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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프다고 하소연해도 ‘과학적 자료’를 들이대며 ‘꾀병’ 또는 ‘신경성’이라고 진단하는 의사들이 있다. 그런데 통증의 종류와 정도는 같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아픔의 강도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뇌 영상 촬영으로 밝혀졌다.
미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코그힐 박사는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에서 “의사들은 통증에 유달리 예민한 사람과 통증을 잘 참는 듯이 보이는 환자들을 보지만 이러한 통증 민감도 차이가 사실인지 확인할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통증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강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라 의사들은 환자의 말을 믿고 그에 적합한 통증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17명의 지원자를 두 차례에 걸쳐 오른쪽 다리 아래쪽에 뜨거운 히팅 패드를 붙여 통증을 유발시키고 각자 통증의 정도를 0에서 10 사이의 숫자로 표시하도록 한 후 두 번 표시된 숫자의 평균을 산출했다. 그 결과 사람에 따라서 낮게는 1에서 높게는 9까지 크게 다르게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동시에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이들의 뇌 활동을 관찰하면서 그 결과를 통증강도 수치와 비교해 보았다. 실험 결과, 통증 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통증 감각을 관장하는 특정 뇌 부위의 활동도 더 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통증 포착과 강도를 관장하는 체성감각피질과 통증으로 인한 불쾌감을 관장하는 전대상피질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통증을 제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집중력, 기억력, 감정과 관계 있는 전전두엽 부분 등 대뇌피질에서 고등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도 활성화되었다. ‘통증의 뇌지도’인 셈이다.
그러나 코그힐 박사는 “통증 신호를 척수로부터 뇌의 관련 영역으로 전달하는 뇌의 시상의 활동은 피험자들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통증신호가 척수로부터 뇌에 전달되는 형태는 동일하지만, 일단 뇌에 들어온 통증신호가 뇌에서 사람마다 달리 처리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통증을 느끼는 개인 차가 과거의 통증 경험이나 통증을 느낄 때의 감정 상태, 통증에 대한 개인의 예측 등 인지적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글. 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