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몸과의 불통’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생각의 90퍼센트는 어제와 같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현재가 아닌 과거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이 밖으로 마냥 떠돌지 않고 몸이라는 집에 잘 머물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주인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AI, 미디어에 노출되는 환경 때문에 의식을 외부에 빼앗기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10여 년간 우리 고유의 수련 문화에 뿌리를 둔 K명상을 전하며 깊이 체득한 사실 중의 하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인들이 겪는 수많은 고통의 원인이 ‘몸과의 불통’에 있다는 점입니다.
명상을 지도하며 강조해 온 것도 ‘몸과의 소통’이고, 자신의 의식이 몸 안에 머무는지 밖으로 떠도는지를 ‘자각(Awareness)’하는 것이었습니다. K명상과 서양의 ‘몸학’인 소마틱스Somatics가 만나는 지점에 바로 ‘내가 내 몸의 주인으로서 나 자신의 상태를 얼마나 주의 깊게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몸과 소통하는 핵심 열쇠는 ‘근육의 긴장과 이완’입니다. 소마틱스의 원리를 이용해 우리 몸의 긴장을 알아채고, 이를 이완해 몸의 감각을 깨우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완하는 법을 잊어버린 뇌
몸의 모든 동작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움직이는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리듬이죠.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이 리듬을 깨뜨리는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트레스 속에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육이 긴장된 상태로 굳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반복적인 긴장 상황에 놓인 뇌는 비정상적인 근육의 수축을 ‘정상’ 상태로 착각하게 됩니다. 소마틱스라는 용어를 만든 운동 이론가 토마스 한나는 이를 ‘감각운동기억상실증(Sensory-Motor Amnesia, SMA)’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몸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감각신경과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하는 운동신경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증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해 ‘힘을 빼야지’라고 아무리 마음먹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태, 뇌가 특정 근육을 이완하는 법을 아예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마치 꺼지지 않는 전등 스위치처럼 뇌가 계속해서 근육에 ‘긴장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장의 세 가지 패턴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특정한 패턴의 긴장을 만드는데, 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의도한 긴장이 아니기 때문에 ‘불수의적 수축’이라 부르는 이 현상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지만, 고착되면 만성 통증과 자세 불균형의 원인이 됩니다.
긴장의 첫 번째 패턴은 갑작스러운 큰소리나 불안감, 과도한 책임감이 엄습할 때 우리 몸이 태아처럼 앞쪽으로 웅크리는 현상입니다. 이때 주로 배 근육인 복직근이 강하게 수축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위장과 심장 등의 내부 장기가 압박을 받아 소화 불량이나 가슴 답답함, 얕은 호흡을 유발합니다. 토마스 한나는 이를 멈추라는 경고 신호를 의미하는 ‘빨간불 반사(Red Light Reflex)’라 불렀고, K명상의 관점에서는 가슴 앞쪽의 막힘이라는 의미로 ‘임맥 반사’라고 부릅니다.
긴장의 두 번째 패턴은 ‘더 열심히 해야 해’라는 강박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상태에서 나타나는 등 뒤쪽의 긴장입니다. 군인처럼 가슴을 내밀고 등을 꼿꼿이 세우는 자세, 배불뚝이 사장님이 상체를 뒤로 젖히고 큰소리칠 때의 자세입니다. 이때 등 뒤의 척추기립근이 과도하게 긴장됩니다.
늘 전투 준비 자세로 있는 듯한 기립근의 긴장은 만성적 요통과 피로의 원인이 됩니다. 토마스 한나는 이를 ‘초록불 반사(Green Light Reflex)’라 불렀고, K명사에서는 ‘독맥 반사’라고 부릅니다.
긴장의 세 번째 패턴은 물리적인 사고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활 습관, 혹은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몸의 옆구리 근육이 비대칭적으로 굳는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척추가 옆으로 틀어지고, 골반의 높낮이가 달라지며,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를 ‘트라우마 반사(Trauma Reflex)’라고 합니다.
뇌가 잃어버린 이완의 통제권 되찾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몸을 쓰다가 고장 나면 고치거나 바꿔쓰는 기계처럼 대합니다. 물리적인 ‘Body’로 인식하는 것이죠. 하지만 몸을 느낌의 주체로 인식하는 ‘Soma’의 관점을 가질 때 진정한 치유 작용이 일어납니다.
바디는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객관적인 물질이지만, 소마는 오직 나만이 감각하는 주관적 실체입니다. 굳은 근육의 긴장을 푸는 치유는 타인에 의한 마사지보다 스스로 자기 몸의 느낌에 집중하여 뇌에 새로운 이완 정보를 전달할 때 시작됩니다.
습관화된 긴장으로 굳어있는 근육을 풀 때는 의도적으로 근육을 더 수축시킨 다음에 아주 천천히 풀어주는 방법을 씁니다. 이는 단순한 스트레칭과 다릅니다. 스트레칭이 고무줄을 억지로 늘이는 것이라면, 수축을 이용하는 방식은 뇌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근육을 더 강하게 수축시킨 상태에서 뇌가 그 감각을 충분히 인지하게 한 다음, 아주 천천히 풀어줌으로써 뇌 스스로 이완의 통제권을 되찾게 만드는 것입니다.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킴으로써 이완을 유도하는 방법
근육의 불수의적 수축은 주로 척추를 중심으로 주변 근육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꾸준히 훈련하면 몸을 편안하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힐링법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몸에 집중합니다. 척추 주변의 근육이 어떤 상태인지 주의 깊게 느껴봅니다.
• 배 근육(복직근) 깨우기
숨을 들이쉬며 상체를 앞쪽으로 숙여 배 근육을 꽉 조입니다. 강한 수축의 느낌을 5초간 유지합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치 눈이 녹아내리듯 근육을 이완합니다. 배의 근육이 이완되며 편안해지는 감각을 느껴봅니다. 이를 3~5회 반복합니다.
• 등 근육(기립근) 깨우기
숨을 들이쉬며 상체를 뒤로 가볍게 젖힙니다. 그 상태에서 날개뼈를 모으고 등 근육을 단단하게 수축합니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숨을 내쉬며 아주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등이 넓게 펴지며 시원해지는 해방감을 느껴봅니다.
• 옆구리 근육 깨우기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옆구리를 조였다가 천천히 풀어줍니다. 척추 측면의 긴장이 풀리며 몸의 중심축이 바로 서는 것을 느껴봅니다. 반대쪽도 똑같이 진행합니다.
이 같은 동작을 할 때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몸의 ‘느낌’에 집중하며 해야 합니다. 마음이 몸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관찰할 때 뇌파가 안정되고, 명상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느리게 움직일수록 우리의 뇌는 더 많은 신경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잊혔던 근육의 감각을 더 선명하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매일 근육의 긴장을 푸는 습관이 젊음을 유지하는 강력한 비결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어 몸이 뻣뻣해지고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월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근육의 불수의적 수축이 우리 몸에 고착된 결과일 뿐입니다. 뇌가 이완하는 법을 잊어버린 시간이 길었던 것이지, 되돌릴 수 없는 숙명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대신, 주인의 마음으로 자신의 근육 하나하나에 안부를 물어주세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는 편안해져도 괜찮아”라고 속삭여 주세요. 매일 근육의 긴장을 푸는 작은 습관이 강력한 젊음의 비결이자 자기 사랑의 시작입니다.
글_오보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특임교수. 유튜브 채널 ‘오보화의 K명상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