 3월에 느끼는 피로감은 뇌가 신경망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발생한 성장통이자, 일 년 중 학습 효율이 가장 높은 시기라는 명백한 증거다.

새로운 환경은 학습 능력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인 행복감과도 직결된다. 2020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뉴욕대학교와 마이애미대학교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낯선 환경이 뇌에 주는 선물을 명확히 보여준다.[4] 

연구팀은 수개월 동안 실험 참가자들의 GPS 위치 데이터를 추적하고, 동시에 그들의 기분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분석 결과, 매일 똑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새롭고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여 ‘경험의 다양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감정을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MRI(자기공명영상) 분석을 통해 그 기전을 규명했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할 때, 우리 뇌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보상 및 쾌락을 담당하는 ‘선조체’ 사이의 연결성이 강력해졌다. 즉, 뇌는 본능적으로 새로움을 보상으로 인식한다. 

낯선 환경을 탐색하는 행위만으로도 도파민 시스템이 자극되어 기분이 좋아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결국 3월의 낯선 교실, 처음 가보는 출근길, 어색한 동네 풍경은 뇌에 스트레스인 동시에 행복회로를 단련시키는 훈련장이다. 익숙함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뇌를 춤추게 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언제나 ‘새로움’이다. 그러니 3월의 낯선 공기를 두려워 말고 깊게 들이마시자. 지금 당신의 뇌는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행복해질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뇌의 부하를 줄이는 세 가지 방법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쏟아부을 때, 우리는 어떻게 뇌를 도울 수 있을까? 뇌과학 원리에 따른 세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첫째, 뇌에 ‘안전지대’를 만들어준다. 3월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바깥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나의 일상은 로봇처럼 루틴을 유지해야 한다. 기상 시간, 출근길 음악, 점심 식사 후 산책 등 스스로 통제가능한 작은 습관을 지키자. 뇌는 이 행동을 할 때만큼은 예측 오류 없이 편안하게 휴식한다.

둘째, 감정에 이름표를 붙인다. 불안감이 밀려올 때 ‘긴장하지 말자’라고 하면서 억지로 참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 보면 편도체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심장이 뛸 때 속으로 이렇게 말해보자. ‘내 심장이 빨리 뛰네? 뇌가 적응하려고 준비 운동을 하는구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감정 반응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 막연한 공포가 재정의되면서 뇌가 진정된다.

셋째, 아무리 침착하자고 되뇌어도 심장이 쿵쾅거릴 때가 있다. 생각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몸을 움직여서 뇌의 반응을 바꿔야 한다. 중요한 발표나 시험 직전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심호흡을 해보자. 4초간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에너지 충전), 7초간 숨을 멈춘다음(산소 순환),  8초간 입으로 ‘후~’ 하고 천천히 내쉰다(긴장 해소).

이 호흡법의 핵심은 길게 내쉬기다.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숨을 두 배 길게 하면 우리 몸의 브레이크(부교감신경)가 강제로 작동한다. 그러면 뇌는 ‘어? 숨을 천천히 쉬는 걸 보니 이제 안전한가 보네’라고 인식해 비상벨을 끄게 된다.

뇌는 나의 믿음에 반응한다

낯선 긴장과 떨림은 당신을 무너뜨리려는 위협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뇌가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껍질을 벗는 ‘성장의 진동’이다. 낯선 길을 걷느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마주하느라 온종일 잔뜩 웅크리고 있었을 뇌에게 오늘 밤에는 다정한 인사를 건네보자. “오늘도 도망치지 않고 버텨내느라, 새로운 것들을 담아내느라 정말 애썼어.” 그리고 쿵쿵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우듯 말해주자. “이 두근거림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야.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설레고 있는 거야.”

이 작은 믿음의 언어가 뇌의 회로를 바꿔 불안을 확신으로, 두려움을 기대로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유능하며, 회복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글_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1] Monosov, I. E. et al. (2021). "A prefrontal network integrates preferences for advance information about uncertain rewards and punishments". Neuron, Volume 109, Issue 14, 21 July 2021, Pages 2339-2352.
[2] Yeager, D. S., Jamieson, J. P. et al. (2022). "A synergistic mindsets intervention protects adolescents from stress". Nature 607, 512–520.
[3] Poe, G. R. et al. (2020). "Locus coeruleus: a new look at the blue spot". Nat Rev Neurosci 21, 644–659.
[4] Heller, A. S. et al. (2020). "Association between real-world experiential diversity and positive affect in the human brain". Nat Neurosci 23, 8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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