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Cool한 뇌로 보내기

뜨거운 여름, Cool한 뇌로 보내기

Body & Brain

브레인 11호
2010년 12월 20일 (월)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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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기계든 움직이는 모든 것은 열을 지나치게 받으면 멈춰서기 마련이다. 어떤 기계보다도 복잡한 우리의 몸과 뇌 역시 온도에 까다롭게 반응한다. 특히 태양의 계절 여름이 되면 높은 온도와 습도 탓에 나빠지는 기분만큼 뇌의 기능 또한 떨어진다. 말 그대로 머리에 열 받으면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의 온도, 체온, 뇌의 온도와 상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원한 여름을 위해 쿨한 뇌를 만드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 잡는 더위

여름은 본래 더운 계절이고, 조금 더운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더위는 생각보다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심하게 더운 날에는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호흡기 질환, 사고, 경련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

서울의 경우 30℃가 넘었을 때 사망률이 2배까지 치솟은 기록이 있다. 또한 1994년에서 2003년까지 10년간 6월과 8월 사이 일사병 등 열병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서울을 비롯한 4대 도시에서 2,131명이었다. 반면,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1,367명에 그친다.

뇌의 활동 또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작업 능률이 가장 높은 조건은 일의 종류와 기후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계적으로 실내 온도는 18~20℃ 사이, 습도는 40~70%일 때다. 가을철 낮 시간에 우리의 몸과 뇌가 가장 잘 순환된다는 것이다.

이때 작업 능률을 100으로 보면 24℃만 되어도 83%, 30℃에는 63%로 떨어지고 40℃ 이상에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일수록 몸에서 생기는 열도 많아, 낮은 온도가 작업하기에 더 적합한 온도가 된다.

온도에 민감한 뇌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내장과 근육 활동, 생명유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뇌의 온도를 조절해 뇌기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온도가 올라가면 염증이나 스트레스 반응도 심해지고 뇌세포도 손상된다. 피부는 42℃의 물에 들어가도 조금 뜨겁다거나 오히려 시원하다 싶지만, 이 온도는 뇌에 치명적이다.

심한 열병을 앓고 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름에 너무 더우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열이 잘 빠지지 않아 제대로 식혀달라고 체온조절 중추가 다른 영역들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열에 민감하면서도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소비하는 뇌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미세 혈관과 혈액이 일종의 방열판 역할을 하며 둘러싼다. 잠시도 쉬지 않는 뇌의 활동으로 생기는 열들이 혈액을 거쳐 빠져나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다.

이처럼 철통같은 온도 장벽 덕에 보호받는 뇌도 자체 리듬에 따라 온도가 변한다. 뇌의 온도는 뇌의 상태와 활동에 따라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변한다. 보통 체온은 수면 중일 때 가장 낮고 활동을 많이 한 후인 오후 5~8시에 가장 높다.

최상의 온도를 찾는 온도조절 장치, 시상하부


우리의 몸은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써대며 열을 내는 거대한 화학 공장 같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몸이 휴식 중일 때는 80%의 열이 복사로 방출되지만 반대로 운동 중에는 80%가 폐와 땀을 통한 수분의 증발로 빠져나간다. 바람이 불 때보다 몸에 습기가 있을 때 더 시원한 것과 같은 원리다.

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진화를 거쳐 선택된 체온은 바로 37℃ 전후. 에어컨의 온도조절 장치처럼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 앞쪽에 있는 시각전영역(preoptic area)에는 열에 민감한 뉴런들이 있다. 이 뉴런들이 뇌 속에 들어온 혈액의 온도를 측정해 기준 온도와 비교해 체온을 조절한다.

체온이 높으면 몸의 털은 눕고 땀구멍이 열린다. 피부에 공기가 잘 통하고 땀이 많아지면 빼앗기는 열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소동맥들도 확장되어 피부의 작은 모세혈관으로 피가 많이 흘러 열이 더 빨리 확산된다. 체온이 낮으면 반대의 경우가 되는데, 근육이 떨려 열이 발생한다.

이러한 체온조절 과정은 우울증 치료제, 안정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감기와 같은 병에 걸릴 때 방해를 받는다. 뇌의 기준 온도 자체가 올라가 평소보다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 흔히 열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름에는 체온을 조절하는 데 필수 요소인 물과 에너지, 염분이 부족해 문제가 생길 때가 많다.

뜨거운 햇볕 아래 오랫동안 있으면 뇌의 체온조절중추까지 문제가 생기는 일사병, 또는 심한 운동이나 뜨거운 환경에 의해 열이 축적되고 빠져나가지 못해 생기는 열사병에는 특히 그렇다. 심한 정도가 아니더라도 이들 성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열경련, 열피로나 열탈진에 빠지기 쉽다. 그럴 땐 건강한 사람이라도 1주나 2주 동안 힘을 못 쓰고 머리도 무거워진다.

태양을 피하는 법

운동이나 활동 전후에 충분한 수분과 소금 성분, 에너지가 될 당분을 섭취하고 충분히 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이뇨 성분이 들어 있는 고혈압 등의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은 탈수에 주의해야 한다. 운동하는 동안엔 땀복처럼 수분만 빼내는 옷이 아니라 공기가 잘 통하는 반소매나 햇볕을 적당히 가리면서도 여유 있는 긴소매가 좋다.

직사광선을 가리는 모자도 좋다. 너무 덥다 싶으면 몸에 물을 끼얹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족한 땀 대신 열을 잘 식혀주기 때문이다. 머리와 목 주변을 적셔주는 것도 좋다. 운동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정상 체온이 될 때까지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식혀준다.

평상시에도 급격한 온도 변화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의 몸이 바뀐 기온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2주 정도 걸린다. 때문에 심한 실내외 온도차로 냉방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진다. 사람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여름엔 24~28℃의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정신적으로는 더위 탓에 짜증이 나더라도 기분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짜증을 낼수록 체온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 머리만 쓰는 일이라도 중간중간 움직여야 열을 방출하는 순환 작용이 원활해진다. 아침에는 가벼운 활동으로 뇌에 불을 지피고 저녁에는 가벼운 운동 후 샤워로 다시 체온을 낮춰 리듬을 유지해보자. 집중력도 높아지고 냉방병과 열대야도 없는 쿨한 뇌, 상쾌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Hot or Cold, 체온의 효과

43℃ - 단백질이 파괴되는 온도. 심각한 뇌손상 사망.
42.8℃ - 악성 고열의 기준.
42℃ -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는 온도.
41℃ - 구토와 함께 심각한 두통, 어질어질함, 혼동, 환각, 착란이 일어나고 졸음이 온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호흡곤란이 일어날 수 있다.
40℃ - 힘이 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 탈수·구토·두통 증상. 땀이 줄줄 흐른다.
39℃ - 심한 땀, 홍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쁘다.
38.9℃ - 고열의 기준.
38℃ - 땀이 나고 불쾌한 기분이 들고 약간 배가 고파진다.

37℃ - 보통의 체온(36~37.5℃ 사이)

35℃ - 저체온의 기준. 피부는 창백하고 몸이 강하게 떨리며, 추위 탓에 감각이 떨어진다.
34℃ - 손가락을 움직이기 어렵고 파랗게 질리며 혼동이 일어난다.
32℃ - 환각·착란·혼동이 일어나는 의학적인 응급상황. 떨림도 완전히 멈춘다.
31℃ - 혼수상태에 빠진다.
26℃ 이하 - 심장과 호흡 정지로 대개 동사한다.


내 몸에 딱 맞는 물

수분을 섭취하는 데는 물이 좋을까, 아니면 스포츠·이온 음료가 좋을까?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평상시 운동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땀과 소금 배출 능력이 다르고, 개인 차이도 크다.

예를 들어 뜨거운 곳에서 활동을 많이 할수록 땀과 소금은 빨리 배출되어 용광로에서는 물과 소금을 함께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벼운 운동과 즉각적인 수분 섭취에는 물이 낫고 장시간 운동에는 당분과 염분이 함께 들어 있는 이온음료가 낫다. 자신의 운동 경험과 몸 상태, 활동 종류에 따라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방법을 미리 찾아두는 것이 좋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도움말·준 가정의학과 김우준 원장(031-721-4951, http://www.mab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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