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본질에 집중하라

성공하려면 본질에 집중하라

bad to good, good to great

브레인 26호
2011년 03월 09일 (수)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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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이어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가 인문학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와 도덕, 공감 등의 본질적인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다.

2010년 서점가의 인문학 열풍
지난해 말,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은 단연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대한민국에 ‘정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더니 지난해 한 해 8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인문교양서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1981년 교보문고가 개점한 이래 인문학 책이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출간 두 달 만에 23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인문학 열풍에 가세했다. 근·현대 정치철학의 흐름을 ‘정의’라는 키워드로 풀어가는 《정의란 무엇인가》도,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예리한 안목으로 파헤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이처럼 ‘공정성’과 ‘정의’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지난 10년간 출판의 흐름은 나만의 성공과 나만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였던 개인들이 자본이 무엇이고, 정의와 도덕이 무엇인지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변모해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랬다. 꽤 오랫동안 우리 출판시장에서 ‘돈 되는’ 책은 개인의 성공과 행복에 초점을 맞춘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독자들은 사회정의와 불평등 같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회정의나 경제정의, 인문학 등 본질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 이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개인들의 열망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남녀노소, 인문학 강의에 빠지다
정의와 도덕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 인문서의 유례없는 돌풍만큼이나 인문학 강의도 다양한 계층으로 파고들고 있다. 서울대 인문학 최고지도자 과정은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업 CEO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CEO들은 새벽부터 열리는 인문학 조찬모임에 참석하는 등 이미 발 빠르게 국내 최고 수준의 인문학 강의를 수혈받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의로는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강좌들이 눈에 띈다. ‘수유 너머’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모색하는 대안지식공동체다. 동서양 철학자들에 관한 강의에서부터 청소년 인문학 공부방까지 앎과 삶의 일치를 실험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10년째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인문학이 중심은 아니지만 학습독서공동체 백북스(www.100books.kr)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백북스는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 위주인 국내 독서 편향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천문, 뇌과학, 자연과학 등의 도서를 위주로 학습하는 과학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학습과 저자 초청 강의, 분과별 공부를 통해 본질적인 앎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청소년 중심의 인문학 열풍도 눈에 띈다. 국내 유일의 청소년 인문학 서점인 부산 인디고서원이 대표적이다. 인디고서원 허아람 대표는 입시에 짓눌려 인문학 공부는 아예 젖혀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국제책박람회를 열고 국제 인문학 잡지 <INDIGO>를 발행하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시작해 4회째를 맞고 있는 자유예술캠프(www.freeuniv.net)는 예술과 인문학의 접목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명작읽기 강의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와 예술가들의 수준 높은 강의 프로그램은 예술과 인문학에 목마른 일반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심지어 노숙자들도 인문학에서 삶의 탈출구를 찾는다. 대한성공회 성프란시스대학은 미국의 사회비평가 얼 쇼리스가 창설한 ‘클레멘스 코스’를 본따 노숙자 인문학 강좌를 운영한다. 이 강의는 현실과 동떨어진 한가한 학문처럼 보이는 인문학이 오히려 현실의 삶을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는 데 착안하여 노숙자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인문고전 독서가 두뇌를 바꾼다
첨단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웹 2.0시대에 정의와 도덕에 관심을 갖는 것, 고리타분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지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겠다. 나날이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과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기도 벅찬 마당에 본질에 집중하라는 말은 때로는 현실에 어두운 시대착오적 요구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행복해지고 성공하고 싶은 욕구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한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인문학 교육이란 달리 말하면 고전교육이다. 고전이란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 인류의 성과물을 말한다. 실무용 지식과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지만 인문학적 기초는 잘 변하지 않는다.

소통능력, 비판능력, 윤리의식, 보편적인 교양 등의 인문학적 소양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본질적인 가치에 속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 씨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역사를 움직여온 위대한 개인, 조직, 국가 뒤에는 탄탄한 인문고전 독서의 전통이 있었다”며 남다른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인문고전 독서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인문고전 독서법은 수천 년간 강대국과 지배계급이 권력과 부를 누리기 위해 소수에게만 전수해온 학습비법이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근대의 영국과 프랑스, 20세기를 지배한 미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막강한 국력과 융성한 문화를 자랑한 나라들은 예외 없이 고전 독서법을 장려해왔다.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반 고흐, 밀레 등의 화가와 베토벤, 바흐, 헨델, 구스타프 말러 등의 음악가, 아인슈타인 같은 인류사에 남을 창조적인 인재들이 모두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다. 우리 시대 가장 창조적인 리더로 손꼽히는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와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예외는 아니다.

인문고전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독서법이 창조적인 인재들의 사고방식을 이식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되는 실용교육’을 강조하는 미국사회에서도 인문학 교육은 폄하되지 않는다. 상류층과 리더들을 배출하는 미국 사립명문학교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어마어마한 분량의 인문고전을 읽힌다.

그런데 리더로서의 자질이 필요하지 않은 미국 공립학교 학생들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교육이 미국 공립학교 교육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유치원 때부터 무시무시할 정도의 사교육을 받으면서도 정작 인문고전 독서수준은 처참할 정도로 형편없다.


이지성 씨는 “흔히 인문학은 돈이나 실용과는 거리가 먼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막대한 부를 일군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모두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다”면서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인문고전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으로 사유하라
물론 이런 인문학적인 독서 혹은 사유는 인문학 서적 몇 권 읽는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사유해왔던 자신의 두뇌 시스템 전체를 교체하는 일대 혁신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문고전 독서를 처음 시작하면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며칠씩 또는 한 달씩 늦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뇌에 인문학의 시냅스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을 넘기면 고통이 기쁨으로 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뇌가 새로운 사고의 시냅스를 형성해 창조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려운 책을 이해가 갈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궁구함으로써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들의 두뇌처럼 사고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뇌, 생각의 출현》의 저자 박문호 교수도 비슷한 방식의 독서를 강조한 적이 있다. 그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쉬운 책을 읽는 것은 두뇌활동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서 다섯 번 이상 읽어야 이해되는 어려운 책을 골라 읽으라고 권유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독서가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고급 두뇌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북스는 난이도가 높은 자연과학 서적을 독파하는 것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이 발생한 때 갖고 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성공하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을 만든 사고습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인문학의 세례를 통해 인류사의 수많은 천재 사상가들이 가졌던 사고습관을 이식받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두뇌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이처럼 모든 인문고전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철학, 역사, 과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짧게는 일이백 년, 길게는 일이천 년 이상 전해 내려오는 천재들의 저서를 통해 그들의 혁신적인 사유습관과 두뇌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실제 자기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사실 인문학은 단순히 있는 자들이 교양을 높이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기성찰능력을 키우는 학문이다. 그래서 가장 부富에서 먼 학문 같지만 실상은 진정한 부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학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부를 갖게 될 때 비로소 정치적 권력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물론 본질에 시선을 두는 인문학 열풍마저도 너도 나도 구입하는 명품가방처럼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공산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다룬 인문학 책들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결핍된 가치들을 채우고자 하는 열망이 차올랐다는 증거일 것이다.

2011년 은 본질적인 가치를 삶에 녹여내는 실질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인문학 책을 좀더 챙겨 읽고 앎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행복의 자질을 키우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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