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의 교육칼럼] 청소년기 '아침 잠 깨우기 전쟁'과 두뇌연구

[문용린의 교육칼럼] 청소년기 '아침 잠 깨우기 전쟁'과 두뇌연구

문용린 교육칼럼

브레인 3호
2013년 01월 11일 (금)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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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있어서 잠은 매우 중요하다. 충분히 자고 난 사람은 그 다음날 개운하고 상쾌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루 종일 온몸이 개운하지 못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숙면이 건강에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건강이 숙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 숙면이 건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여하튼 건강과 숙면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건강한 사람이 잠도 잘 자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후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의 하나는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머리가 띵하고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수면박탈 증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야 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경우에 생기는 일종의 행동장애를 가리킨다. 수면 부족이 야기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기억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코르티솔의 증가는 면역체계의 약화를 야기시킨다는 증거가 많다. 셋째는 주의집중력이 약화된다는 것이고, 넷째는 정서통제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섯째는 신체의 포도당 처리 능력의 약화로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수면 부족이나 박탈은 지극히 해로운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두는 것이 건강상에 매우 유익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분히 자는 것이 왜 머리에 좋은 것일까? 이제 잠과 뇌의 관계를 조금 자세하게 살펴보자.



수면으로 활발해지는 뇌세포 연결

잠과 두뇌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은 휴식이론이다. 즉, 잠을 자는 것은 다음날 하루를 잘 지낼 수 있도록 두뇌의 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들을 새롭게 정비하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즉 이 이론에 따르면, 잠자는 동안에 두뇌도 휴식을 취한다는 셈이 된다.

그런데, 최근의 여러 연구와 관찰에 의하면, 뇌세포는 잠자는 기간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래서 새로운 주장이 대두된다. 이른바 연결강화이론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잠자는 기간 동안에 뇌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날 만들어진 뇌세포 간의 연결들을 강화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낮 동안에 바둑을 두거나, 외국어 공부에 깊이 몰두한 사람들은수면 중에 그런 꿈을 꾸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이런 연결강화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주장에 따르면, 뇌는 수면 시간을 통해서 낮 동안의 일들을 정리하고 복습해둔다는 셈이 된다. 최근 들어 점점 더 확실하게 밝혀지는 뇌세포의 활동 양상은 이 이론을 더 강화시켜준다.

연령대별 적정 수면 시간

적정한 수면 시간은 8시간 정도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8시간은 평균적인 시간이고, 연령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이른바 ‘뒤집힌 U 커브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린이일 때와 노년기일 때에는 수면 시간이 8시간 내외로 적어도 되지만, 청소년기에 이를수록 필요한 적정 수면 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한다. 예컨대 중고생(12~18세)의 경우 하루에 필요한 수면 시간은 적어도 9시간 30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미국 브라운 대학의 카스카돈M. Carskadon 교수는 말한다. 그는 수면연구, 특히 청소년 수면연구의 권위자다.

해가 져서 밤이 되면 졸린 것은 두뇌 속의 시상하부가 이를 감지해서 송과선에 멜라토닌melatonin(잠이 오도록 유도하는 호르몬)의 분비수준을 높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어 충분히 자고 난 후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시상하부가 이를 감지해서 그 반대의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수면 9시간 30분

카스카돈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춘기에 이른 청소년의 경우 시상하부가 지시하는 수면과 기상 시간의 주기가 어린이 때와 아주 현격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즉 잠이 오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 증가 시간이 밤늦게 지연되고, 잠을 깨우게 하는 멜라토닌의 감소가 아침 이후 시간으로 연장되기에 이른다.

즉, 청소년의 생리기제가 늦게 잠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멜라토닌의 작동 주기가 어린이나 어른들과 다를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뇌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빠르게 발달하고 변화하고 있으며 엄청나게 다른 경험과 정보의 처리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상의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기보다도 많은 수면 시간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9시간 30분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의 뇌연구에 의하면, 청소년은 일생의 어느 시기보다도 가장 많은 잠을 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가장 짧은 수면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세대다. 하나의 역설이다. 잠을 빼앗기보다는 잠을 늘려 얻는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는 뇌와 수면 연구의 결과에 주목한다면, 매일 아침마다 벌어지는 아이들 잠 깨우기 전쟁은 조금 완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문용린(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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