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래전 한 중년 남성이 딸을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담당변호사는 이 중년의 남자를 만나고 사건을 조사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동네 이웃을 비롯한 피의자를 아는 사람들이 “원래 상냥하고 온순한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성격이 포악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성격이 급격하게 변화할 만한 사건이나 계기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고민하던 변호사는 그 남자의 뇌를 촬영해보기로 했다. 검사 결과, 뇌에 생긴 종양이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를 누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편도체가 압박받으면서 공포감이 자극되어 포악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국 뇌과학 연구의 선구자인 가천의대 석좌교수 조장희 뇌과학연구소장이 지난 24일 도봉구청에서 열린 '브레인 어드벤처 개막식 특강'에서 뇌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조장희 소장은 이날 강연에서 딸을 살해한 포악한 아버지가 실은 편도체에 생긴 뇌종양 때문이었음을 밝혀내어 무죄로 선고되었던 사건을 이야기하며 뇌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장에서 나오는 피의 20%가 뇌로 간다. 성인 뇌는 체중의 2% 무게 밖에 되지 않지만 20%의 피가 가니 굉장히 특혜를 받은 부위라 할 만하다. 뇌는 산소가 잠깐만 부족해도 포도당이 없어도 망가지는 예민하고 중요한 부위이다.”
조장희 소장은 몇 년 전 27살 젊은 청년의 뇌를 검사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매일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젊은이였다. 27살의 젊은 청년이건만 그의 뇌는 신경 다발이 녹아 없어져 있었다.
조장희 소장은 "신경이 망가진 것은 경부고속도로가 끊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0~35년간 놀라운 속도로 뇌과학이 발달했다. 지난 수십 년간 뇌과학의 획기적인 발전은 뇌영상기기가 큰 역할을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 뇌파(EEG) 등과 같은 장비들이 뇌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PET는 1975년 UCLA의 조장희 박사와 워싱턴 대학의 펠프스와 터포고시언이 연구·개발했다.

뇌는 느끼고 인지하고 분석하고 결정을 내린다. 뱀을 봤을 때 도망가야 하나, 피해야 하나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한다.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다하지만 인간의 신체부위 중 뇌에 대해서는 제일 모른다.
“뇌에 대한 연구는 융합학문이라 말한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심리학 등이 결합해야 가능하다. 뇌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게 된다. 인류에게 유토피아(Utopia, 이상향)를 가져올 것이다.”
조장희 소장의 2시간에 걸친 강연은 끝났지만 많은 학생들이 강연장에 남아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일흔이 넘은 노교수는 지친 기색도 없이 밝은 얼굴로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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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도봉구청은 매년 여름 ‘도봉 과학축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뇌를 주제로 ‘미래를 이끄는 힘’이라는 슬로건 아래 7월 24일부터 29일까지 조장희 소장의 개막식 특강을 비롯해 체험마당·전시마당·이벤트마당·창의교육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부스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천문연구원 등의 국가 연구기관과 두뇌 개발 전문 기업인 BR뇌교육·브레인 테크·S&T 글로벌, 4D프레임 등 25개 기관·학교가 후원했다.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브레인 어드벤처 홈페이지(http://brain.dobong.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전은경 기자. 사진, 김효정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