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러닝을 아십니까?

슈퍼 러닝을 아십니까?

문용린 칼럼

브레인 10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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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에 대한 뇌의 기능이나 작용에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학습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 뇌를 100% 활용해보려는 시도다. 이런 시도 중의 하나가 ‘슈퍼 러닝Super Learning’이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 인간의 뇌 기능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관심이 바로 슈퍼 러닝이다. 

뇌 기능 향상 학습 기술

슈퍼 러닝은 1960년대에 불가리아의 게오르기 로자노프G. Lozanov 박사가 만든 개념으로서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학습 기술법이다. 즉, 학습에 기여하는 기계나 장치라기보다는 기억력을 증진하도록 하는 학습 전략 기술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보통 회자되는 단순한 학습 전략이나 암기법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몸의 긴장이나 불안 상태에서 벗어나 뇌 기능을 향상시켜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해보려는 일종의 두뇌 이완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로자노프 박사는 슈퍼 러닝 이론을 제안하기 전에 한동안 수면학습법을 제안하고 이 방법을 꽤 심도 있게 연구한 적이 있다. 그가 말하는 수면학습법이란 막 잠들었을 때나 아침에 잠이 깨기 전의 반수면 상태에서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사람이 반수면 상태에 놓이게 되면 최면에 걸렸을 때와 거의 유사한 상태가 되는데 다양한 실험에서 이러한 상태가 암기나 기억하는 데 이상적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반수면 상태에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암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면학습법이 한때 미국에서 대중의 호기심을 잔뜩 끈 바 있다. 특히 당시 미국의 한 배우가 수면학습법을 이용하여 열흘 만에 중국어를 습득하고 중국 외교관과 대담을 나누는 텔레비전 쇼가 방송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수면학습법의 구체적인 방법은 주로 녹음기를 활용하여 암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녹음하고 반수면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듣는 것이다.

반수면 학습법을 활용한 슈퍼 러닝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학생들의 공부법과 관련하여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에서 수면학습법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수면학습법은 신체와 정신의 상태를 이완하는 등의 준비 작업이 너무 길고 여러 가지 기계 장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수면학습법의 문제가 차츰 노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새롭게 대두된 학습전략 중의 하나가 바로 슈퍼 러닝이었다. 슈퍼 러닝 역시 인간이 이완된 상태에서 학습이나 암기가 가장 효율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한 학습 시스템이다. 다만 수면학습법은 반수면半睡眠이라는 이완 상태에서만 학습이 잘 일어난다고 보지만, 슈퍼 러닝의 경우에는 예컨대 바로크 음악을 들음으로써 쉽게 이완 상태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로 학습의 효율성이 커진다는 주장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슈퍼 러닝은 인도의 요가 수행법에서 기인

슈퍼 러닝이 과거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학습 기법은 아니다. 슈퍼 러닝의 원류는 인도의 요가인데, 특히 요가 수행법 중 라자 요가로부터 슈퍼 러닝의 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요가로부터 발단이 된 슈퍼 러닝의 역사를 간단히 더듬어보자.

로자노프 박사는 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이때 그는 요가 수행을 하는 사람인 요기들이 18단위 이상의 숫자도 줄줄 말하고 잠시 본 것인데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해내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요기들은 지구상에 큰 재앙이 닥쳐서 역사적 기록이나 문서가 모두 파괴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성전을 모두 암기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로자노프 박사는 또 이슬람교의 학생들이 무슬림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통째로 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란은 모두 114장 6200여 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것을 암송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장면을 직접 목격한  로자노프는 크게 감동을 받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인간이 기억을 하고 기억한 내용을 어떻게 머릿속에 오래도록 보존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글. 문용린(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전 교육부장관)



뇌생리학 발달과 더불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이런 연구를 통해서 로자노프 박사는 두뇌의 좌우 기능이 상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뇌파 현상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현재에는 좌·우뇌의 차이 나는 역할과 뇌파현상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특이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다양한 주장을 토대로 로자노프 박사는 기억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학습방법을 제안했는데, 이를 일컬어 슈퍼 러닝이라는 말로 부르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뇌생리학의 발달 덕분에 슈퍼 러닝을 넘어선 학습이론이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관심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슈퍼 러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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