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사장이 이끄는 애호박의 스노우메이커는 웹사이트 개발 및 웹서버 운영 솔루션으로 특정 웹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웹브라우저와 언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다. 더욱이 무료로 제공되는 공개소프트웨어다.
2003년 9월, 해외에서 먼저 소개되어 주목을 끌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소프트 엑스포에서 처음 선을 보이며 본격적인 런칭을 시작했다.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5년 전 미국 맨하튼으로의 회사이전을 준비하면서 살아오면서 또는 사업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았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쉬워서 뭔가 하나 다리를 만들어놓고 싶었다. 당시 인터넷이 막 시작될 때여서 웹 사이트를 하나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흔을 몇 년 앞둔 그의 나이도 한 몫을 했다. 옛말에 마흔이면 불혹이라 했는데 그전에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기술과 지식과 노하우와 그리고 마음까지 다 담은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자 싶었다. 그렇게 나온 소프트웨어가 스노우 메이커이고 스노우 메이커 기술를 이용해 만든 공식 웹 사이트가 바로 The Morning with the First Snow(약칭 The First Snow)다.
첫 눈 내리는 아침
“그냥 친근하고 소박한 게 좋아서요. 첫 눈 내린 아침을 생각해보면 설레임도 있고, 기대감도 있고 그렇잖아요. 지구상에서 남극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눈이란 아주 특별한 의미이고. 그 사이트에 들어가면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는 곳, 또 눈이 내린 아침처럼 깔끔하고 심플해서 필요한 컨텐츠들만 있는 곳, The First Snow에는 그런 의미들이 담겨있습니다.”
회사이름인 애호박도 그렇고 첫 눈 내리는 아침이란 사이트 이름도 독특한데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용민 사장의 답변이다. 하지만 그런 소박한 이름과는 달리 이 프로그램은 주목할 만한 기술들이 내장되어 있다.
“스노우 메이커의 가장 큰 장점은 웹 사이트를 만들거나 웹 서버를 운영할 때 특정 웹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점입니다. 대형 웹사이트의 경우 웹서버 운영비용의 부담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빠른 업무 솔루션 개발이 필요한 회사에서 컴파일이 필요한 기존의 개발용 프로그램을 대신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브라우저환경이든지 관계없이 스노우 메이커와 연결된 전세계 모든 사이트와 컨텐츠 공유 및 정보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사실 현재의 웹 환경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노우 메이커의 기술보급은 그 독주를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으며 플래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웹사이트 기능과 연결해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인 매크로미디어의 플래시 관련 제품을 사지 않아도 되는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이란게 결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인데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단순히 산업발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정보, 그리고 자국의 정확한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세계와 공유되면서 경제적인 불평등이나 체제적인 불평 등을 없애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 인터넷 환경이 낙후된 나라가 굉장히 많습니다. 쿠바나 호놀룰루 등도 이제 막 인터넷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인도를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인터넷 환경은 시작단계지요. 말레이시아, 베트남도 그렇고. 그런데 그 기술이 너무 복잡하고 비용도 너무 높아요. 스노우 메이커가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은 자신합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
어찌되었건 작은 계기로 시작했던 일이 예상보다 길어져 개발기간만 5년이 소요되었고, 또 그 작은 일이 예상보다 커져 지금은 애호박의 핵심사업이 되었다. 하지만 무료배포를 원칙으로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웹 사이트의 경우에만 연간 1백불의 비용을 받는 구조로 과연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연예인의 공식사이트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아래 전 세계에 있는 팬들이 운영하는 팬 사이트들이 소속되어 있고 그 모든 사이트가 스노우 메이커 환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럴 경우 스노우 메이커가 받는 라이센스 비용은 그 연예인의 소속사가 운영하는 공식사이트에 대해서만 연간 1백불이 고작, 나머지 팬 사이트들은 무료다. 공식사이트는 홍보를 위한 상업적 목적이 있지만, 그 외의 사이트는 순수한 개인 팬 싸이트이므로.
“무료배포라고 수익모델이 없는건 아닙니다. 수익사업에 대한 마켓팅 방향은 어느 사업보다 공격적이라고들 합니다. 사이트는 무료배포되지만 내재되는 컨텐츠들은 다양한 방식의 제휴가 가능하고 또 전세계에 배포되는 모든 스노우 메이커 환경의 사이트에는 스노우 메이커라는 배너가 왼쪽 하단에 뜨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너사용은 제휴업체의 희망에 따라 시간별, 지역별. 조정이 가능하죠. 만일 배너의 크기를 줄이거나 삭제를 할 경우에도 가격이 청구되고요. 또한 컨텐츠 제휴나 기술이전 특히 외국의 경우는 기술이전 쪽으로 주력하고 있고, 또 그 외에 제작수주나 기술교육도 있고요. 그리고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는 개인이나 NGO단체 등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경우에는 모든 기능에 대해 무료로 영구히 배포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오픈 소스를 하는 의도는 제가 만든 프로그램의 기능만을 이용하기에는 융통성이 떨어지고 현장에서의 다양한 업무환경과 필요를 충족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제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를 뛰어 넘어 같은 의식을 가진 개발자들이 이 소스를 응용해 더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를 다시 공유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욱 진보적이고 다양한 결과물들이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질 수 있겠지요. 결국 다수에게 더 좋은,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는 스노우 메이커 프로그램의 개발정신을 자유와 독립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그의 사고는 웹 사이트에도 잘 드러나 있다.
“스노우 메이커를 기반으로 만든 저희 공식 웹 사이트는 포털사이트 수준의 기능이 내재되어 있어서 채팅, 아바타, 커뮤니티, 갤러리 기능, 전세계적인 게시판 공유기능 등이 가능합니다. 다국어지원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어서 언어에 대한 제한도 없습니다. 현재는 5개국어가 지원되지만 앞으로 전세계 모든 언어로 확산할 예정이고요. 즉 다른 포털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자기의 홈페이지에서 기존 포탈사이트 수준의 컨텐츠 활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지구상의 어느 나라든지 어떤 사이트든지 컨텐츠 공유와 정보소통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이란 결국 관계의 소통, 정보의 소통인데 전세계에 홈페이지를 가지지 못한 혹은 가지고 있더라도 기능이 부족한 홈페이지의 기능을 보완해 줌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이메일을 가지듯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홈페이지가 어떤 환경이든 상관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그래서 쉬워야하고 간단해야하고 그리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배려되어야 했죠.”
실제로 The First Snow 사이트의 주요기능들을 보면 사용자에 대한 다양한 배려들이 눈에 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홈피를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 지원기능과 전세계 모든 웹 사이트와 연결되는 메신저 그리고 웹 방송국 기능, 또한 작게는 왼손잡이를 위해 스크롤 버튼과 메뉴 설정방식도 왼쪽으로 조정가능기능 등 아무튼 웹 사용자가 사이트에서 상상하는 모든 기능들을 지원하려고 노력하였고 앞으로도 업데이트가 계속 될 예정이라고.
조용히 내리는 눈이 온 세상을 덮듯이
학창시절 그는 그리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부진해서 유급을 권고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그는 MIS(경영정보시스템)를 전공한 MBA출신이다.
“특히 수학에 약했어요. 지금도 가장 괴로운 악몽이 나눗셈하는 꿈이거든요. 하하. 그런데도 응용통계학을 공부하고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도 신기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노력이 각별했다.
“스노우 메이커 개발은 정말 힘겨운 과정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고,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나올지 막막하기도 했고. 매일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과연 내일 아침에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혹시 오늘 밤이 마지막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자면서도 일을 했죠. 안 풀리는 회로를 머릿속에 넣고 몸은 자지만 머리는 계속 일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컴퓨터 앞으로가서 회로를 연결하고. 사람들 만나면 가끔 그런 얘기를 해요. 너무 막막하고 힘이 들고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 혹시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을 때는 저를 찾아오라고. 자본을 대주거나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그 심정을 이해해줄 수 있다고요.”
목숨걸고 일하는데 그만한 성과가 없다면 그게 더욱 이상한 것 아니겠나.
현재 그는 3월부터 시작될 대규모의 NGO서포트 작업을 준비중이고 5월경에는 영국으로의 자사이전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신생국들과 협상을 맺고 기술이전과 더불어 기술교육도 확산해 나가고 있다. 인터넷 선진국들도 그의 프로그램의 장점들을 높이 평가해 기술이전협약과 정보컨설팅의뢰가 늘고 있다. 그에게 기자들이 의례 그렇듯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글쎄요.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1백 년 전에 태어나지 못한게 분해요. 그때 태어나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지 못한 게 분해요. 하지만 지금이라고 그때와 다르지 않아요.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1백 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지구곳곳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라고 뭐 크게 달라졌나요? 그래서 저는 스노우 메이커를 개발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힘이 될 수 있어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죠. 원래 사이트 이름이 ‘첫 눈 내리는 아침’이 아니라 ‘눈 내린 크리스마스’였어요.
그런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면서 종교가 세상을 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빼버렸어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정보, 자유로운 공간, 독립적인 공간, 인터넷은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게 스노우 메이커의 개발정신입니다. 말로 하니까 거창하게 들리는데 단지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있는 법이잖아요. 그걸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내는 것 정도라고 표현해 주심 좋겠어요”라고 멋쩍게 웃는 그.
그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뛰어난 프로그램 개발자? 의식있는 경영자?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보다 상상을 현실로 불러내는 창조력의 소유자, 그래 그게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스노우 메이커는 이제 시작단계다. 즉, 웹 세상을 향한 그의 도전도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기회란 언제나 옆에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하면 원하는 기회는 옵니다. 그것을 지나치는가 붙잡는가가 관건이겠죠.”
글│이영실 namoo@powerbrain.co.kr 사진│안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