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SPECIAL REPORT]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자의식의 스토리텔링을 바꾸는 브레인트레이닝

브레인 101호
2023년 10월 17일 (화)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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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의식의 스토리텔링을 바꾸는 브레인트레이닝_게티이미지코리아



변화를 가로막는 95퍼센트의 무의식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사람의 천성은 바뀌지 않으므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계몽하고 교화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확실히 사람은 바뀌기 어려운 존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은 직접 조절하기 어려운 무의식에 막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인간의 욕구는 단 5퍼센트만 겉으로 드러나고 95퍼센트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인간의 사고, 감정, 학습의 95퍼센트는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95퍼센트의 법칙’을 주창함으로써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했다.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자의든 타의든 의식적 선택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의식의 힘은 너무나 미약해 보인다. 변화를 위해서는 익숙해진 환경에서의 안정감과 편리함을 포기해야 하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직면해야 한다. 때로는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자기방어 메커니즘으로 인해 변화하기 어렵고, 사회나 문화적 배경도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 무의식에 대비해 빙산의 일각인 의식을 깎고 깎아 변화시킨다 하더라도 몸체까지 바뀔 리 만무하다.

뇌의 작동원리 측면에서 봐도 그러하다. 신경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신호로 움직이는 뇌는 어김없이 자연의 물리법칙에 따른다. 모든 물체는 ‘최소작용의 원리‘에 의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유전적 요인을 포함해 오랜 경험과 학습이 축적되어 형성된 신경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쉬운 길을 놔두고 새로운 산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은 선택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쉽사리 이행하기가 어렵다. 겉보기에 순두부같이 말랑말랑해 보이는 뇌이지만, 변화에 있어서는 콘크리트만큼이나 단단하다. 


MBTI의 선풍적인 인기와 그 이면

MBTI는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한 자기보고형 성격유형 검사로, 성격 특성을 4가지 선호 경향에 따라 1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개발된 지 80년이 된 검사지이지만 최근에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기를 소개할 때 꼬리표처럼 MBTI 유형을 이야기하고, MBTI를 활용한 웹툰, 일러스트, 짧은 영상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쇼핑몰, 카페, 여행 상품 홍보에도 등장한다. 심지어 신규 인력 채용 시 활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늘고 있고, MBTI 교육 및 워크숍도 다양하게 열린다. 처음 만나는 사람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가 된 지는 오래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처럼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물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때문일 것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줄고 디지털 기기를 통한 소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MBTI는 새로운 매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더구나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닌 MZ세대와 잘 맞아 떨어지면서 확산일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MBTI의 이면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16가지의 유형 중 하나로 자신을 규정한 사람은 “이것이 내 성격이니 바꿀 수 없어”라는 관념에 매여 더 나은 습관과 성향을 개발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인식형(Perceiving, P형)이니 업무 시 유연한 대처가 내 강점이다”라고 확신한 사람은 계획을 세우는 것을 피하고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만 하려 할 수 있다. 이 사람이 팀의 리더이고 공고한 자기 합리화 속에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중요한 프로젝트나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부재할 수 있고, 팀원들의 효율적인 일정과 목표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다. 

MBTI 같은 성격유형 검사는 자기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고정된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대인관계나 업무상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개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 점은 MBTI의 선풍적인 인기가 자칫하면 변화하기 어려운 사람의 속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뇌는 변화할 수 있다, 아니 고정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은 고쳐 쓰기 어려운 존재일까? 
다행스럽게도 현대 뇌과학에서 밝혀낸 연구결과와 사례는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근간이 되는 이론은 뇌의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다. 외부로부터 반복적인 자극을 받은 신경 세포 말단의 돌기는 생장하고 두꺼워지며 새로운 연결(Synapse, 시냅스)을 만든다. 이 변화는 임종 직전 암 환자에게서도 관찰되었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의 환상사지(phantom limb, 사고나 수술로 없어진 팔, 다리가 그 후에도 오랫동안 있는 것으로 환자가 느끼는 현상) 현상에서도 볼 수 있었다. 또 나이가 많고 적음에도 상관없었다. 적절한 두뇌 훈련은 20대 청년보다 더 높은 기능성을 가진 70대의 뇌를 가능케 했다. 우리의 뇌는 변화할 수 있다. 아니 고정될 수가 없다.

최근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또 한 가지 사실은 ‘나’는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실체의 복합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이라고 느끼는 것은 매 순간 뇌로 접수되는 신호 경쟁 속에 선택된 정보이자 환상이다. 따라서 접수되는 정보가 달라지거나 환경에 의해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면 ‘나’는 또 다른 실체로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다음 사례를 보자.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는 평소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공격적이고 충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술과 약물에 빠지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검사해본 결과 원인은 뇌종양이었다. 종양이 A씨의 전두엽을 압박해 성격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다행히 종양을 제거한 이후 그는  다시 이전의 성격으로 돌아왔다. A씨의 성격을 만드는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뇌종양으로 인해 뇌에서 처리되는 신호가 왜곡되어 A씨의 성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병증으로 인해 생긴 변화였지만, 뇌의 작동 기전만 본다면 뇌 내 신호 양상을 바꾸는 것으로 사람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학자들 사이에는 내 안에 여러 개의 ‘자아(Self)’가 있고 ‘나’라는 자의식은 ‘지속적인 스토리텔링 그 자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마틴 콘웨이(Martin Conway)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일화 기억이 자아 구성의 바탕이 되는 시스템을 자아-기억체계(Self-Memory System, SMS)로 개념화하기도 했다.

복수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의 의지를 지닌 주체’와 ‘변화의 대상’을 따로 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써 내가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또 ‘나’라는 자의식을 ‘지속적인 스토리텔링 그 자체’로 본다면 자신을 변화시킬 때의 목표물은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즉 내가 나로 인식하는 자아의 습관적인 스토리텔링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 신경가소성에 의해서!
 

▲ 게티이미지코리아


변화하기 위해 자의식의 스토리텔링을 바꾸는 브레인트레이닝

그렇다면 자아의 스토리텔링을 변화시키는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는 뇌의 신경망을 변화시키는 브레인트레이닝 차원의 다섯 가지 접근을 제시한다.
 

첫째, 강렬한 내면의 동기와 지속적인 변화의 선택이다.
변화하기 위해 가장 바탕이 되는 전체조건은 강력한 내면의 동기와 의지적 선택이다. 이 동기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기 위해 습관적으로 작동하는 뇌 신경망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타인과 외부 조건에 의해 생긴 동기는 약해지기 십상이기에 내면에서 우러나는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종종 강력한 동기는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얻어지기도 한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자의식이 잠식당할 정도의 큰 실패,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사건의 경험, 소중한 사람과의 사별 경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한 육체적·심리적 결핍과 고통을 극복하고자 일어나는 의식의 각성과 에너지는 매우 강력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기의 근원을 이해하고 한 차원 더 나아가 자기 변화의 동력으로 의지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동기라도 최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처음 강도를 유지하는 훈련- 이를테면 목표 쓰기, 자기 확언 하기, 이미지 명상 등-을 매일 행하여 습관화하는 것은 변화의 큰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훈련은 어떤 극적인 사건이 아닌 자발적인 선택으로 가능하다. 물론 ‘한번 해볼까?’ 정도가 아닌 ‘이번에는 꼭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적 선택이어야 할 것이다.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협조자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룹이 큰 도움이 된다. 적극적으로 찾아 도움을 구하자.
 

둘째, 현재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변화의 목표를 설정한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목표점을 설정하는 활동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이루어 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한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나’라는 자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습관적인 스토리텔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때 앞서 언급한 MBTI 등의 성격유형 검사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한 자기 자신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되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어떠한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할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의 활동 측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뇌파 검사도 유용하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뇌의 현상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현주소를 알았다면 다음은 어떻게 변화할지 목표를 설정한다. 이 목표는 변화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아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현실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더 부지런해지고 싶다면 ‘기상 시간 30분 앞당기기’, ‘출퇴근 시간에 책읽기’와 같이 스스로 부지런해진 상태를 인지할 수 있는 목표여야 한다. 목표를 잘 설정하고 그것이 달성되었는지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로 나누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해보자.


셋째, 실행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는 훈련을 한다. 
원하는 상태는 대부분 도전적이고 성취가 쉽지 않다. 그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서 실행하기가 어렵다면 변화의 목표는 보기만 좋은 그림의 떡이 된다. 

실행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낮춰보자. 실행의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일을 잘게 쪼개어 실행해보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를 한다고 하면, 청소용 솔과 세제 구입하기 / 세면대 주변 물때 제거 / 변기 주변 물품 정리 / 유리 닦기 등으로 실행 단계를 나누어 계획하는 것이 좋다.  

한편 실행을 앞두고 엄습하는 거부감과 부담감으로 인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브레인트레이닝을 적용하여 순간적으로 낮출 수 있다. 푸쉬업이나 스쿼트 같은 가벼운 맨손 체조나 뇌파진동 명상은 이런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이다. 하기 싫지만 변화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심장이 뛸 때 3분의 뇌파진동명상과 깊은 호흡은 저항감을 낮추고 실행력을 높인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넷째, 실천과 성공 경험을 축적한다.
이제 본격적인 실천이다. 변화를 위한 계획을 실행할 때는 가장 만만하고 쉬워 보이는 것부터 하는 것이 좋다. 일단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뇌에 리듬이 생기면서 다른 어려운 일도 조금 더 손쉽게 연결하여 진행할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성공한 경험은 자신감을 끌어올린다. 또한 그로 인해 자신에게 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턱걸이를 10개를 해낸 사람이야’라는 스토리를 갖게 된 사람은 근력 단련 과제를 지속할 수 있고, 다른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공 경험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축적되어야 한다. 기억은 변형되거나 휘발되기 쉬우므로 성공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기 형식도 괜찮고, 수치화할 수 있는 기록을 숫자로 적는 것도 좋다. 매일 매일 축적되는 이 과정은 강력한 브레인트레이닝이 된다. 

또한 반복적인 훈련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훌륭한 자기 보상이 되어줄 것이다. 이는 무의식까지 변화시키는 과정이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정신 승리가 아닌, 데이터와 자료에 기반한다면 의식 너머의 영역까지 깊이 확신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섯째, 변화한 상태로 자신을 재정의한다.
의식적인 브레인트레이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재정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성공한 모습을 떠올리는 시각화 훈련이고, 변화하고자 하는 자신에 대한 진술을 담은 자기 확언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을 선명히 상상하고, 이뤄졌을 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는 시각화 훈련은 실제로 뇌의 피질을 변화시키고 망상활성체의 자동화 인식 필터를 변화시킨다. 또한 진심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며 이야기하거나 글로 쓰는 활동은 회복탄력성을 증가시키고, 자기조절력과 존중감을 향상시키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러한 훈련은 무엇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훈련의 결과로 무의식까지 통제하는 자아의 스토리텔링이 변화하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내가 변화할 수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위 내용을 토대로 마지막으로 주지하고 싶은 사실은, 나 자신을 변화시킬 주체는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가족, 친구, 직장 상사, 트레이너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전문가도 변화의 환경이 될 뿐,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사람, 고쳐 쓸 수 있다! 
 

글_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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