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가 아닌 체중 관리하기

살 빼기가 아닌 체중 관리하기

헬스의 정석


시중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다이어트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 중 상당수는 드라마틱하게 살을 뺀 누군가의 경험담, 또는 단편적인 다이어트 ‘비법’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정작 다이어트의 원리를 종합해 설명하고 여러 방법들을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한 자료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리 자체는 시시할 만큼 쉬우니까요. ‘덜 먹고 많이 움직여라’ 이 한마디면 끝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다수가 원치 않는 진실이니 문제입니다. 

대개는 ‘누가 그걸 모르냐?’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현실에서 곧이곧대로 따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능이 이를 거부하고, 설상가상으로 이 원리를 피해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달콤한 비법과 경험담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살 빼기 비법보다 체중을 관리하는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식욕과 포만감

식욕과 포만감은 체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은 폭발하는 식욕 탓에 먹어도 먹어도 포만감이 없어서 괴롭고, 반대로 마른 사람들은 식욕도 안 생기는데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아무것도 더 들어가지 않아 죽을 지경입니다.

체중 관리에 대해서는 별의별 학설과 연구 결과가 넘쳐나지만 대전제는 ‘먹는 것과 쓰는 것의 불균형’입니다. ‘쓰는 것’은 바꿀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문제죠. 하루 두세 시간을 골병들도록 운동해도 일일 소비량의 30퍼센트를 늘리기도 힘듭니다. 

사실상 먹는 것이 체중을 결정하는 것이죠. 그러니 식욕과 포만감만 관리해도 비만과 저체중 문제는 90퍼센트는 해결됩니다. 덜 먹고도 포만감을 더 얻거나, 반대로 포만감을 조금이라도 덜 느낄 방법이 없을까요?


●식사 습관은 훈련할 수 있다

특정한 시간에 식사나 간식을 하는 행위는 우리 몸에 기록으로 남습니다. 몸은 그때에 맞춰 밥을 달라고 떼를 씁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현기증에 손발 떨림까지 옵니다. 몇몇 사람들은 ‘당 떨어졌다’라는 터무니없는 표현도 쓰지만 그건 당분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일 뿐입니다. 당 중독도 마약 중독과 비슷해서 당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단것을 집어먹을수록 다음에 당이 떨어지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겁니다. 

차라리 3대 영양소와 섬유소를 고루 갖춘, 소화와 흡수가 느린 보통 식사를 제대로 한 끼 먹는 편이 낫습니다. 살찐다며 식사는 엉터리로 해 놓고, 중간에 당이 떨어졌다며 초콜릿이나 과자로 때운다면 결국 더 많은 열량을 먹게 됩니다. 혹시라도 정말로 혈당에 문제가 있다면 그때는 서랍 속 초콜릿보다 가까운 병원부터 찾아야 합니다.

특이한 건 이런 식욕은 대개 일시적이라는 점입니다. 30분 이상 주인을 보채던 몸은 그래도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 이번엔 아닌가봐?’ 하면서 더는 주인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당 떨어졌다’도 마찬가지죠. 전형적인 가짜 식욕입니다.

가짜 식욕을 없애는 데는 무언가를 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맹물도 좋지만 홍차나 녹차, 허브차 등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차 종류를 마시면 가짜 허기는 더 쉽게 사라집니다. 당분이 없는 순수한 차여야 하는 건 당연지사고요. 최근에는 탄산수를 마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차를 마시고 30~60분을 참아봐도 계속 배고프다면 그게 진짜 식욕입니다.
 

●끼니 말고 간식부터 줄이자

비만인의 상당수는 끼니보다는 가짜 식욕을 참지 못하고 집어먹는 군것질, 외식, 배달음식이 원인입니다. 과거에는 근육을 지키면서 살을 빼려면 최대한 끼니를 나눠 먹으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은 하루 먹는 총량이 같다면 나눠 먹는다고 근 손실이 줄거나 살이 덜 찌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운동선수나 보디빌더처럼 몸이 크고 운동량도 많아 필요한 영양소도 많고, 세 끼니만으로는 다 섭취하기 버거울 때 여러 끼니가 유리할 뿐입니다.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조금씩 자주 먹든 정상적인 양을 하루에 두세 번 먹든 본인이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당장 살을 빼고 유지하는 게 목표라면 세 끼니 말고는 음식에 입을 대지 않는 편을 권합니다. 잦은 간식은 열량이 높든 낮든 몸에 잘못된 식사 패턴을 새겨서 장기적으로 골칫거리가 됩니다. 사람이 일평생 다이어트 때의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은 몇 알의 견과류로 간식을 때워도 나중에는 그 자리를 과자와 치킨이 대신할지 모릅니다. 식사가 부실해서 간식이 끌린다면 차라리 끼니에 충분한 단백질을 더해 든든하게 먹는 게 낫습니다. 끼니를 부실하게 먹고 그것을 간식으로 벌충하는 만큼 미련한 짓은 없습니다.

가짜 허기가 없어지고 새로운 식사 패턴이 몸에 익숙해지는 데는 대개 15~30일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병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눈 딱 감고 한 달만 버텨보세요. 세상이 달라질 겁니다.

마르고 입이 짧거나 체중과 근육량을 늘리는 게 주목적인 사람들은 정반대입니다. 끼니를 작게 쪼개고 횟수를 늘려 특정 시간에 먹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처음에는 억지로 삼키던 음식도 입맛이 돌아 먹게 됩니다. 간식은 이런 분들에게 필요합니다.


●소화는 삼키기 전부터 시작된다

우리 몸에는 ‘식사 전 반응’이라는 게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눈으로 음식을 보고 냄새를 맡는 순간, 침과 같은 소화액을 분비하고 췌장에서는 미량이지만 인슐린까지 분비합니다. 입에 음식을 넣고 씹을 때는 입 안의 수용체들이 이놈은 지방이 많은지, 당분이 많은지 등을 파악해 소화기에 흡수할 준비를 명령하고 포만감도 자극합니다.

입에서 절반쯤 분쇄되어 내려간 음식은 소화기를 통과하면서 점점 더 잘게 분쇄되는데, 이 과정에도 긴 시간이 걸리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일부는 다 흡수되지도 않고 장을 지나 배설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음식은 고체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씹어 먹는 편이 포만감도 오래 가고 체중 관리에도 당연히 유리합니다.

갈거나 잘게 다져놓은 음식이나 다이어트 쉐이크 등을 준비 없이 씹지도 않고 들이부으면요? 몸은 깜짝 놀라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순간적으로 혈당이 오르지만 아주 잠깐의 포만감이 스쳐간 후 인슐린의 역풍으로 혈당은 더 빨리 떨어집니다. 

물리적인 소화 과정이 필요 없으니 소화에 에너지를 쓸 일도 없고, 그만큼 더 빨리 뱃속을 통과해 쉽게 배가 고파집니다. 대용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유독 고통스러운 건 이런 탓입니다.


●급하게 먹을 때 더 많이 먹는 이유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면 포만감을 자극하는 각종 호르몬과 신경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것들이 실제 반응을 보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식사를 시작하고 10~30분은 지나야 무언가 먹었다는 포만감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배부른지도 모르고 말 그대로 흡입하게 되죠. 그러니 살을 빼려면 밥을 천천히 먹어야 합니다.

열량이 매우 낮은 샐러드나 채소류와 충분한 물을 식전에 먹고 최소 10분 이상 기다린 후 본 식사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섬유소가 많은 식품은 충분한 양의 물이나 차와 만났을 때 부피가 더 잘 늘어나 포만감이 극대화됩니다.

 


●입맛과 다이어트

입맛도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입맛은 통계적인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기름진 음식은 많이 먹을 수 있지만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개 인슐린 민감성이 높은 사람인데, 살이 쪄도 대개 전신 비만이 됩니다. 반대로 기름진 음식은 조금밖에 못 먹지만 단것이나 밥은 끊임없이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만으로 건강을 해치는 분들 가운데는 이 경우가 많고 배가 나온 복부비만이 흔합니다. 대개 인슐린 민감성도 낮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정도만 조금씩 다를 뿐 이 중 어느 한쪽에 속할 겁니다. 이미 살이 찐 분이라면 기름진 것과 단것 둘 다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식사 일기를 보면 같은 비만이어도 탄수화물형 비만과 지방형 비만은 분명 갈립니다.

그렇다면 다이어트할 때의 선택은 분명해지죠. 본인이 금세 배가 부르는 쪽을 먹으면 됩니다. 당장 단맛에 중독된 사람에게 무조건 탄수화물부터 줄이라고 하면 얼마 못 가 포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탄수화물을 줄이는 동시에 같은 열량의 단백질과 지방을 늘립니다. 열량 관리는 당분에 대한 갈망부터 줄인 뒤에 시작해도 됩니다.

반대로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면 지방부터 줄이고 단백질과 양질의 통곡물 섭취를 늘리는 편이 낫습니다. 즉 전통적인 저지방 다이어트법이 더 잘 맞습니다.
 


●식욕과 운동

운동과 식욕의 관계는 다소 복잡합니다. 운동의 종류에 따라, 사람에 따라 운동에 반응하는 양상이 제각각이죠.

▶걷기나 가벼운 자전거 타기 같은 저강도 유산소운동은 대개 일시적으로 식욕을 높입니다. 하지만 30분~1시간 정도 지나면 식욕은 정상을 되찾습니다.

▶추운 곳에서의 운동, 수영 같은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심부체온을 떨어뜨려 식욕을 높입니다. 따뜻한 곳으로 가서 체온이 정상화되면 식욕이 줄어듭니다.

▶전력 달리기, 인터벌 트레이닝, 근력운동처럼 단시간에 하는 고강도 운동은 거꾸로 식욕을 떨어뜨립니다.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당도 올라갑니다.

▶인슐린이나 렙틴 민감성이 낮고, 당뇨가 있거나 비만인 사람일수록 운동 후 식욕을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강하고 체중이 정상인 사람일수록 운동 후 식욕 폭발이 적습니다.

▶운동 중이나 운동 후에 따뜻한 물을 마시면 식욕을 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위의 문제들 때문에 운동을 하고도 거꾸로 살이 찌는 사람들이(특히 여성 가운데) 유독 많습니다. 대개는 숨이 많이 차는 고강도 운동이나 근력운동보다는 저강도의 유산소운동을 선호하고, 체질적으로도 폭식에 취약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먹어서 들어오는 열량은 감당 못 합니다. 1시간 걸어봤자 라면 1개를 먹으면 태운 양보다 더 먹는 셈이니, 운동해서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살을 붙이는 꼴이 됩니다. 

따라서 비만하고, 유산소운동 위주로 살을 빼려 한다면 운동 중에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 후에 식욕이 폭발한다면 바로 음식에 손을 대기보다는 일단 물배부터 채워보는 게 좋습니다.


●동적 평형, 정적 평형  

다소 낯선 용어일 수 있지만 몸을 바꿀 때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대원칙입니다. ‘정적 평형’은 우리가 아는 보통의 평형 상태입니다. 탁자에 올려놓은 벽돌이 안 움직이는 것과 같은 상태죠.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서 정적 평형이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흔히 근육, 뼈, 체지방, 피부 등이 일단 만들어지면 다치지 않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조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대부분의 세포는 수명이 있어서 때가 되면 죽어 없어지고 다른 젊은 세포가 대신합니다. 

예를 들어, 피부 세포의 수명은 20일 남짓에 불과해서 한 달 전 사진의 피부는 지금의 내 피부와는 다른 세포, 다른 물질, 다른 조직입니다. 평생을 함께한다고 알려진 뇌세포도 구성 물질을 계속 교환하기 때문에 한 달 정도면 ‘완전히 새로운 물질로 구성된 옛날 그 세포’가 됩니다.  

이렇게 몸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없어지는 것과 새로 생기는 것의 양과 성질이 거의 같아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를 ‘동적 평형’이라고 합니다.  

체지방 감량도 분해되는 양이 생성되는 양보다 많도록 평형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평상시에도, 심지어 다이어트 중에도 몸 어디에서는 새로운 체지방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저 태워 없애는 양보다 적을 뿐이죠. 그럼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분해되는 지방을 늘리기(운동)  
둘째, 생성되는 지방을 줄이기(식이요법)  

둘 중 어느 쪽이 더 쉬울까요? 말할 것도 없이 식이요법이 쉽고 빠릅니다. 뺄 체지방이 얼마 안 된다면 몰라도 식이요법 없이 운동만으로 체중을 빼려다가는 십중팔구 실패하거나 골병만 떠안습니다. 그런데도 왜 운동을 해야 하냐고요? 신진대사량 유지와 몸매 관리 때문입니다. 식이요법이 당장의 살 빼기라면 운동은 장기적인 투자인 셈이죠.
 


●비만과 호르몬

최근 들어 다이어트와 관련해서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는 것이 호르몬과 비만의 관계입니다. 비만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호르몬은 ‘인슐린’입니다. 당분, 그 중에서도 포도당이나 그 결합체인 녹말을 먹어 혈당이 상승했을 때 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입니다. 인슐린은 당분 외에 다른 요소에도 미약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단백질, 특히 류신에 의해서도 분비되고 합성 감미료처럼 열량이 없는 단맛이나 음식의 냄새만으로도 미량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근육과 지방세포 속으로 당분을 들여보내고, 지방세포가 지방을 혈액 속으로 분비하는 것을 막아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게 합니다. 한편 근육 등의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혈액 속의 영양소를 세포 안으로 넣는 숟가락, 그것도 제일 큰 숟가락입니다.  

선천적으로 인슐린이 정상 분비되지 않는 사람들을 1형 당뇨라고 합니다. 인슐린이 분비된다고 해도 몸에서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민감도가 심하게 떨어지는 것을 인슐린 저항성이 크다고 하고,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 할 만큼 저항성이 커서 혈당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2형 당뇨가 됩니다.  

최근의 다이어트 방법들에서 인슐린이 단골로 등장하는 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 인슐린을 낮게 유지하면, 즉 세포에게서 숟가락을 빼앗아버리면 새로운 지방이 합성되지 않는다는 ‘탄수화물-인슐린 가설(Carbohydrate-Insulin Hypothesis)’ 때문입니다. 이후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열풍과 함께 인슐린은 비만을 부르는 악마로 낙인찍히기도 했죠.  

이와 관련해 최근 2~3년간 여러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인슐린은 당분을 대사하는 중립적인 호르몬일 뿐 비만의 주범으로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차츰 오명을 벗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4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 외에도 인슐린은 나트륨 같은 전해질이 배출되는 것을 막아 몸을 붓게 만들고 일시적으로 체중을 늘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체지방과는 무관한 물의 문제입니다.  

인슐린에 이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호르몬은 ‘렙틴’입니다. 렙틴은 주로 체지방이나 위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주고 신진대사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죠.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면 분비되기 때문에 ‘포만감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렙틴은 식욕 저하나 신진대사 상승 등의 긍정적인 작용 덕분에 한때 살을 빼는 기적의 호르몬으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후속 연구 결과 사람마다 렙틴에 대한 반응이 달라 렙틴 수치만으로 비만을 판단할 수는 없으며, 상당수의 비만인은 렙틴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렙틴 저항성’을 지녔음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모두에게 살을 빼주는 기적의 호르몬 같은 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죠.  

단, 다이어트로 인한 렙틴 감소가 식욕 관리를 어렵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장기간의 다이어트로 견디기 힘든 허기를 느끼거나 신진대사가 떨어졌을 때, 렙틴이 이론적으로는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렙틴 수치가 가장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주기적으로 열량을 높여주는 칼로리 사이클링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렙틴의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고 논란도 뜨겁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르티솔’입니다. 코르티솔은 근육을 분해하는 나쁜 호르몬으로 운동인들에게는 악명이 높지만, 실상 여러 얼굴을 지닌 복잡 미묘한 호르몬입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와 피로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때로는 신진대사와 운동능력을 높이면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근육 손실을 유발할 수 있고, 몸에 수분을 잡아두어 혈압을 높이고 일시적인 체중 증가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폭식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화로 치면 나쁜 놈 같기는 한데 완전히 악당은 아닌, 애매모호한 캐릭터입니다.  

다이어트 자체가 몸에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코르티솔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성격이 예민하거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분들은 다이어트로 체중이 줄기는 고사하고 일시적으로 늘기도 하는데 주범이 이놈입니다. 이건 체지방과는 무관한 물의 장난입니다. 이럴 때는 잠시 다이어트를 풀고 휴식기를 가지면 그동안 안 빠졌던 체중이 몰아서 확 빠지기도 합니다.


●지방을 먹으면 체지방으로 쌓일까?  

음식으로 먹은 지방은 그대로 체지방으로 쌓일까요? 사람들이 흔히 품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체지방도 지방이니 지방을 많이 먹으면 체지방도 늘지 않겠냐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 몸의 에너지대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당분이 많으면 당분을, 지방이 많으면 지방을 더 태웁니다.  

‘Train Low, Compete High(훈련 중에는 낮게, 경기할 때는 높게)!’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라톤 같은 지구성 종목의 선수들 사이에 전해지는, 영양에 관련한 격언입니다. 

훈련 중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을 많이 먹어 지방 연소 능력을 키우고, 경기 직전에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당분의 연소 능력을 올린다는 뜻입니다. 지방 연소에 적응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만 당분은 거의 즉각적으로 연소 능력이 올라간다고 해서 과거부터 널리 쓰인 방식이죠.  

이론적으로도 지방은 인슐린 분비를 거의 자극하지 않고 탄수화물 식품보다 포만감 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만 단위 중량당 열량이 높은 것이 지금까지 지방을 꺼리는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탄수화물이 적을수록 몸 관리에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인슐린은 근육량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근육 내에 글리코겐 보유량을 높이고, 파워도 높입니다. 체중과 근육량을 늘리려 하거나 강한 힘을 중시하는 종목의 운동선수는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지방과 탄수화물은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니 본인의 운동 목표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체지방에 대한 오해 세 가지 

첫째, 체지방은 아무리 많아 봤자 기초대사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초대사량은 전자 제품의 대기 전력처럼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때 기본적인 생명 유지에 소모하는 열량을 말하죠. 근육이 많으면 평소에도 에너지를 소모해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다는 건 대개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체지방세포 역시 평상시에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체지방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kg당 매일 3~4kcal로 근육의 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긴 해도 분명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또한 체지방의 무게도 무시 못 합니다. 근육질이든, 고도비만이든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만큼 몸을 움직이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기초대사량 외에 활동대사량도 뚱뚱한 사람이 당연히 훨씬 높습니다.  

둘째, 지방세포는 저장 창고일 뿐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  

지방세포는 항상 바쁘게 움직입니다. 평소에도 혈액 속으로 계속 지방을 내보내고, 한편으로는 남는 에너지를 받아들여 꾸역꾸역 보관합니다. 그래야 혈관을 타고 항상 일정량의 지방이 순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류창고에서 재고품을 먼저 내보내고 새 물건을 받는 것처럼, 지방세포 내에서도 계속 지방이 교환되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포 안의 지방은 모두 새것으로 교체됩니다. 한편 지방세포는 렙틴, 에스트로겐 등 몇몇 호르몬과 생체 조절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기도 합니다.  

셋째, 운동할 때만 체지방을 태운다  

지방 연소는 24시간 이루어집니다. 영양이 충분한 평상시엔 적게 태우고, 운동을 하거나 다른 열량이 부족하면 많이 태웁니다. 지방 축적도 하루 종일 이루어집니다. 음식으로 먹은 당분과 지방, 옆 동네 지방세포나 간에서 분비한 중성지방을 다른 지방세포가 주워 담기도 합니다. 운동으로 지방을 많이 소모했다면 회복하기 위해 그만큼 저장도 많이 합니다.

살이 빠지느냐 아니냐는 태우는 양과 축적되는 양의 균형의 문제입니다. 도입부에서 언급한 동적 평형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죠. 태운 양이 더 많았다면 체지방량은 줄 테고, 합성한 양이 많았다면 늘겠죠. 간단한 산수입니다. 대개는 소모량과 축적량이 비슷해 체지방량도 거의 일정합니다.


●부분 살 빼기가 가능할까? 

‘부분 살 빼기가 가능한가요?’ 체지방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화제죠. 매스컴에는 오늘도 팔뚝살 빼는 운동이라며 주먹만 한 덤벨로 삼두 킥백을 하는 트레이너들이 등장하고, 다릿살을 빼겠다며 하체운동에만 몰두하는 분들이 넘쳐나니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특정 부위만 가늘게 하는 건 지방흡입술을 빼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실상’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유는 가능하다는 주장도 최근 들어 일부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라면 체지방은 몸 전체에서 빠지거나 몸 전체에 붙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인지부조화라는 놈을 붙들고 ‘제발 가능하다고 말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흔히 부위별 운동을 하면 그 부분의 체지방이 탈 것이라 여기는데, 체지방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 근간지방은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지방을 분비합니다. 

특정 부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그 부위가 활성화되며 일시적으로 더 많은 지방을 핏속에 분비할 수는 있지만, 지방세포는 내보낸 만큼 휴식기에 다시 합성해 이전 상태로 복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차이가 없습니다. 실제 한쪽 팔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테니스 선수들을 연구한 결과로도 양쪽 팔의 체지방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단, 근내지방은 가까운 근섬유에서 바로 쓰일 수도 있지만 워낙 미량이라 살 빼기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근내지방을 많이 태우는 운동은 이후에 더 많은 축적을 유도한다는 주장도 많기 때문에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낫습니다.  

지방세포라는 친정을 떠난 지방은 혈관을 타고 몸 여기저기를 떠돌다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들어가 태워지거나, 다른 지방세포로 들어가 새 둥지를 틉니다. 내장지방에서 나온 지방이 발가락을 움직이는 데 쓰일 수 있고, 발뒤꿈치에서 분비된 지방이 내일은 뱃살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지방이 분비되는 곳과 쓰이는 곳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통통한 허벅지를 해결한답시고 하체 운동에 목숨을 거는 건 무의미한 넌센스입니다. 심지어 그 부분의 근육 부피만 키우거나 근내지방 축적을 촉진해 거꾸로 더 굵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부분 살 빼기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죠? 부분 살빼기를 원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과거에도 이에 관련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2013년 사례는 비만 여성에게 좌우 중 한쪽 다리만 운동(레그프레스)하게 해서 그쪽 다리의 체지방이 반대편보다 더 빠지는지를 연구한 것이었는데, 양쪽 다리는 차이가 없고 뱃살이 빠졌다는(?) 퍽 난감한 결과만 나왔습니다. 그래도 어디를 운동하든 내장지방이 먼저 빠진다는 걸 증명했으니 나름의 의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 상체와 하체에서 따로 체지방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드문 사례가 이탈리아에서 나왔습니다. 이 실험은 운동 경력이 없는 평균 31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A그룹은 상체 근력운동 후 하체 유산소운동(사이클)을 30분간 실시했고, B그룹은 반대로 하체 근력운동 후 상체 유산소운동(암 에르고미터)을 30분간 실시했습니다. 이 실험은 ‘근력운동으로 특정 부위 지방세포에서 체지방을 더 분비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지방이 다시 달라붙기 전에 태워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죠.  

실험 결과는 정말로 A그룹은 상체에서, B그룹은 하체에서 더 많이 빠졌다고 나오면서 양쪽 모두 근력운동 부위에서 유산소 부위보다 더 많은 체지방이 빠진 듯 보였습니다. 이 연구로 부분 살 빼기의 가능성이 밝혀졌다며 잠시 화제가 되었지만, 이후 좀더 정확한 DEXA(이중 엑스레이)를 통해 체크한 자료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흥분도 잠깐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 방식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논외로 하고, 부분 살 빼기는 더 정확한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알코올은 정말 체지방이 되지 않을까?

알코올은 몸 안에서 지방과 비슷하게 대사가 이루어집니다. 간에서 유기산으로 분해된 후 지방을 연소하는 회로에 편입되어 연소되는데, 이론적으로 1g당 7kcal 정도를 냅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대사되며 내는 열량의 상당량은 대사 자체와 발열로 소모되기 때문에 실제 쓸 수 있는 열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즉 몸만 힘들게 할 뿐 남는 게 없습니다. 혹여 밥 대신 술을 먹고 운동하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했다면 접는 게 현명합니다. 

‘알코올은 체지방이 되지 않으니 살이 찌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흔히 하는데, 앞부분까지는 맞지만 결론은 사실이 아닙니다. 알코올은 몸에서는 최우선으로 없애야 하는 독극물이기 때문에 직접 지방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알코올을 태우는 동안에는 지방 연소 회로가 멈추므로 체지방세포에서 분비된 진짜 체지방은 연소되지 않고 도로 체지방세포로 돌아가 쌓입니다. 결과적으로 알코올이 체지방이 되지는 않지만 체지방을 늘리는 데는 일조합니다.


●지방은 운동을 시작하고 30분부터 타기 시작한다?

지방은 운동과 무관하게 24시간 타고 있고, 운동을 하면 타는 비율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지 30분 되면 땡 하고 타기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운동 중에 지방을 많이 태웠다면 그만큼 나머지 시간에는 지방이 덜 탑니다. 

결국 같은 강도의 운동을 30분간 연속으로 한 사람과 10분씩 세 번 한 사람은 지구력 발달에서는 차이가 날지 몰라도 최소한 체중 감량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글의 출처_수피 《헬스의 정석》
좋은 것은 물처럼 널리 흘러야 한다고 하죠. 건강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오랜 기간 독자의 선택을 받아온 《헬스의 정석》 시리즈 중에서 약수처럼 우리 몸을 살릴 정보를 길어 올려 다시금 흘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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