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달인' 나승연이 꼽은 최고의 연설가는 유재석

'소통의 달인' 나승연이 꼽은 최고의 연설가는 유재석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나승연 대변인 한양대학교 강연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나승연 대변인이 한양대학교를 찾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나승연 대변인이 29일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리더스 콘서트>에서 '리딩으로 소통하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나 대변인은 최근 <세계를 감동시킨 나승연의 프레젠테이션>에 나온 내용을 들어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아래는 한양대학교 학생들과 나눈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Q. 아리랑TV 앵커 출신이다. 거기서 얻은 방송 교육 등이 프레젠테이션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다. 어떤 도움을 받았나?

아리랑TV 공채 1기로 들어갔다. 다른 후배들 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MBC, CNN, BBC, CNBC 등의 앵커들이 와서 기사 작성부터 앵커링, 프레젠팅 등의 교육으르 받았다. 그 중 소리내어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헤드라인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때 했던 훈련이 현재 프레젠테이션할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Q. 평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던)어릴 적 경험 때문에 3년마다 친구를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어려움 보다는 나만의 노하우를 습득하게 됐다. 살기 위해서(웃음). 성격이 외향적이지도 않고 내 말을 하는 것도 싫어한다. 일찌감치 알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주로 많이 들었다. 말을 들어줌으로써 그들이 하는 말이 나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자산이 되었다. 읽기와 비슷하다. 평창을 준비하는 1년 반 동안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의 노하우나 경험, 같이 애기하면서 많이 배웠다.

Q. 책이나 설명문 같은 것을 읽을 때 중요한 정보를 잘 골라서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한가지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눈으로만 소화하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으면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단어를 건너뛸 수가 없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귀까지 듣기에 이해도와 집중도가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메모를 많이 한다. ‘앗! 이것 같다.’ 그때 적으면 정리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설명문이나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은 자꾸 읽다 보면 보이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이 보이게 된다.

Q. 신문을 읽을 때 관심 기사만 보는지 아니면 전체적인 모든 분야의 기사를 다 보는지 궁금하다.

한동안 인터넷으로만 신문을 읽었다. 하나의 매체뿐만 아니라 미국, 외국까지 인터넷으로 보니 편했다. 그러다 보니 나쁜 습관이 생겼다. 나의 구미에만 맞고 내가 좋아하는 섹션만 읽으며 세상을 좁게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신문구독을 다시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신문 배달 오는 소리에 일어나 떨리는 마음으로 신문을 보면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헤드라인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보게 된다. 왠지 더 경험하는 것이 많아지고, 아는 것도 많아지는 것 같다. 새벽에 신문 보는 시간이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

 

Q. 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편이라고 했는데, 듣기 싫을 때 들어야 할 상황이 있다. 완곡하게 화제를 돌리거나 거절하는 방법이 있는가?

경청하는 스킬이 있다고 한다. 무의식 중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 눈도 계속 마주치고 말을 이어가게끔 나도 모르게 한다. 듣기 싫을 때는 눈을 피하고 대답도 느리게 하고, 그러한 바디랭귀지로 1차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도 그 사람이 캐치를 못하면.. 시계를 보거나 멀리 보거나 해도 그 사람이 모를 수 있다. 그럴 때 솔직하게 정직하게 예의를 지키며 그 사람이 말을 쉬는 지점에 적당하게 끼어든다. 하고 싶은 말을 한다든지, 화장실을 가야겠다 하며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듣는 척 하면서 안 듣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인터뷰 스킬하고도 관련 있는데 자리를 피할 수 없을 때는 그 사람이 한 말 중 키워드를 뽑아 내가 화제를 돌리는 것이다. “어 맞아, 나도 동의를 해. 그런데 말이야 이러한 포인트가 있더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질문에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좋은 질문이예요.”라며 질문을 인정 해주고 키워드를 뽑아 내가 하고 싶을 말을 이어나간다.

Q. 반대로 상대방이 내 말을 듣기 싫어할 때 혹은 프레젠테이션할 때 주의를 집중하는 방법이 있는가?

먼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청중이 알아듣기 힘든 어투로 하는지, 너무 지루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는건 아닌지 나의 문제일 수가 있다. 먼저 반성을 한다.청중의 대부분이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내용을 과감히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때로는 적대적인 관중도 있다. 그 중에서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내 말에 호응에 주는 사람이 있다. 예의는 지키되 적대적인 관중은 과감히 버려라. 나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 집중하면 된다. 너무 거기에 신경 쓰고 기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가 뭘 잘못하는지 리뷰해 보고 잘못한 것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성격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 있다. 프레젠터(발표자)들도 긴장해서 내가 준비한 말만 일방적으로 하려고 한다. 소통이 아니라 경직된 얼굴로 했을 때는 청중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예의를 지키고 있나? 되돌아 봐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웃는 거다. 호르몬 때문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거울효과라고 한다. 미소 짓는 사람을 보면 미소 짓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한다.

Q. 20대에 읽기 이외에 어떤 것을 중시했는가? 지금 20대들이 해봤으면 하는 일이 있는지

20대에는 읽기에 관심이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책을 좋아했지만 20대에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한글로 된 책은 나에게 친구가 아니었다. 몸으로 부딪히는 일을 많이 했다. 동아리 활동, 방송국 인턴부터, 연애까지… 연애할 때는 2년 간 학업과는 거리가 멀었다.(웃음)

20대에는 솔직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한 꿈이 없었다.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했었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차츰차츰 꿈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다. 20대 초반에는 많이 방황하고 많이 넘어지기도 했다. 그것이 나중에 다 자산이 되었다. 지금 20대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이는 읽지 말았으면 한다. 교과서적인 스펙쌓기 보다는 읽더라도 정말 다양한 것을 읽고, 나가서 많이 해봤으면 한다. 아이슈타인이 너무 책을 읽으면 책을 읽는 나를 착각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나의 판단력이 생겨야 한다. 읽더라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본다.

Q. 앞으로 최종 꿈과 목표에 대해 궁금하다.

평창을 통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1년 반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처럼 추진력과 인내심이 있고, 똑똑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진짜 한국 사람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그런데 왜 안 나가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언어 문제가 크다고 봤다. 너무나도 훌륭한 프로젝트 있지만 외국에 나타낼 수 있는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본인이 쑥스러워서 자신이 없어서 시도를 못해보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있는 능력은 소통능력이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싶다.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를 홍보하고 여러분의 지평선을 더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여러분이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여러분의 꿈이 성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Q. 더반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삶의 위기나 고비가 있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유년시절을 거의 외국에서 보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정착해서 살 때 나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어릴 때 외국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봤던 시선이 고등학교 때는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한국에 오니 너무나도 똑똑한 친구들이 많고 공부도 훨씬 더 많이 해야 했고, 당시까지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공부해야 했다. 1년 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그 기억을 지워버렸다.

외국에서는 모든 것이 쉬웠지만 나에게는 뿌리가 없었다. 부모님이 너는 뿌리가 필요하다며 한국에 돌려보냈다. 20년 동안 뿌리 없이 지내다가 뿌리내리는 과정이 어려웠다. 대학교 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가 뭔가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부모님도 외국에 있었기에 많은 부분 혼자 해결하며 독립심을 키웠던 것 같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의 전환이 있었다.

Q. 프레젠테이션 할 때 아이컨택(eye contact,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나 제스처 등을 어떻게 연습하면 되는가?

읽기는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이 된다. 많이 읽을수록 좋은 내용을 뽑아내고 정리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 준비하는데 특히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소리 내어 읽었으면 한다. 내 목소리를 들어봄으로써 불필요한 내용, 지루한 부분 등이 들린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말할 때 제스처를 많이 쓰지 않는데 꾸준히 연습하면 말하는 것과 제스처가 하나가 되며 어느 순간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제스처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연습해 보라. 자신의 제스처가 끝까지 어색하다면 과감히 빼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눈 마주치는 것에서는 큰 강연장은 앞 뒤 좌 우 골고루 보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키워드나 문장의 마지막 부분은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몇 명이라도 정말 눈을 마주치고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면 옆에 있는 사람도 ‘아 우리와 소통하는구나’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끄덕끄덕해주고 웃어주는 사람을 찾아 눈을 마주치면 용기기 생긴다.

Q.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강연자 중 훌륭한 연설가는 누구인지 혹은 어떤 프레젠테이션 좋았는지 예를 들어주면 좋겠다.

TV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MC중 한 명은 유재석 씨다. 좋아하는 이유는 그 분의 성품이 나온다고나 할까? 많은 게스트들이 나와도 항상 게스트를 배려하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며 말을 똑부러지게 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유재석 씨가 하는 말은 쉽게 들리고 귀가 좋아하는 것 같다. 즐겁고 감동을 주고, 배려심.. 성품이 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TV에 나오는 사람 중 가장 호감을 갖고 본다.

정치인 중에서는 윈스턴 처칠이다. 20세기 명연설가라고 하는데 그는 연습을 통해 명 연설가가 되었다는 것이 희망을 준다. 하지만 요즘 스피치의 스타일이 바뀐 것 같다. 정치인은 연설보다 대담형식으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 개인적 대화체로 바뀌는 것 같다.

Q. 지난해 더반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 김연아 선수에게도 프레젠테이션 팁을 줬는지 궁금하다.

김연아 선수와 프레젠테이션 트레이닝을 함께 했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였던 테렌스 번스는 운동선수와 스피치 트레이닝 하는 것이 가장 쉽다고 말하더라. “오늘 가서 10번 연습해 오세요.”라고 말하면 운동선수들은 50번, 100번을 한다. 그들은 연습의 효과를 아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도 누구 못지않게 연습했고, 한 마디를 알려주면 2~3개를 따라잡았다. 괜히 세계적인 선수가 아니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써준 본인의 스피치 원고를 연습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말 뿐만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 감정을 느껴보라고 주문했다. 그런 것을 다 아울러 더반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 때에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 보다 120%를 보여줬다. 너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때 더 잘하는 사람이 김연아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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