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왜 눈에 콩깍지가 씔까?

사랑을 하면 왜 눈에 콩깍지가 씔까?

브레인 리포트

브레인 108호
2025년 01월 03일 (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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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하면 왜 눈에 콩깍지가 씔까? [이미지_게티이미지 코리아]


사랑을 하면 왜 눈에 콩깍지가 씔까?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 뇌에서는 여러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이라 불리는 이들의 영향으로 우리는 이전과 달리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할 수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 특히 그렇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방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사랑에 빠진 뇌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랑은 갈망, 끌림, 애착의 세 단계로 전개된다

인간은 생애 내내 사랑을 갈망한다. 부모, 형제, 배우자, 자녀, 친구, 사제, 동료 등 자신과 가까운 관계는 물론 나라와 인류까지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대상들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주고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랑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거나 타인을 구속하기도 한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사랑할 수 있는 호르몬과 뇌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랑은 배우자를 원하는 ‘갈망의 단계’, 대상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느끼는 ‘끌림의 단계’, 관계가 형성됐을 때 이를 연결하는 ‘애착의 단계’, 이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남녀가 서로에게 욕정을 느끼고 비언어적 행동을 통해 신체적으로 가까워지는 단계를 갈망의 단계로 본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과의 성적 만족을 갈구하는 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갈망이라는 감정은 성선자극 호르몬이 분비되는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전엽에서 조절한다. 이 호르몬은 여포자극 호르몬과 황체형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각각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성적 욕구가 강해지게 된다. 

끌림의 단계에서는 성적 에너지가 증가하고, 상대에 관한 관심과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강력한 흥분의 감정이 나타난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기 위한 행동, 일체감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강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도파민이 쾌감을 촉진하며, 세로토닌이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또한 사랑의 지속성을 더하기 위해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주기도 하고, 들뜬 마음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애착의 단계에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행복감과 안정감을 선사한다. 서로 더욱 밀착되기를 원하고, 정신과 신체의 완전한 결합을 시도한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애착을 느낄 때 분비되는 바소프레신은 남성이 여러 여성을 만나려는 마음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피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자기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의식이 높아져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같은 애정 표현이 강해지게 한다. 실제로 바소프레신이 줄어들면 이혼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며 우리 뇌는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여 깊은 사랑을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사랑은 호르몬 중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호르몬이 요동치는 불같은 사랑을 평생 지속하고 싶어 해도 대개는 얼마 못 가 번 아웃 상태에 이를 것이다. 

번 아웃보다 권태기가 먼저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사랑과 연관된 호르몬이 무한하게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유효기간은 대략 18~30개월 정도라고 하고, 자연스럽게 호르몬 분비가 감소한다. 

사랑의 열기는 식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얼굴을 봐도 더 이상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고, 전에 보이지 않던 단점이 눈에 들어오면서 다툼이 일기도 한다. 이는 오래된 연인들이 흔히 겪는 과정이며, 이 기간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별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과정을 보면 뇌 속의 호르몬이 사랑을 콘트롤한다고 할 수 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의 제프리 쿠퍼 심리학 박사는 독신 여성 78명과 독신 남성 73명을 대상으로 사람의 뇌가 이성의 매력에 어떻게 빨리 끌리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평생 처음 보는 이들로 구성했다. 

참가자들을 한 방에 모아 놓고 5분씩 돌아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스피드 데이트’을 갖게 한 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설문지를 작성토록 했다. 실험 과정에서 호감을 느낀 참가자들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으며, 참가자의 10~20퍼센트는 실험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이어갈 만큼 실험은 실제 상황으로 진전됐다.

스피드 데이트에 앞서 연구팀은 39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fMRI(기능성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를 이용해 뇌를 촬영했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에게 잠시 후 만날 이성들의 사진을 수초 간 보여주며 뇌의 반응을 기록했다. 

촬영이 끝난 뒤 참자가들에게 사진에서 본 상대와 데이트를 원하는 정도를 1점에서 4점까지 4단계로 평가하도록 했다. 며칠 후 참가자들은 스피드 데이트를 통해 사진에서 본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사진을 본 것만으로도 어떤 이성이 자신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을 보고 느낀 이성에 대한 호감도와 스피드 데이트에서 5분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의 호감도는 약 63퍼센트 일치했다. 

fMRI 분석을 통해 사람이 상대방과 사귀겠다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에 전전두엽의 가운데 부분인 대상엽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맘에 드는 사람의 사진을 보았을 때 그 부위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복내측 전전두엽은 마음에 드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 특히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었다. 이 부위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가장 활동적이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대상에도 차이가 있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은 매력을 느끼는 대상을 보았을 때는 로스트로메디얼rostromedial이라 불리는 뇌 아래쪽의 중앙 전전두엽 부위가 반응을 보였다. 로스트로메디얼은 사회적 판단을 내릴 때 중요한 기능을 하며, 어떤 사람이 나와 얼마나 비슷한지에 대한 판단도 이 부위가 결정한다. 어떤 사람에게 잠재적 연애 상대로 호감을 느낀다면, 이는 로스트로메디얼이 그 사람이 자신과 어울린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 연구로 뇌의 전전두엽이 어떤 이성과 사귈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엽은 이성에 대한 매력과 결혼 적임자로서의 여부를 즉흥적으로 판단하며, 판단에 걸리는 시간은 1000분의 1초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짧았다. 

극히 짧은 시간에 직감적 감정과 이성적 판단을 뇌의 각기 다른 부위에서 동시에 처리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셈이다. 이 연구는 《Neuroscience》 지에 실렸다.[1]

반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사실 익숙한 사람을 만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뇌는 근본적으로 방어적 시스템이며, 그런 만큼 에너지 소비가 지나치지 않도록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미 형성된 신경회로를 이용해 동일한 상황에서는 동일한 틀에 맞춰 생각, 판단, 행동, 반응하도록 유도한다. 이 때문에 유연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뇌에는 꽤 어려운 일이다. 정리하자면, 예전에 매력을 느꼈던 사람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끌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미지_게티이미지 코리아


사랑에 빠지면 왜 연인 생각만 할까?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고, 연인 생각에 우울감과 외로움을 잊는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를 실감하기도 한다.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고, 사랑 노래가 다 자기 이야기 같고, 프로필 음악을 등록해 자신의 심정을 알리기도 한다. 짜증 나거나 힘든 일이 생겨도 연인을 떠올리면 힘이 난다. 그의 사소한 일상을 궁금해하고,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속마음을 알고 싶어한다. 이처럼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연인과 함께하는 삶으로 바뀐다. 

호주국립대학(ANU), 캔버라대학, 남호주대학(UniSA)의 연구팀은 뇌가 어떻게 사랑의 감정에 푹 빠지게 하는 지를 연구했다. 먼저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밝힌 1,556명의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 조사의 질문은 연인에 대한 감정적 반응, 자신들을 둘러싼 행동의 변화, 연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에는 행동 활성화 시스템-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민감성(BAS-SLO) 척도를 사용했다. 행동 활성화 시스템은 동기 부여와 관련해 입증된 생물 심리학적 시스템 중 하나다. BAS 민감도가 높으면 보상을 간절히 추구하고, 외향적이며, 충동적인 경향이 더 크다고 본다.

연구팀은 사랑에 빠질 때 우리 뇌는 다르게 반응하며, 사랑의 대상을 삶의 중심에 두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AS 민감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랑을 더 강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낭만적 사랑과 행동 활성화 시스템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 [2]
 

눈에 콩깍지가 씌는 이유

사랑에 빠지면 매너가 없는 것도 터프한 매력으로 보이고, 고집이 센 것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왜 상대방의 단점을 보지 못하거나, 잘못을 해도 너그럽게 넘어갈까? 

사랑에 빠진 뇌 속을 보면 답이 있다. 눈에 콩깍지가 씐 이유는 페닐에틸아민 때문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뇌에서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페닐에틸아민의 농도가 올라가면 다른 호르몬 대사를 지배해 이성이 마비되고, 열정이 분출하면서 행복감에 취한다. 여기에 흥분과 긴장, 유쾌함까지 동반하니 상대의 결점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쾌감 중추는 활성화하지만 인지 감각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페닐에틸아민은 천연 각성제로 불리기도 한다. 

아쉽게도 페닐에틸아민은 음식을 통해 직접 섭취할 수 없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에 페닐에틸아민을 만드는 데 필요한 페닐알리닌 아미노산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페닐알라닌은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콩류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데이트 메뉴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을 고려해 볼 만하다. 먹다 보면 이미지가 망가지는 쌈밥, 감자탕, 돼지껍데기, 닭발 등은 데이트 초기라면 피하기를 권한다. 

디저트로는 초콜릿과 커피를 추천한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속 테오브로민은 초콜릿의 독특한 쓴맛과 향을 내는데, 이 성분이 혈액의 흐름과 신장 기능, 호흡기관을 자극해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트립토판이 함유되어 있어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활성화한다. 초콜릿에는 페닐에틸아민도 많이 들어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페닐에틸아민 수치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애소설을 읽거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멜로 영화를 보면 페닐에틸아민 수치가 높아지고, 운동을 하는 경우에도 75퍼센트 이상 페닐에틸아민 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글_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1] Jeffrey C Cooper, Simon Dunne, Teresa Furey, John P O'Doherty (2012), Dorsomedial prefrontal cortex mediates rapid evaluations predicting the outcome of romantic interactions. J Neurosci. 2012 Nov 7;32(45):15647-56.

[2] Adam Bode, Phillip S. Kavanagh (2023), Romantic Love and Behavioral Activation System Sensitivity to a Loved One. Behav. Sci. 2023, 13(11),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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