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영재이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영재교육진흥법에 의거해서 교육청이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 선발되는 초중고생 영재들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99%는 영재성이 없는 것일까?
영재가 평범한 이들보다 두뇌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때, 인간 두뇌능력의 평가방법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21세기 들어 인류과학의 정점이라는 뇌과학, 특히 인지과학의 발달로 인해 그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어릴 적 영재의 판별보다 잠재된 영재성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고, 평가방식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브레인>에서 그 변화와 흐름을 살펴본다.
영재에 대한 정의의 다양성
‘영재’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 교육부가 정의한 내용을 보면 “영재 또는 재능아란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전문가에 의해 판별된 아동을 말한다.
탁월한 성취력을 달성할 수 있는 아동이란 여섯 가지 영역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영역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뤘거나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그 여섯 가지는 일반적인 지적 능력, 특수학문적성,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사고, 지도력, 시각 및 공연예술, 정신운동능력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영재교육의 역사가 비교적 짧다. 1999년 영재교육진흥법을 통해 본격화되었는데 이 법에서 “영재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영재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렌즐리Renzulli는 “영재성은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 과제집착력, 창의성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며, 영재성은 인성과 환경에 따라 발현되기도 하고 발현되지 않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영재’란 단어를 흔히 쓰고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재의 선발과 교육방법에는 보편화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은 물론 교육적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주, 교육청, 학교마다 영재교육방법이 다르며 비율도 1~15%까지 천차만별이다. 교육방법이 다양한 만큼 선발방식 또한 다양하다.
인간 두뇌능력 평가는 획일화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영재란 두뇌능력 혹은 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두뇌능력에 대한 평가방법이 변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변화의 배경에는 교육환경,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개발 방향, 21세기 뇌과학의 발달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두뇌능력에 대한 복잡성과 다양성이 밝혀짐에 따라 그 기준이 단순하거나 획일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995년 미국심리학회 특별위원회가 펴낸 <지능: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는 “개인은 서로 다르다.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고, 경험에서 배우고, 여러 가지 형태의 사고를 하고, 숙고해서 장애를 극복하는 능력이 모두 다르다.
이런 개인차를 허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하게 일관적이지도 않다. 한 개인의 지적 수행능력은 경우에 따라, 평가영역이나 기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 IQ를 넘어 다중지능 시대를 열다
아마 30대 이상의 사람이라면 어릴 적 IQ검사를 했던 경험과 그 점수까지 기억할 것이다. 뇌에 관한 연구로 오늘날처럼 뇌의 가소성을 규명하기 이전에는 인간의 정신능력이 고정돼 있다고 여겼고 IQ를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1983년 하버드대학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마음의 틀: 다중지능(Frames of Mind : The Multiple Intelligences)》에서 일곱 가지 지능을 제시하며 IQ가 주도하는 교육현실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었다.
음악 지능, 신체 지능, 논리수학 지능, 공간 지능, 언어 지능, 인간친화 지능, 자기성찰 지능이 그것이다(15년 후에 자연 지능을 추가해 현재는 8개로 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실존 지능 추가를 고려하고 있다).
지능에 대한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은 교육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점차 널리 받아들여져 오늘날에는 지적 능력이 획일적이거나 단일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거의 상식으로 여기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은 인간 두뇌능력의 다양성과 복합성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21세기, 인간수행력 극대화 목표
인간 두뇌능력 평가방법의 다양한 변화는 영재에 대한 인식과 교육방법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영재의 선발과 교육은 국가차원의 인적자원개발(HRD)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뇌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과학기술의 대두이다.
‘뇌’에 대한 관심은 국가 차원을 넘어서 선진 7개국 모임인 G7에서 추진하는 HFSP(Human Frontier Science Program)에서도 핵심과제이며, 일본은 1997년부터 20년 계획으로 ‘브레인 사이언스 프로젝트Brain Science Project’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이미 1990년대에 ‘뇌의 10년’을 선언하였으며 1993년부터 미국립보건원(NIH)에서 ‘인간두뇌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관한 한 세계적 강국인 이스라엘에서도 뇌 연구는 국가적 사업이다.

미국과학재단 NSF 보고서
주목할 것은 미국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2002년에 작성한 NSF 보고서(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에 따르면 “미래지향적 과학기술의 방향은 융합과학(Converging Technologies)의 추구이며, 20세기 후반의 IT기술시대는 21세기 초중반으로 가면서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CT(인지과학기술)가 융합된 시대로 변화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21세기 과학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생활을 아우르는 인간수행능력(Human Performance)의 향상이다. 전 인류 개개인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또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인간능력 친화적인 지적,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 두뇌능력 평가방법의 다양화, 인지과학 기술의 흐름, 미래 융합과학기술이 추구하는 인간수행력의 방향성 등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볼 수 있다.
사회에 공헌하지 못하는 영재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영재를 바라보는 인식에 뚜렷한 변화가 있는데 바로 ‘사회적 영재’에 대한 시각이다. 사실 영재에 대한 정의에도 나와 있는 부분이지만, 실제 인성과 사회공헌의식은 기존의 영재선발 및 교육에 다소간 밀려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인성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실제 교육계의 오랜 숙제이나 국가 경쟁력을 먼저 고려하는 국가 차원에서는 그만큼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더불어 합리적으로 제시할 만한 인성과 학습의 상관성 연구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미리 영재들을 선발해서 향후 사회에서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차원에서 볼 때, 한국의 대표적인 리더로서 존경받는 안철수 KAIST 교수의 말은 귀 기울여볼 만하다.
안철수 교수는 한의사 박경철 씨와의 릴레이 대담에서 리더십에 관해 묻는 질문에 대해 “리더십에는 전형이 없다. 즉 정답도 없다. 생각이나 말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을 나타낸다”며 리더는 “치열하게 생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할 때 철학적으로 정리되고 일관성을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영재교육이나 수월학습을 믿지 않는다. 문제풀이 위주보다는 창조력 있는 인재가 중요한데, 창조력은 남들이 다 만들어놓은 것 중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재에 대한 시각은 부모와 학교, 정부가 서로 달라야 한다.
부모 입장에선 제 자식이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 잘살게 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학교와 정부는 그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며 사회적 영재상을 강조했다.
지능은 같되 쓰임새는 다르다
다중지능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바라보는 ‘도덕성’에 대한 시각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워드 교수는 “지능이 윤리적이거나 비윤리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능이란 일종의 전산적인 능력이다. 그것은 단지 능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렸다.
넬슨 만델라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둘다 사회 지능이 매우 높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밀로셰비치는 그것을 미움을 일으키고 인종 청소 같은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르는 데 썼다. 만델라는 그것으로 분리된 조국을 하나로 통합했다.
지능은 같되 쓰임새가 매우 다른 것이다. 지능 자체는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이지 않다. 그것은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평가했다. 결국 도덕성이나 인성 같은 인간의 품성도 길러질 수 있는 것이며, 교육적 차원에서 그 사람의 의식수준을 어떻게 고양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두뇌능력 평가방법의 변화
IQ 지능지수
흔히 알려진 IQ(지능지수 Intelligence Quotient)는 초기 정규학교에서 정상아와 지체아의 구별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 이후 보완작업을 거쳐 대표적인 지능검사로 자리 잡았지만, 선진국에서는 IQ로 다양한 인간 두뇌능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아 효용성이 떨어진 상태다.
EQ 감성지수
다니엘 골먼의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란 책을 통해 많이 알려진 EQ는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 교수 피터 샐로베이와 뉴햄프셔대학교 심리학 교수 존 메이어가 이론화한 개념. 디지털 기술에 인간적 감성이 결합된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각되었고 인성교육 차원에서 주목을 받긴 하지만, ‘감정조절과 대응’이란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 다른 영역의 능력은 간과하는 측면도 있다.
MQ 다중지능
인간적 신뢰감이 높은 사람이나 뛰어난 운동선수를 보고 머리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8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육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지능은 단순히 지적 개념에 한정지을 수 없으며 언어,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음악, 인간친화, 자기성찰, 자연 등으로 구분했다. 인간 두뇌능력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대표하는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BQ 두뇌활용능력지수
뇌 발달적 근거에 입각하여 인간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지수의 필요성에 따라 개발된 것으로 인지, 정서, 행동, 인성 등 다양한 두뇌능력을 평가한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연구소와 한국뇌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BQ검사는 기초영역에서의 신체기능 협응, 정서기능 향상, 인지기능 향상 등 세 가지와 핵심영역에서의 목표의식 발달, 인성발달 촉진, 비전의식 발달 등 총 여섯 가지 영역을 종합 평가한다.
글· <브레인> 편집부
.jpg&filepath=BrainEducation)
“영재의 판별이 아닌 잠재된 영재성에 대한 종합적 두뇌활용 평가”
한국뇌과학연구원 영재성진단평가검사 (KIBS-Gini)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유엔 협의 지위기관인 한국뇌과학연구원(KIBS)에서 개발한 영재성진단평가검사(KIBS-Gini)는 특정 분야의 지식평가 및 설문방식의 영재성 판별검사가 아니라, 신체 생리신호 및 뇌파측정, 인지기능 수행평가, 전문가 관찰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잠재된 영재성에 대한 인지과학적 기반의 영역별 진단평가 검사모델로서 연구 개발되었다.
무엇보다 영재에 대한 판별이 아닌 잠재된 영재성에 대한 종합적 두뇌평가를 해주는 점에서 일반 영재성검사와 다르다. 1%의 영재 판별이 아닌 누구나 가진 잠재된 영재성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의 가능성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평가방식의 다양성 또한 기존 영재성검사와 큰 차별성이다. 개발기관이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한 뇌활용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만큼 다양한 두뇌활용능력을 측정,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평가영역은 네 가지로 신체기능조절력, 정서기능조절력, 인지기능, 두뇌수행력으로 나누어 각각 5레벨의 잠재된 영재성을 평가한다. 측정방식이 다양하고 연구원 직접 참여 및 연구기관 직접 방문으로 검사가 이루어지므로 사전 접수로만 검사가 가능하다.
KIBS-Gini 검사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며, 연구원 검진센터를 직접 방문해 2시간에 걸친 검사를 마친 다음 약 1주일 후 30분 동안 전문상담을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비용은 20~25만 원 선이다.
문의·한국뇌과학연구원 영재성진단평가검사 www.kibsgin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