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되고 싶나?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라

좋은 부모가 되고 싶나?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라

[인터뷰] 부모교육전문가 서윤정 단월드 팔팔센터 원장

2012년 05월 21일 (월)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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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세대는 정말 열심히 사셨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나라를 세워 산업화를 해내기까지 우리 부모님들은 눈코 뜰 새 없는 세월을 보냈다. 당시 좋은 부모는 하루 세끼 끼니 거르지 않고 지붕 있는 집에서 재우고 제철에 맞는 옷 입혀주는 것이었다. 그 시대 화두는 '잘 살아보세'였다.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쳤던 것은 경쟁이었다. 살아남는 것이, 그것도 남들보다 더 잘 사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 젊은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모두 이루어진 세계 경제 10위권에 드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세상이 아니다. 차고 넘치는 것이 물질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우울하다.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 4년 내내 우리나라 아이들이 OECD 국가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로 조사되었다.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매사 의욕이 없다.

그 가운데에 끼인 부모세대가 위태롭다. 물질이 최고라던 부모 아래에서 자라나 경쟁만 알고 컸는데, 막상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아보니 흘러넘치는 물질 속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해줘야 할지, 어떤 기준을 제시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것저것 책도 보고 교육도 받아봤지만, 아이들과 대화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서윤정 원장은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바로 '명상'이다. 지난 9일 오후 브레인명상 단월드 팔팔센터에서 서 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그의 부모교육론은 근본적이지만, 하기 쉬운, 확실한 것들이었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로 서울시교육연수원 부모교육 지정·추천강사로도 활약하는 서 원장이 명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유는 간단했다.

"부모교육을 받는 모든 부모들은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나를 되돌아 보는 것, 자아 성찰의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 요즘 우리나라에서 '부모교육'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부모교육 전문 트레이너로서 어떻게 보나.

사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부모교육이 전무하다. 의식주 해결이 힘들었던 과거 우리 부모세대는 부모교육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먹고 살기가 바빴다.

그런데 지금 학부모들은 다르다. 물질은 풍족한데 정신이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내 부모로부터 배웠던 부모의 역할과, 지금 내 자녀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부모의 역할이 다르다.

게다가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온갖 정보가 흘러넘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자녀를 잘 기르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이 외국에서 들어온 대화법, 훈육법을 소개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감정코치'나 '대화법' 같은 것이다. "너 지금 화가 났구나"하고 인정해주면 아이가 '아, 엄마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자기 문제를 엄마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책에서 나오는 공식일 뿐,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왜?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엄마가 뭘 알아!"하고 화를 낸다. 부모는 '역시 안 되는구나'하고 체념하게 된다.

-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하는가.

내가 내 마음이 어떤지도 제대로 들여다보고 살지를 않는데, 어떻게 책 한 권 읽었다고, 부모 교육 한 번 받았다고 자식 마음이 보이겠나. 기술만 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교감, 공감을 해야 한다.

나의 부모 세대로부터도 제대로 공감을 받지 못하고 살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런 시절이었다. 당시의 '좋은 부모'는 세끼 해결해주는 부모였다. 그런데 어느새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이 점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부모로부터 공감 받지 못했지만, 나의 자녀는 공감해야 하는 것이다.

- '자기를 들여다본다'는 표현을 했다. 우선 부모 스스로가 자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부모 교육을 하면 마지막에 많은 부모들이 말한다. "내 문제였어요"라고. 자기 모습을 본 그 순간부터 자녀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부모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셀프코칭'이다. 내가 나를 코치할 수 있어야 자녀도 코치할 수 있다는 것. 부모 자기 삶이 뒤죽박죽인데 어떻게 자라나는 선수를 코치할 수 있겠나. 그래서 첫 단계로 부모가 자신의 삶을 코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셀프코칭'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막상 꾸준히 하려면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자기 삶을 코치하는 '셀프코칭'은 곧, 자기 삶을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자기성찰법이 바로 '명상'이다. 자기의 감정 상태, 고민, 근심, 걱정을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명상을 통해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왜 그렇게 아이를 닦달하는지, 편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기술로 되는 게 아니다. 기술을 쓰기 이전에 우선 부모 자신을 성찰하고 나의 성격과 기질이 무엇으로 비롯되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 자기성찰법으로 '명상'의 효과는 익히 들어왔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많은 CEO들이 하루 10분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명상을 통해 나를 보는 눈이 키워졌다면 그다음은 무엇인가
.

부모 교육을 통해 만난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떤 가치관을 심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요즘 보면 이 학원이 좋다고 하면 '와!'하고 다 몰려가고, 또 저 학원이 좋다고 하면 '와!'하고 쏠려간다. 뭐가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인지 부모 스스로가 중심철학이 없으니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시중에 많은 자녀 교육법들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기술적인 면에 집중한 것이 많아 정작 철학이나 가치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바로 〈단동십훈(檀童十訓)〉이다. 단군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왕실육아법인 〈단동십훈〉은 아이에게 "너는 땅에서 사람의 역할을 다 하고 하늘로 돌아갈 하늘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내 몸으로 낳은 내 부속물이 아니라, '하늘이 내어준 사람'이라는 뜻으로 존중의 개념을 담고 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천지 만물의 이치를 깨우치라는 '도리도리(道理道理)'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은 '잼잼(지암지암, 持闇持闇)' 모두 〈단동십훈〉에 나온 훈육법이다.

얼이 작은 '어린이'를 얼이 큰 '어른'으로 만들고, 그 어른을 정말 신(神)과 같은 '어르신'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의 자녀교육법이었다.

- 그렇다면 지금 부모들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자녀를 교육하면 되나.

요즘 아이들 무엇이든 쉽게 의욕을 갖지 않는다. 부모는 끊임없이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아이들은 경쟁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의욕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의욕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우선 자기 존중감이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종중, 믿음이 있을 때 그다음 단계도 갈 수 있다.

〈행복보고서〉라는 책을 보면 하버드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답한 아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부모로부터 자기를 성찰하는 법을 배웠거나, 아니면 아이 스스로 '나는 왜 태어났느냐'는 질문을 계속해온 것이다.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부모는 아이가 행복한 일을 할 수 있게 코치를 해주던가, 아니면 아이가 행복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글·사진. 강천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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