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2년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다

[기획] 2012년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다

집중리포트

브레인 33호
2012년 04월 06일 (금)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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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예고된 해입니다. 그 변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지금 우리의 선택이 인류의 미래에 아주 중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자각입니다. 물질 중심의 가치와 경쟁 논리로 치닫고 있는 우리 문명이 어떤 변화를 선택해야 할지 <브레인>이 짚어봤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 

 ● 물질문명 시대를 돌아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속도에 너무 익숙해졌다.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할 새도 없이 세상의 속도에 맞춰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낙오되지 않기 위해 뛰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에게 왜 뛰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너무 지쳐서 조금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항변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 누구 하나 위로하고 공감하기는커녕 내가 쓰러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됐을까. 원래부터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웬만해선 이를 멈출 수도 없다. 멈춰서 이 행렬이 어디로 가는지 가늠한다는 것은 다시는 그 행렬에 낄 수 없는 낙오자가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다소 뜬금없지만, 그래서 잠시 멈춰보기로 한다. 조금 거창하지만 우리 문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로 한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굳이 멈추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다.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상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지구 환경 파괴니 세계 경제 위기니 하면서 멀리 갈 것도 없다. 세계 경제대국 11위인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 불안정,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하루에 42명씩 스스로 생을 포기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연령별 사망 원인에서 10대~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20대 사망자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거의 절반(44.9%)에 이른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창창한 앞날을 놔두고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우리의 삶이, 21세기 자본주의를 달려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창창하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달리는 차에 올라탔는데 운전자가 없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심정이다. 보이고 들리는 것은 심상찮은데, 달리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길 끝에 벼랑이 있어도 방향을 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밀려온다. 

우리 문명은 역사가 진행된 이래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만 내달렸다. 나와 남을 구분하고, 서로를 대립적인 경쟁관계로 바라보고, 경쟁 상대를 이기고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외적인 힘을 키우는 삶. 이러한 물질 중심, 성공 중심의 가치관은 소유와 지배를 통해 발현된다.

성장은 더 넓은 땅, 더 많은 돈, 더 강한 힘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항상 비교와 경쟁, 승패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물질은 나누면 작아지므로 독점을 위한 경쟁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러한 문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경쟁과 승리에 대한 강박, 분노와 불안, 파괴만이 남는다. 자유와 평등, 평화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현실에서 멀어져가기만 한다. 과연 폭주하는 기관차에 몸을 맡긴 채 이대로 계속 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 물질문명에서 정신문명으로의 전환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마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 패러다임은 어떤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테두리로서의 인식 체계를 의미한다.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패러다임의 교체에 의해 혁명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그는 말한다. 과학 분야의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존의 가설들이 설명해주지 못했던 부분까지 설명하여 정확한 예측과 결과를 낼 수 있게 했다. 이는 과학을 오늘날의 수준까지 눈부시게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물질 중심의 패러다임 역시 인류의 삶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인간이 더욱 편리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눈부신 경제적, 산업적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친 성장 위주의 가치관으로 인해 결국 인간 자신이 소외되는 현상을 불러오고 말았다. 자본주의는 성장하고, 외형은 갈수록 그럴듯해지는데, 정작 거기엔 인간이 없다. 행복이 없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인해 오늘날의 사회가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 기존의 방식,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를 모색해야 할까? 물질문명의 시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개인이라면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시대의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쓰이는 문명, 개개인의 본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 중심이 되는 문명, 바로 정신문명으로의 전환에서 말이다.


물질문명의 정점에서 정신문명으로의 전환이라, 그게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명의 전환은 차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사회 구조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거창한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운전자가 마음을 고쳐먹고 방향을 선회하는 일에 더 가깝다. 문제를 인식한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하는 변화의 흐름이다.


패러다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류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물질 중심의 사회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1%를 위해 99%가 희생하는 경쟁 논리에 더 이상 동조하고 싶지 않다면, 이제 우리 문명의 패러다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결국 선택은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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