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반 상담심리] 불안과 우울은 어디에서 오는가?

[뇌 기반 상담심리] 불안과 우울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음의 그림자에 관한 신경과학적 이해와 회복의 길

브레인 113호
2025년 10월 30일 (목)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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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불안과 우울.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때로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하는 이 감정의 그림자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현대 사회에서 매우 흔한 정신적 문제가 된 불안과 우울의 무게에 많은 이들이 힘겨워한다. 뇌과학은 이러한 고통의 실체가 뇌의 특정 신경회로와 기능 이상에 있음을 밝혀내고 있고, 뇌 기반 상담심리는 이를 바탕으로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치유의 길을 모색한다.
 

▲ 마음의 그림자에 관한 신경과학적 이해와 회복의 길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신경망의 이상

우리의 뇌는 복잡한 감정의 교향곡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하지만 때로는 특정 악기가 너무 큰 소리를 내거나, 지휘자의 통제가 약해지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불안과 우울은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신경망, 특히 특정 부위들의 기능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 감정의 경보 시스템 : 편도체(Amygdala)의 과활성

우리 뇌 깊숙한 곳에 자리한 편도체는 감정, 특히 공포와 불안을 처리하는 핵심 영역이다. 위험을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돕는 생존에 필수적인 ‘경고 시스템’이지만,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경우 이 편도체가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치 화재경보기가 적은 연기에도 요란하게 울리는 것처럼,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불안을 느끼고 강한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편도체의 과잉 반응은 끊임없는 걱정, 회피 행동 등 다양한 불안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2. 감정의 조절자 :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기능 저하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피질은 계획, 의사결정, 감정 조절 등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CEO’ 역할을 한다. 건강한 뇌에서는 전전두피질이 편도체 등 변연계의 감정적 반응을 적절히 통제하고 조절하는 ‘하향식 조절(top-down regulation)’을 수행한다. 하지만 불안이나 우울이 있는 경우, 이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작동하여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내측전전두피질(medial PFC) 기능이 약해지면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우측 전전두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좌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저하되는 불균형은 부정적 감정을 더 쉽게 느끼게 하고, 긍정적 목표 추구 행동을 어렵게 만들어 불안과 우울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보상 회로의 고장 : 즐거움의 상실(Anhedonia)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는 이전에 즐거움을 느꼈던 활동에서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무쾌감증’이다. 이는 뇌의 보상 회로와 관련된 선조체(striatum) 등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깊다. 보상 회로는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고 동기를 부여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삶의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4. 연결의 문제 : 변연계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불안과 우울은 편도체, 해마 등을 포함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라는 감정중추의 기능 장애와 깊이 연관된다. 여기에 더해, 신경세포 간의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또한 중요한 신경생물학적 요인이다. 기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도파민(dopamine)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이나 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불안과 우울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GABA(gamma-aminobutyric acid)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나, 반대로 뇌를 흥분시키는 글루탐산염(glutamate)의 증가는 감정 처리 과정의 과활성화를 초래하여 불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뇌를 재훈련하는 과정 

과거에는 한번 형성된 뇌는 변하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이제 뇌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 재조직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밝혀졌다. 

이는 불안이나 우울로 인해 변화된 뇌 기능 역시 적절한 개입과 훈련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뇌 기반 상담심리는 바로 이 신경가소성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1. 뇌를 알면 길이 보인다 : 심리교육의 힘

뇌 기반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자신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자신의 불안이 의지박약이 아니라 편도체의 과활성화나 전전두피질의 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통제감을 느끼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뇌가 어떻게 정서를 처리하는지, 왜 특정 상황에서 불안이나 우울을 더 많이 느끼는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2. 뇌의 재배선 작업 : 신경회로 바꾸기

뇌 기반 상담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회로를 약화시키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새로운 신경 경로를 강화하는 ‘뇌의 재배선 작업’을 목표로 한다. 이는 크게 하향식 조절과 상향식 조절로 나뉜다.

• 하향식(Top-down) 조절 강화

인지행동치료(CBT)가 대표적이다. 부정적인 사고 패턴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CBT는 논리적 추론, 감정 명명하기, 인지 재구조화 등의 기법을 통해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CBT는 불안장애 환자의 과활성화된 편도체를 안정시키고, 우울증 환자의 감정 처리 및 보상 회로 기능을 정상화하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 상향식(Bottom-up) 조절 활용

마음챙김 명상, 이완 기법(복식 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 감각 운동 통합 치료 등은 편도체를 비롯한 하위 뇌 영역의 과도한 흥분을 직접 진정시키고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마음챙김기반스트레스감소(MBSR)나 마음챙김기반인지치료(MBCT)와 같은 프로그램은 현재 순간의 경험을 비판단적으로 수용하는 알아차림 훈련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에 빠지지 않고 현재에 머무르도록 돕는다.

• 통합적 접근

많은 경우, 이러한 상향식 및 하향식 접근을 통합적으로 사용하여 뇌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고 감정 조절 능력을 최적화한다.

3. 꾸준한 연습으로 새로운 신경회로 만들기

새로운 신경회로가 뇌에 견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치료자와 함께 안전한 환경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되거나, 일상생활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뇌는 점차 새로운 반응 방식을 학습하게 된다.

뇌 기반 심리치료는 내담자가 자신의 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불안이나 우울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뇌 조율(brain tune-up)’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뇌에 대한 이해는 마음의 병을 이겨낼 강력한 열쇠를 쥐는 것

불안과 우울은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함이나 의지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뇌의 특정 영역의 기능 이상과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라는 명확한 신경과학적 근거를 가진다. 뇌 기반 상담심리는 이러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뇌의 놀라운 변화 가능성인 신경가소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스로 불안과 우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지속적인 뇌영상기술의 발전은 치료 전후의 뇌 기능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특정 치료법이 어떤 신경회로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여, 내담자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곧 마음의 병을 이겨낼 강력한 열쇠를 쥐는 것이며, 과학적인 이해와 적절한 개입을 통해 충분히 극복가능한 마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글_고건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상담심리학과 학과장, 마음건강교육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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