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들이쉬는 숨을 ‘들숨’이라 하고 내쉬는 숨을 ‘날숨’이라 한다. 다음의 질문을 잠시 생각해보자. 생명은 숨을 들이쉬면서 시작될까 아니면 내쉬면서 시작될까?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아이는 숨을 내쉬면서 첫 울음을 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자신의 탄생을 알린다. 그 울음과 함께 아이의 작은 폐를 채우고 있던 숨이 나가고 그 자리에 공기가 들어오면서 세상에서의 첫 호흡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찰나의 과정이 생명체와 위대한 자연이 교감을 시작하는 첫 순간이다.
원래 호흡이라는 단어는 ‘내쉴 호呼’와 ‘마실 흡吸’이라는 두 한자어가 결합한 것이고 생리학과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호呼’는 숨을 내쉬고 ‘흡吸’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단어의 순사가 ‘흡호’가 아니라 ‘호흡’이라는데 주목하라. 이것이야말로 글머리에서 제시한 물음의 해답이 아니겠는가.
생명은 자신을 비움으로써 시작한다. 생명의 리듬은 먼저 비워둔 자리를 다시 채우는 동시에 시작된다. 내 안에 머금고 있던 작은 숨을 내보냄으로써 자연의 위대한 공기를 얻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생각에 이 생명의 사상을 접목시킨다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jpg&filepath=BrainLife)
이제 죽음을 살펴보자. 생명이 다하는 순간 우리는 숨을 내쉴까? 들이쉴까? 임종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수많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숨을 들이쉬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숨을 들이쉬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마 생명의 불씨가 꺼져 가는 순간에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이라도 생명을 연장해보려는 인체의 본능적인 행동이 아닐까?
숨을 들이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쉬는 데는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지금 당장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들이쉰 숨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온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아 숨을 들이쉬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숨을 들이쉬면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숨을 들이쉬는 순간에 멈추면 턱하고 숨이 막힌다. 그래서 마지막 숨을 들이쉬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들이쉬면서 죽는다는 것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고통스럽게 죽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만족하면서 죽음 후에도 자신의 존재가 영속하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숨을 내쉬면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호흡이란 죽음의 순간에도 잊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
??글. 장인희 heeya1894@brainworld.com
참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기술 Human Technology. 일지 이승헌 지음. 한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