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봉사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점수를 따기 위한 형식적인 활동인가?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오가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또 다른 스펙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는 봉사활동은 자기주도적이고 팀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 벤자민학교 학생들의 러브핸즈 봉사활동(사진=육동현 군)
이웃과 함께하는 삶
벤자민학교 충북학습관 13명의 학생은 지난해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청주육거리 종합시장으로 나갔다. 장사를 하는 어르신들에게 짝을 지어 어깨를 풀어드렸다. 이른바 효캠페인으로 ‘러브핸즈’(Love Hands) 봉사활동을 한 것.
김선영 양은 “많은 사람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온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어르신들도 고마워했다.
7월에는 서울강남학습관 육동현 군이 동기들과 지역으로 내려갔다. 4일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천안까지 러브핸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국의 인성영재들과 함께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시민들에게도 봉사하기 위해서란다.
김인욱 군은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던 사람들에게 계속 시도하니 웃으면서 먼저 다가와서 선뜻 기부금을 주기도 했어요. 러브핸즈를 하면서 힘이 많이 났습니다”라고 웃었다. 김민정 양은 “고운 말을 하면 고운 말이 온다는 속담처럼 사랑을 주면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라고 전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참석했다. 전북학습관 학생들은 7월 이후 매달 전주 불교문화회관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대상으로 무료급식봉사를 했다. 봉사는 채소 다듬기, 도시락 싸기, 배식, 설거지, 식기 정리 등으로 진행됐다. 박은석 군은 "매달 봉사를 하면서 참여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라며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니 일은 힘들었지만 보람이 컸다"라고 말했다. 홍은서 양은 "생전 처음으로 감자를 깎으면서 '이렇게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감사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전했다.
경남학습관은 진주복지원으로 갔다.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한현주 양은 “꾸준히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그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의 맑고 순수한 느낌으로 힐링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경기북부학습관과 인천학습관 21명의 학생은 11월 12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횡성을 다녀왔다. 한국경진학교 발달장애우 가족캠프 진행 봉사활동에 참가한 것. 전우주 군은 자해 장애우와 짝을 이뤘다.
“만나자마자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자해를 해서 처음에는 당황했어요. 장애우 어머니께서 ‘자해를 하고 가만히 있지 못해서 힘들 거다.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셨는데 오늘 제가 짝꿍이 되기로 했으니 맡겨달라고 했어요. 함께 있으면서 제 짝이 하는 행동과 마음을 잘 관찰하고 자해를 반복되는 과정을 미리 알아 진심으로 설득하고 서로 다치지 않게 제어하니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었어요”라고 전 군은 말했다.

▲ 왼쪽부터 벤자민학교 김은비 양, 최종우 군, 임진경 양. 천안 흥타령 축제서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작품을 만들었다(사진=이효선 기자)
거리를 살리고 아픈 역사도 치유해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독도가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의 땅이라고 생각하나?’에서 대부분 외국인은 '한국에 비해 일본 거리가 훨씬 깨끗하므로 일본이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답한 것을 보았어요. 충격이었죠.”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 이유진 양은 김정연, 이예원 양에게 제안했다. 안양1번가의 쓰레기를 치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자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랐다. 안양시청에 민원을 올리자 환경미화팀이 나왔다. 또 시민들이 쓰레기통이 눈에 띄지 않아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봤다. 학생들은 쓰레기통 설치를 제안했고 시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리 환경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도 쓰레기통 관리에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벤자민학교 충남학습관 김은비 양과 친구들은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귀향>이 투자 등의 이유로 개봉이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들은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KFC(Korea Fan Crea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통 부채를 직접 제작하고 판매해서 수익금으로 할머니들이 사는 나눔의 집에 후원했다. 32명의 학생이 대일항쟁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을 소재로 독립운동과 위안부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10일 충남 천안 흥타령 춤 축제의 무대에 올려졌다.
김 양은 “시간이 흘러간다고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라며 “많은 사람이 역사를 바로 알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