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욕을 입에 달고 살아요

딸아이가 욕을 입에 달고 살아요

뇌교육 Q&A

브레인 29호
2012년 10월 04일 (목)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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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중학교 2학년인 딸이 욕설을 입에 달고 삽니다. 뭔가 불만스러울 때는 물론이고, 친구끼리 칭찬을 하면서도 욕설이 빠지지 않습니다. ‘존나’ 정도는 아주 기본인 아이에게 “너 그런 말들  뜻이나 알고 사용하는 거니? 욕하면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뭐라고 안 해?”라고 물으니 “우리 반 애들 다 그러는데 뭐?”라며 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말합니다. 청소년기에 욕을 좀 할 수는 있겠지만,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 스스로 욕을 절제하게 할 수 있을까요?

A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남학생 77.6%, 여학생 68.9%) 한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해 방영된 ‘10대, 욕에 중독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공부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중3 학생이 하루에 1백 번 넘게 욕을 하고, 여고생 4명은 45분 동안 무려 248번이나 욕을 주고받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일상 대화에 욕설을 섞어 쓰는 경우가 허다한 학교현실에서 혼자만 욕하지 않고 바른 말을 쓰면 ‘왕따’를 당하거나, 친구들끼리 욕을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친밀감이 떨어지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입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왜 욕을 할까요? 욕이란 본래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상황에서 당장 분을 삭이기 위해 내뱉는, 가장 손쉬운 분풀이 방식입니다. 또 욕을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뜻하는데, 일상적으로 욕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청소년 시기에 늘 억압받고 통제받는 아이들 역시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감, 불만 등을 욕으로 분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는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욕구를 무시하는 교과교육 중심의 입시교육체계와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닦달만 하는 부모의 억압된 태도가 만든 합작품입니다.

이런 교육환경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생과 부모 사이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여기에 문자와 인터넷 발달로 인한 온라인 게임, 채팅 문화가 더해져 아이들에게 욕은 그 자체로 습관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욕은 남을 미워하거나 헐뜯거나 무시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로, 상대방의 반감을 일으키고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습니다.


말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보이는 물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자녀와 함께 간단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갓 지은 밥을 똑같은 유리병에 담고 하나에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다른 하나에는 “미워 죽겠어. 짜증나!”를 써서 붙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유리병에 써 있는 대로 말을 반복하면서 두 유리병 속에 있는 밥알들의 상태를 관찰해봅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들려준 유리병에는 하얀색 누룩곰팡이가, “미워 죽겠어. 짜증나!”를 반복한 유리병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밥알들이 썩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뇌와 몸은 나쁜 말을 들을 때 혐오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 몸과 마음이 결코 건강해질 수 없겠죠. 뇌는 ‘긍정’을 좋아합니다. 우리 DNA는 긍정의 힘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서 자녀에게 보이지 않는 말의 에너지가 주변의 사물과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근육 이완법을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근육이 이완되면 스트레스나 긴장, 불안 등을 훨씬 덜 느낍니다. 방법은 팔을 쭉 뻗고 주먹을 꽉 쥔 채로 3, 4초 동안 있다가 긴장을 천천히 풀어갑니다. 그 다음 다리, 배, 목 등 신체 각 부위의 근육을 이완시켜나갑니다. 아이들은 욕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꾸 욕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몸을 이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덜면 그만큼 욕하는 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금연하듯이 욕을 끊고 바른말 쓰기를 단번에 실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욕하는 아이의 심리 상태와 환경적 요인을 부모가 먼저 이해하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도록 조금씩 도우면서 기다려주세요. 그러면 욕을 일상어처럼 함부로 내뱉는 습관이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입니다. 

글·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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