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은 평생을 뇌 영상기기 개발에 쏟은 세계적인 뇌공학자이다. 그는 살아 있는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CT, MRI, PET 개발에 모두 참여한 인체영상기기 발전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일흔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또 다른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그를 뇌과학연구소장실에서 만났다.
가천뇌과학연구소 2층에 자리 잡은 널찍한 연구실에 들어서니 창가 쪽에 가지런히 정리된 최신 연구논문들이 눈에 띈다. 한쪽 벽을 다 채우고도 남을 분량이다.
<브레인> 독자들을 위해 연구소 소개를 부탁했더니 그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아이패드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한 시간가량 쉬지 않고 브리핑을 했다. 인터뷰 중에도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연구실을 종횡무진하며 바로 관련 자료를 찾아 제시했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력적이고 열정적이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지금도 오전 6시면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 연구소까지 걸어서 출근합니다. 꾸준히 연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몸을 쓰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그는 러닝머신을 뛰기 전과 뛰고 난 후의 뇌 영상 사진을 곧바로 찾아 보여주면서 ‘운동을 하는 것은 뇌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뇌는 몸 전체 무게의 2%밖에 되지 않지만 20%나 되는 혈액을 공급받습니다. 다른 장기보다 10배나 특혜를 받는 셈이죠. 혈액이 공급된다는 건 뇌에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뇌가 좋아지는 겁니다.”
그는 지금도 주기율표를 다 외울 정도로 최상의 뇌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로 PET를 개발한 뇌과학자답게 조 소장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여러 개의 액자가 걸려 있다. 그가 처음 개발한 PET 사진, 카이스트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2T MRI 사진, 그리고 7T MRI를 연구소에 설치하는 사진 등이다.
마지막 액자에는 14T라는 글자만 적혀 있다. 다음 목표인 14T를 반드시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뇌과학자로서 남보다 한 걸음 앞서는 것은 그의 인생에게 가장 중요한 철학이다. 이공계 연구에서는 남보다 한 발 앞서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세계적인 인물로 우뚝 서느냐 마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최초만을 인정해줍니다. 처음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는 늘 진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앞서갈 수 있어요.”
세계 최초로 14T MRI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현재의 그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하고,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도전할 때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패를 먼저 가정하면 실패의 확률만 높아질 뿐, 성공에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실패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도 여전히 정력적이고, 여전히 도전적인 조 소장을 통해 명확한 목표가 있는 한, 뇌는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