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위의 자유, 인라인스케이트 건강학

바퀴 위의 자유, 인라인스케이트 건강학

뇌와 운동

뇌2003년7월호
2010년 12월 08일 (수)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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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서 레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별다른 제약 없이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인라인스케이트는 어린이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올여름 최고의 레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바쁜 업무에 매달리다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인라인을 지치는 사람들은 말한다. “넘어지고 까져도 좋다.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만 있다면”.  


한 통계에 의하면(American Sports Data, Inc) ‘인라인스케이트는 최근 6년 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포츠이며 인라인스케이터의 90% 이상이 35세 미만일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와 함께 젊은 세대층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정착’했다고 한다. 대한롤러경기연맹이 추정하는 국내 인라인스케이트 인구는 약 4백50만 명.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동호인이 급증하고 있어 통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국내에 인라인스케이트가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1986년. 당시에는 인라인스케이트의 한 브랜드인 롤러블레이드가 청소년 사이에 인기였다. 본격적인 보급은 1994년을 전후해서 이루어졌는데, 레저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확산돼 인라인스케이트와 힐링슈즈(바퀴 달린 운동화)의 작년 동기대비 매출 신장률만 각각 2백20%, 60%에 달할 정도로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라인스케이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라인마라톤대회가 열린 것을 비롯, 올해는 더 많은 행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돼 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평형감각 담당하는 소뇌 기능 발달 

인라인스케이트가 이처럼 단기간에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레저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증가를 들 수 있다. 50~60대가 먹는 것으로 몸을 챙기는 보신족이었다면, 30~40대는 건강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세대, 그리고 20대는 재미와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세대에 속한다.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쉽고 간단하게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인라인스케이트 열풍이 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배우기 쉽다는 장점은 장년층과 여성층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정해진 규칙 없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적인 유희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도 들어맞는다. 게다가 학교 캠퍼스나 거리에서, 출퇴근길에 이동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실용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라인스케이트가 각광 받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운동효과 때문이다. 운동의 강도는 시속 6.4km 속도의 조깅이나 고강도 에어로빅과 맞먹는다. 특히 장시간 타고 나면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에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이나 하체근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미국 롤러블레이드사(R/B)가 지원자 11명을 대상으로 비교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인라인스케이팅(450cal)이 조깅(359cal)이나 사이클링(360cal)보다 운동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라인스케이트는 양쪽 바퀴에 온몸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서 있기만 해도 하체가 단련된다. 그냥 타고 다니는 것 같지만 30분 정도의 라이딩으로 땀벅벅이 될 정도로 칼로리 소비가 많은 전신운동이다. 따라서 심장과 폐를 강화하고 말초신경의 혈액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인라인의 기본자세는 평소 잘 쓰지 않는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기 때문에 허벅지의 지방을 연소시키고자 할 때 적합한 운동이다. 측면으로 다리를 미는 움직임은 다리와 엉덩이를 새로운 각도에서 단련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이클이나 걷기보다 다리 근육에 많은 자극을 준다. 

고려대 구로병원 임홍철 교수는 “인라인스케이트는 조깅이나 마라톤과 운동 효과는 비슷하지만 무릎, 발목 등 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관절의 노화 방지와 심장혈관의 정상유지 효과를 볼 수 있어 장년층에게도 무리 없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비만이나 과체중이 많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기 레포츠로 자리 잡았다.

인라인스케이트는 민첩성, 평형성, 근지구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어린이에게도 적합한 운동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뼈마디의 성장판을 자극하여 성장호르몬 분비를 돕기 때문에 키가 잘 자라도록 한다. 그 뿐 아니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며 움직이는 라이딩은 신체의 힘을 분배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기를 뿐 아니라 방향감각, 균형감각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평형감각과 회전감각은 귀속의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을 자극해 그 자극을 소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소뇌의 감각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결과적으로 평형유지기관의 발달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위기대처능력을 키우고, 운동감각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분 좋은 긴장감 속에서 느끼는 쾌감 


인라인스케이팅은 축 늘어진 무기력한 몸에 기분 좋은 긴장을 주고, 삶의 따분함을 날리는 데도 그만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넘어지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지만 그 위험이 주는 쾌감을 즐기기 위해서 탄다”고 한다. 딱딱한 아스팔트에서 아슬아슬하게 커브를 돌 때의 짜릿함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에는 ‘위험 감지기’가 있어 누구나 급류타기, 번지점프같이 위험한 운동을 하면 뇌 속에서 쾌감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때문에 인라인에 중독된 사람들은 점차 고난도의 묘기도 불사하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인라인스케이팅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인라인을 즐겨 타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기초를 제대로 배워서 타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라인스케이트를 꾸준히 타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반복연습을 통해 성취감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담력과 자신감을 덤으로 얻게 된다고 한다. 또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는 순발력과 집중력도 높아진다. 다른 모든 레포츠 마니아들이 그렇듯, 이들 인라인스케이터에게도 약간의 위험 가능성은 그저 그런 일상을 탈피하는, 즐거운 긴장이 되는 셈이다. 다만 넘어져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실력에 관계없이 헬멧 등의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은 필수.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범람하는 시대에 왜 사람들은 이처럼 무동력 바퀴인 인라인 스케이트에 몰두하는 것일까? 경험자들에 의하면 인라인스케이트의 속도 체험은 동력 바퀴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인라인스케이트는 테크닉이 없이는 속도를 내기가 불가능하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동력 장치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번거롭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시속 40~50km를 낼 수 있는 스피드를 지닌 바퀴 위에서 속도감과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그것은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황홀감이다. 일상이 주는 각박함을 벗어나 탁 트인 공원의 아스팔트를 지치면 성취감과 엔돌핀이 솟아오르고 삶의 의욕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라인스케이트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자동차 대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가 하면, 깁스를 풀자마자 다시 바퀴 위에 올라 묘기 연습에 열중한다.

이제 인라인스케이트로 대표되는 레포츠는 세대, 연령, 성별을 넘어선 일반적 문화현상이 됐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일상의 공간을 레포츠 공간으로 바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도심 근교나 교외로 인라인 하이킹을 떠나거나 전국 각지를 여행하는 인라인 투어를 비롯해 인라인 하키, 여성들을 중심으로 하는 인라인 에어로빅, 인라인 마라톤까지 인라인스케이트에 대한 열망은 당분간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인라인스케이트 탈 때 주의할 점


인라인스케이트를 처음 배울 때는 넘어지고 까지면서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 처음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온몸이 긴장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기본자세가 잡히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각종 동작을 마스터할 수 있다. 인라인을 잘 타는 요령은 처음 시작할 때 정확한 스케이팅 기술을 익히는 것. 처음부터 속도를 내려고 하거나 화려한 기술에 욕심내기보다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자세를 빨리 터득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적당히 굽히는 것과 몸에서 힘을 빼는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빠른 속도를 내려면 무릎을 적당히 굽혀야 하고, 어깨에 힘을 빼야 안정적인 자세로 하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장비는 필수,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라 

초보자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자세는 잘 넘어지는 법. 인라인스케이팅이나 힐링(바퀴달린 운동화를 타는 것)은 몸의 균형을 잃는 순간 바로 넘어지는데, 대부분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에서 타다 보니 부상 위험이 다른 운동보다 높은 것이 사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부터 인라인스케이트 바람이 거셌던 미국의 경우 연 10만 명 정도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부상을 당했다는 통계가 있다.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스포츠클리닉 임홍철, 노영진 교수팀의 조사에 의하면 인라인 스케이트로 인한 부상의 절반 이상이 손목에서 팔꿈치 사이의 뼈를 다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팔을 뻗으면서 넘어져 손이 먼저 바닥에 닿기 때문이다. 손목 관절 부상은 뼈가 부러지거나 탈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넘어질 때 무릎이 먼저 바닥에 닿는 경우 무릎인대와 연골판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팔꿈치가 먼저 닿을 경우는 골절될 가능성이 높고, 많지는 않지만 머리를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인라인스케이팅과 힐링을 즐길 때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인라인스케이트나 바퀴달린 운동화를 탈 때는 반드시 머리와 손목, 팔꿈치, 무릎 등 신체 각 부분을 보호하는 보호대를 함께 착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소홀하기 쉬운 것이 손목보호장비인데,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가 손목 관절이므로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인라인스케이트 관련사고 40건 중 85%인 34건이 보호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목이나 팔꿈치 보호대를 하면 90% 이상 부상을 막을 수 있고, 헬멧을 착용하면 심각한 머리 손상의 85%를 줄일 수 있다.

장시간 탈 경우 부작용 우려

전문가들은 잘못된 자세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장시간 탈 경우 무릎 통증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라인스케이팅을 할 때 무릎을 살짝 구부려야 하는데, 이 때 무릎에 하중이 실리도록 하는 자세는 무릎의 연골이나 인대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 뼈는 인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만 무릎 근육이 유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사용하면 무리가 갈 수 있다. 평소 무릎 부위 근력을 강화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인라인스케이팅 전에 무릎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 근육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것이 상책이다. 아울러 요통이 있는 사람은 바퀴달린 운동화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힐링슈즈는 발 앞쪽을 든 상태에서 뒤축에 위치한 바퀴 하나로 균형을 잡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엉덩이 뒤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허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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