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의 연구실에서 만난 명상

뇌과학자의 연구실에서 만난 명상

명상의 과학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현대인을 위한 SBS 다큐멘터리 3부작 <20분의 기적, 내 마음 설명서>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요가, 불교 참선, 중국 기공에 견줄 우리나라의 수련 전통은 단전호흡으로 대표되는 명상이다. 

지금 이 시대에 명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명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현대사회에서 명상이 갖는 의미를 모색해 본다.
 

▲ 2003년 타임지 커버스토리에 소개된 초월명상 창시자 마하리쉬 마헤시 요기와 초월명상자인 여배우 헤더 그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동양의 명상

‘명상(meditation)’은 의식, 주의, 지각, 정서, 자율신경계 등의 변화를 포함하는 복잡한 정신 작용이다. 동양 정신문화의 자산인 명상은 여러 종교의 전통적인 수행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왔다. 

서구 사회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초월명상(TM) 같은 동양의 명상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명상의 기반을 이루는 종교색은 최소화하고, 명상의 정신적·신체적 효과를 강조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대중에 보급되었다. 

동양의 자산인 명상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는 서구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동양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저변에는 서구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정신적 가치의 하락, 그에 따른 동양에 대한 호기심과 정신 및 물질의 상호관계, 명상을 통한 내면적 성찰 등 복합적 요소가 담겨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 초월명상(TM)이 널리 보급되고, 인도 요가, 참선, 기공 등이 알려지면서 명상의 효과와 기전을 밝히고자 하는 과학적 연구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미국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벤슨 교수는 1967년 초월명상 수행자 3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명상 전후에 혈압, 심박수, 체온 등 생리현상의 변화가 뚜렷함을 밝혀냈다. 

1970년대 들어오면서 하버드 의대 그레그 제이컵 교수의 명상에 대한 뇌파 연구가 잇따랐고, 1990년대에는 fMRI, SPECT, PET 등 뇌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정교한 장비들이 개발됨에 따라 명상할 때의 뇌 상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도 넓고 깊어졌다. 미국에서 과학 및 의료 분야의 연구비를 대부분 지원하는 NIH(미국국립보건원)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 2005년 세계 최대의 신경과학 학회인 SFN(Society for Neuroscience) 연례총회에 티베트의 정신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초대되어 ‘명상의 신경과학(The Neuroscience of Meditation)’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마음챙김(Mindfulness)과 명상(Mediation)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명상은 동양의 정신문화적 수행이지만, 서구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전 세계에 보급되었다. 미국에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마음챙김)’가 ‘메디테이션Meditation(명상)’보다 더 대중적인 용어로 쓰인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음챙김은 통상 산스크리트어의 스므리티, 팔리어에서의 싸띠sati등에서 유래한 ‘매 순간의 알아차림’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요가의 명상 수행이나 불교의 참선에 뿌리를 둔 단어로 언급되며, 마음챙김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우리말 번역이다.

국제적으로 ‘마음챙김’이라는 용어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79년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개발한 MIT 의과대학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 때문이다. MBSR은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요법이다.

MBSR은 현재 미국 전역의 병원뿐 아니라 수천 개의 의료 기관과 학교, 지역문화회관, 교도소, 직장 등에 보급되어 있고, 1990년대부터는 미국의 의료보험들 중 일부에서 MBSR 프로그램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마음챙김은 엄밀히 말하면 명상의 한 종류이며, ‘알아차림’ 차원에서 스트레스 완화에 초점을 둔 명상일 뿐 동양 명상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존 카밧진 교수가 명상을 연구하는 데 실제로 영향을 미친 것은 한국의 참선이다. 1974년 당시 서른 살로 브랜다이스대 생물학과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던 카밧진 교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이 세상에 지혜와 자비가 늘고 고통이 줄어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일’에 대해 수년간 숙고한 결과, 1979년 MIT 의료센터에 스트레스 완화 클리닉을 열고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 한국의 전통 명상을 연구하는 한국뇌과학연구원은 2010년 한국식 명상에 관한 논문으로는 최초로 국제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에 게재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대한명상의학회, KAIST 명상과학연구소 등 국내 명상 연구 본격화

한국 과학계에서의 명상 연구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초월명상, 마음챙김명상 등 서구에서의 동양 명상에 대한 연구 대중화와 달리, 한국식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90년 한국뇌과학연구원(구 한국인체과학연구원)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1999년 과학기술부 재단법인 인가를 받은 한국뇌과학연구원은 민간 연구기관으로서 2010년 서울대학교병원과 공동으로 《뉴로사이언스레터Neuscience Letters》지에 ‘뇌파진동명상’ 효과를 처음 게재한 이후, 《eCAM》, 《STRESS》, 《SCAN》 등 국제 신경과학 및 저명학술지에 잇따라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한국식 명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뇌파진동명상(BWV)은 한민족 고유의 선도 수련 원리에 기반한 훈련법으로 동적 명상과 정적 명상이 혼합된 형태의 명상이다. 마음챙깅명상과 함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두뇌훈련법에 포함될 만큼 뚜렷한 연구성과가 뒷받침되어 있다.
 

▲ 2017년 9월 출범한 대한명상의학회
 

국내 의학계에서도 명상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추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한명상의학회가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출범했다. 2013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한 명상의학연구 소모임이 2015년 대한명상의학연구회를 거쳐 정식학회로 인정받은 것이다. 

2018년에는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소돼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초대 소장으로 부임한 미산 스님(김완두)은 ‘하트스마일 명상 프로그램’ 개발자이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는 SK의 지원을 주축으로 운영되며, SK 설립재단인 플라톤아카데미(이사장 최창원)와 명상과학연구소 설립•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글_브레인 편집부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