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화의 K명상] 기식을 터득하는 과정은 건강한 삶을 위한 수행

[오보화의 K명상] 기식을 터득하는 과정은 건강한 삶을 위한 수행

어떤 호흡이 심신에 건강한 변화를 만드나

브레인 113호
2025년 10월 30일 (목)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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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화의 K명상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어떤 호흡이 심신에 건강한 변화를 만드나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 쓰인 북창 정렴(1506∼1549년)의 《용호비결》에는 “오늘날(16세기)에는 그에 관한 글(건강에 관련된 수련 서적)들이 너무 많아 소와 말이 끌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큰집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에 심신 건강을 위한 다양한 수련 서적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우리의 조상들께서 건강한 삶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창 선생은 우리의 전통 건강 수련법인 단전호흡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도 《용호비결》에 담았습니다. ‘단전을 닦는 수련은 기식에 있다(修丹於氣息之中)’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기식은 에너지 호흡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단전호흡이 한창 유행하던 때에 많은 분들이 단전호흡을 하고자 노력했지만 원하는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도 여러 호흡법을 시도하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도 호흡 수련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럼 어떻게 호흡해야 몸과 마음에 건강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기식은 에너지의 흐름과 작용을 느끼면서 하는 호흡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명상가이자 수행가인 북창 선생이 주는 해답이 바로 ‘기식’에 있습니다. 기식은 에너지의 흐름과 작용을 느끼면서 하는 호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호흡을 할 때는 에너지를 느끼지 못하지만, 호흡에 깊이 집중하며 몸을 관찰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호흡에 따른 에너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식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에너지의 느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에는 미세한 전기에너지가 흐르고 있고, 호흡과 음식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에너지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지감수련’입니다. 

어릴 적, 손에 찌릿한 전기를 오게 하는 놀이를 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손을 세차게 흔들거나 손뼉을 치는 등의 동작으로 손에 자극을 준 후 손바닥에 집중하면 찌릿찌릿하면서 따뜻한 열기가 도는 느낌이 듭니다. 

어려서 의식으로 집중하기 어려우니 이런 놀이를 통해 에너지를 느끼는 감각을 체험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자극을 멈춤으로써 몸의 에너지 느낌에 집중하는 감각을 깨우는 지감수련의 첫 번째 효과는 마음의 안정입니다. 

에너지를 느끼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의 긴장이 완화됩니다. 손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팔꿈치와 어깨, 몸통과 다리로 이어지면 에너지의 느낌 속에서 더 깊은 이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기식이 불러오는 효과   

이렇게 몸의 에너지를 느끼는 감각을 열고 호흡하는 것을 기식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평상시에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폐호흡에서 에너지 호흡인 기식으로 들어가면 뇌파가 안정되고 몸이 이완되면서 심신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기식을 깊고 길게 하면 몸 안에서 다양한 기운의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체험한 분들은 그 순간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편안하다’, ‘저절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온몸이 따뜻해진다’, ‘허공과 하나가 된 듯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볍다.’

기식을 매일 일정 시간 동안 꾸준히 하면서 감각을 키우면 몸 안에 에너지가 모이는 축기 작용이 일어납니다. 축기는 몸의 막힌 혈이 열리고 생명력이 살아나는 과정입니다. 축기가 되면 단전에 기운이 모여 튼튼해지고, 몸에 활기가 돕니다. 

기식을 통해 아랫배가 항상 따뜻한 단계에 이르면 《동의보감》에서 밝힌 건강 원리인 ‘수승화강’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의 건강이 향상됩니다. 수승화강은 수 기운이 위로 올라가 머리가 시원하고, 화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배가 따뜻한 상태를 뜻합니다. 수승화강의 에너지 순환이 순조로워야 몸이 전체적으로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감각을 터득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수행 과정

아랫배의 따뜻한 느낌이 점차 뜨거움으로 변해가고, 기운의 공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생겨나는 것을 ‘내단內丹’이라 부릅니다. 생명 에너지가 충만한 갓난아이의 호흡처럼 기식이 깊어져 내단을 형성하게 되면 우리 몸의 생명력이 충만해집니다.

《용호비결》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폐기閉氣(기운을 몸 안에 모으는 과정), 태식胎息(뱃속의 태아처럼 단전으로 숨을 쉬는 과정), 주천화후周天火候(소우주인 몸 안에 기운이 돌아 임독맥이 열리는 수승화강의 상태), 세 단계로 설명합니다. 이 세 단계의 수련 과정을 거치며 내단을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감각이 기식이어서 이를 거듭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에너지체이기 때문에 몸 안에 생명 에너지를 끊임없이 채움으로써 삶을 유지합니다. 에너지를 충만하게 채우기 위한 노력은 곧 건강한 삶을 위한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행의 과정에서 기식을 통해 에너지 감각을 터득한다면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몸에 집중하며 에너지를 느끼는 순간을 꼭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강 생활 습관입니다. 에너지가 충만한 날들 만드시기를 응원합니다. 
 

글_오보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특임교수. 유튜브 채널 ‘오보화의 K명상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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