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본능적 욕구를 넘어, 인간은 ‘이것’을 위해 섹스한다!

[기획연재] 본능적 욕구를 넘어, 인간은 ‘이것’을 위해 섹스한다!

[7] 인성의 시작, 성性을 말하다

성(性, sex)은 너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인간을 창조해 내는 감동적이고 신비스러운 과정이며, 낭만적 사랑의 완성점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정을 형성하고 유지해 주는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시에 성은 유희의 도구로, 권력의 수단으로 쓰일 때도 있고 혹은 남용과 착취와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섹스(sex)'라는 말이 '쾌락'과 동일시되면서 성(性)이 왜곡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송, 광고 등의 각종 매스미디어에서는 성(性)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임에도 성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들과 엮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섹스(sex)'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나누다, 떼어놓다'의 의미인 'sexus'에서 비롯되었다. 14세기 말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에 암수의 동물을 실었다'는 내용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수컷(male sex)'과 '암컷(female sex)'을 표현하고자 처음 사용되었다. 즉 섹스는 ‘하나의 인격체가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졌다’로 해석할 수 있다.

한자에서 '성(性)'은 '마음 심(忄=心)'자와 '몸 생(生)'자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심(心)에는 '마음, 근본, 본성'이라는 뜻이 있고, 생(生)에는 '낳다, 살다, 목숨'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성(性)은 마음과 몸, 바꿔 말하면 인간 자체를 의미하며 결코 성행동, 성적 쾌락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마음이 나오는 곳'이란 뜻이다.

이처럼 동양과 서양의 ‘성(性)’에 대한 인식은 현대 사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쾌락을 넘어

뇌 생리학으로 보면 연애나 섹스할 때 느끼는 기쁨이나 쾌락은 생식기가 아닌 뇌에서 느낀다. 인간이 느끼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모든 자극은 뇌로 전달되어 처리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성욕, 식욕, 수면욕 등 동물적 본능을 담당하는 곳은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 해당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전기자극으로 간질 환자를 치료하는 연구를 시도했다. 간질 환자의 측두엽에 전기자극을 가하자, 평소 정숙하기만 하던 여성 환자들이 갑자기 남성의 손에 키스하거나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통해 측두엽에서도 ‘A10’ 신경이 넓게 분포된 곳에서 인간이 가장 큰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A10 신경섬유는 뇌간에서 시작되어 시상하부, 대뇌변연계, 대뇌신피질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일명 쾌감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이 시상하부의 A10 신경에서 분비되면 식사, 섹스 등의 원초적 쾌감을 느낀다. 분노나 경계, 탐색 등의 공격성과 관계가 깊은 대뇌변연계의 편도에서 분비되면 스포츠나 게임에 이겼을 때 느끼는 쾌감이 느껴진다. 대뇌기저핵에 위치한 A10 신경이 자극받으면 얼굴 표정이 풍부해지고 행동이 활발해진다. 즉, 쾌감을 느끼면 감각이 살아나고 발달할 뿐만 아니라 학습, 사고, 행동, 표정, 성욕 등도 풍부해진다.

A10 신경은 파충류, 개나 고양이 등의 모든 동물에 있으나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 신경을 스스로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쾌감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신피질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쾌감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외부 자극에 의해서만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신피질을 가진 인간은 스스로 마음이나 정신 상태를 조절해 쾌감 호르몬의 하나인 베타엔돌핀이 분비됨으로써 A10 신경을 자극하여 쾌감을 느끼게 된다.

즉, 인간은 섹스하는 것 이상으로 고차원적인 쾌락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남들 보기에 고행의 생활 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이나 자아실현 등을 추구하며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A10 신경에서 쾌락 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감마아미노부티르산을 분비한다. 이런 조절기능은 식욕뿐 아니라 성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신피질에서는 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 정신적 쾌락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인간은 섹스를 본능적 욕구를 넘어, 육체적 결합을 통해 정신적 쾌감을 높이는 것으로 승화시켰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본다면 섹스는 부끄럽고 숨길 것이 아닌, 사랑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방법이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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