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휴대폰 전자파 논란

다시 불붙은 휴대폰 전자파 논란

생활 뇌의학

뇌2003년9월호
2010년 12월 06일 (월)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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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전자파흡수율이 9월 1일자로 전면 공개되었다. 각 회사와 모델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전자파흡수율을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폰 가입자 수가 약 2천만 명에 이르는 이동통신 대국인 우리나라에서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첨예한 관심사. 이번 전자파흡수율의 공개 역시 이런 세인의 관심을 반영한 조치다.

휴대폰 전자파흡수율(SAR, Specific Absorption Rate)이란 휴대폰 전자파가 사용자의 얼굴과 두부에 흡수되는 에너지 양을 수치화한 값이다. 현재 세계 각국 정부에서는 전자파의 잠재적 위험성을 우려하여 SAR를 기준으로 휴대폰을 규제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휴대폰 SAR 허용치는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규정한 1.6w/㎏이며 이는 국제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번 전자파 흡수율 공개에 대하여 관련 학계나 업계에서는 이견을 보인다. “통화가 잘 되면서도 흡수율이 낮은 휴대폰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흡수율은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서울대 이재선 박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모두 세계보건기구의 전자파 기준치 미만의 흡수율을 보이기 때문에, 제품 간의 차이는 별로 의미 없는 숫자”라고 말한다. 어쨌든 소비자들은 흡수율을 휴대폰 선택의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업체도 전자파 흡수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나지 않은 상반된 견해

전자파는 텔레비전, 컴퓨터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서 나온다. 그런데 유독 휴대폰 전자파가 문제시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휴대폰 전자파가 뇌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작용하고, 만일 뇌에 손상이 올 경우 그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그간 휴대폰 전자파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어 왔다. 지금껏 발표된 연구들 중에는 휴대폰 전자파가 두통이나 어지럼증, 뇌종양이나 치매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다수 있었다. 미 캘리포니아 건강국은 전자파가 백혈병이나 성인 뇌종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스웨덴의 국립연구소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국립보건원 산하 환경보건연구소에 따르면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것과 동일한 세기의 전자파를 쥐에게 하루 2시간씩 50일간 노출시켰더니 쥐의 뇌세포 상당 부분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는 휴대폰의 전자파가 뇌의 학습, 기억,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세포들을 파괴하고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발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십대들의 경우 성인보다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전자파가 덜 나오는 휴대전화를 권장하고 있으며, 전자파 흡수율의 기준치를 국제 기준치인 1.6w/kg에서 0.6w/kg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파를 연구하는 충남대 백정기 교수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지만 같은 조건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 재연성이 잘 입증되지 않아 설득력이 약한 연구도 많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간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씻기 위해 지난 96년 국제 전자파 프로젝트(EMF)를 발족하여 2006년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40여 개국에서 표준화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연구 주제로는 휴대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두통이나 뇌암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의대 이재선 박사 팀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 박사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유해성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 실험 결과, 현재 알려진 기준치에서 최고치의 전자파를 10주간 쥐의 전신에 노출시켰을 때 유해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2년간 장기 노출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 연구의 결과는 2004년 말에 나온다고 한다. 또한 전자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쥐의 뇌에만 전자파 자극을 주는 실험이 올 9월 시작되어 내년 말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자파 피해 최소화하려면

휴대폰은 그 원리상 전자파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과다한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 현대인의 일상용품으로 자리잡은 휴대폰의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고 간주되는 기준치 이하이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나, 가능하다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휴대폰 전자파는 주로 안테나에서 집중적으로 방출된다. 전자파는 거리가 2배가 되면 그 파장이 1/4로 줄어들므로 안테나로부터 떨어지게 하는 핸즈프리를 사용하는 것이 전자파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다. 관련 실험 결과에 의하면, 3~5분 정도의 짧은 통화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다만, 30분 이상 장시간 통화할 경우에는 핸즈프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휴대폰을 목에 거는 것은 바람직한 습관이 아니다. 분실을 막거나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자파가 심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요즘은 휴대폰 사용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신경계통이 아직 덜 발달한 상태이고, 세포가 성장하는 시기에 있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에 더욱 주의를 요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가능하면 쓰지 않도록 하며 굳이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통화는 짧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휴대폰 전자파는 ‘뇌’에 유해한가? 아마도 그 답은 WHO의 연구가 종결되는 2006년에나 듣게 될 것 같다. 현재까지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확증이 부족하지만 무해하다는 확증도 없다”는 애매한 결론.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휴대폰의 편의성이 침범 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다.

글│정호진 hojin@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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