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중보다 지지가 약

꾸중보다 지지가 약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뇌2003년10월호
2010년 12월 23일 (목)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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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아동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이다. 정서적 지지가 없을 때보다 정서적 지지가 있을 때, 아이들의 증세는 훨씬 빠르게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ADHD 아동의 특성상 어른들로부터 잦은 꾸중을 듣게 되는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아이가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뇌 기능이 보통의 경우보다 약할 뿐이라는 것을 부모가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극심한 좌절을 경험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면서 죄의식을 느낄 때가 있다. 바로 아이의 행동을 부모 자신이 통제하지 못할 때이다. 이 같은 경우들 중에서도 ADHD는 대표적 예에 속한다.

ADHD는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고 한다.

이러한 아동은 주의력 결핍, 활동성, 충동성이라는 세 가지 행동 특성을 갖는다. 주의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 쉽게 주의가 분산되고, 항시 바쁘게 뛰고 침착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마치 발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그리고 쉽게 흥분하고 충동적이며, 화를 터트리거나 감정이 격하기 쉽고,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ADHD 아동들은 물을 엎지르고 물건을 쉽게 잃어버리는 것 같은 사소한 사고뿐 아니라 신체적 손상을 초래하는 심각한 사고를 겪기도 한다.

이러한 일차적 행동문제 때문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축적되어 이차적인 행동문제가 야기되므로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더해진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야단치고 소리 지르고, 매를 들기도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많은 아이들 앞에서 그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벌을 준다. 친구들은 놀이에 ADHD 아동을 끼워주지 않고 따돌리기 쉽다. 이러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아이는 항상 외롭고 세상에 대한 분노에 차 있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 우울증, 학습부진, 만성적 건강문제, 언어문제, 야뇨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이 돼도 증세가 남는 경우 많아

그러면 이런 ADHD의 원인이 무엇일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전문의들은 뇌의 미세한 손상 또는 유전적 원인을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의 뇌에는 1천억 개 이상의 뇌세포가 있는데, 집중을 하거나 생각을 할 때는 뇌세포들 사이에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신경전달물질이 보통사람보다 너무 적게 분비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여 집중력, 주의력,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문의들은 신경전달물질 전달에 이상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보는데, 부모에게 ADHD증세가 있다고 자식이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ADHD를 보이는 아이들은 스스로 자율성을 가지고 세상을 조작하고자 시도하는 시기인 3세에서 4세 사이에 그 증세가 눈에 띄게 증가하여 아동 초기와 중기까지 지속되며, 청소년이 될 때까지 어느 정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인이 된 뒤 10~20%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나머지는 다소 ADHD 증상이 남아 있어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실수를 거듭해 직장을 자꾸 바꾸거나, 충동을 이기지 못해 규칙을 자주 어기고, 알코올, 도박, 마약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듯 인생전반에 영향을 주는 ADHD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치료를 받으면 1년 내에 70%가 호전되며, 이와 동시에 인지행동치료, 행동수정기법, 부모훈련, 교육적 중재를 동시에 적용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진다. 그러나 약물 외의 교육이나 치료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부모나 치료사는 이들의 문제행동 특성으로 인해 아동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비전문가인 부모의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

최근에는 인지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 분야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미 밝혀진 뇌의 특성을 활용하려는 노력들이 보이는데, 부모나 치료사가 아동을 교육하고 치료하는 데 뇌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훨씬 쉽고 자연스럽게 치료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뇌의 특성을 ADHD 아동의 교육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음악치료가 효과적

우선 ADHD는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되어 야기된 질환이기 때문에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이 촉진되도록 하는 방법이 바로 뇌기능을 활용한 치료라고 볼 수 있다. ADHD 아동에게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주의력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최근에는 치매 치료에 사용되기도 할 만큼 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도파민은 사람들에게 여러 기능을 발휘시켜 기쁜 감정을 가져오고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을 오르거나 모험, 마라톤, 좌선수행, 복잡한 비즈니스 경쟁과 같은 어려운 세계로 향할 때 용기와 의욕을 부여하며 일에 몰두하고 계획을 세우는 힘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도파민이 대량 분비되었을 때 뇌의 전두엽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쾌감을 가져다준다. 이때 집중력은 최고에 이르며, 생각지도 못한 창조력을 발휘하거나 갑자기 이제까지의 모든 발상을 초월하는 재치가 번뜩이기도 한다.

이렇게 쾌감과 집중력을 가능하게 하는 도파민은 음악을 들을 때 그 분비가 촉진되므로 ADHD 아동에게 음악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임이 입증되고 있다. 음악은 ADHD 아동에게 필요한 정서적 안정, 집중력, 자기조절능력을 길러주며, 학습과 사회적 기능을 촉진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음악이 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것은 모노아민계의 신경전달물질, 특히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엔케팔린이라는 물질이며, 음악은 엔케팔린의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즉, 음악은 엔케팔린의 분비를 활성화하고 도파민을 보다 많이 분비시켜서 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ADHD 아동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사람의 말에 대한 주의집중력이 별로 없는 ADHD아동에게 ‘말’이라는 매개체 없이 치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음악은 ADHD 아동에게 카운슬러의 말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의도적 반항 아닌 뇌기능의 문제

ADHD 아동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이다. 정서적 지지가 없을 때보다 정서적 지지가 있을 때, 아이들의 증세는 훨씬 빠르게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ADHD 아동의 특성상 어른들로부터 잦은 꾸중을 듣게 되는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아이가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뇌 기능이 보통의 경우보다 약할 뿐이라는 것을 부모가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피부접촉이다. 최근에는 부드러운 피부접촉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신경학자와 심리학자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미국에서는 ‘터치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피부접촉을 촉진하기 위한 단체가 생기고, 아기 마사지 가이드북, 베이비 마사지용 오일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터치의 효과는 미숙아를 비롯한 어린 아기, 분만 중인 임산부, 우울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사람의 피부에는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어서 피부에서 오는 촉각자극이 뇌세포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ADHD 아동의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인지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피부접촉은 상처가 많은 ADHD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엄마의 따뜻하고 포근한 신체접촉을 통해 아동은 부모에 대한 신뢰를 넘어서 이 세상은 믿을 수 있고 안전한 곳이며 나는 언제나 부모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러한 세상에 대한 긍정적 기본개념은 ADHD 아동들에게 주어진 힘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뇌와 운동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운동이 집중력, 이해력,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일관성 있는 보고를 하고 있다. 동작과 관련된 뇌 부위인 소뇌로부터 기억, 주의집중, 공간지각과 관련된 두뇌 부위로 가는 통로를 추적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작을 처리하는 두뇌 부위가 학습을 처리하는 두뇌 부위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통해 뇌에 신선한 산소와 혈액이 공급되면 조급하고 긴장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집중력, 기억력, 이해력이 저절로 높아진다. 따라서 운동요법은 낮은 학습능력 때문에 고통 받는 ADHD 아동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으며, 격렬한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활동량이 많은 ADHD 아동의 특성에 매우 적합하다 하겠다.

결국, ADHD 아동의 치료는 조기발견과 약물치료, 그리고 뇌의 특성에 부합하는 교육과 치료법을 적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글│오미경 mkoh82@hanmail.net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이화여대에서 아동발달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뇌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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