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혈액형이 가고 MBTI가 왔다

나를 규정하는 너는 누구인가

브레인 101호
2023년 10월 17일 (화)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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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MBTI부터 묻고 시작하는 요즘 대화법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한다. 특히 한국인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아주 많다. 이 알고자 하는 욕구에 부합해 가장 대중적으로 통용됐던 유형 분석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혈액형이었다. 숱한 해명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혈액형으로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궁합을 맞춰보는 데까지 나아갔더랬다. 

그랬던 혈액형 담론이 최근엔 싹 사라지고 온통 MBTI 얘기다.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MBTI를 모르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만큼 이 성격유형 분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 

얼마 전 강의실에서 질문을 받았다.
“저는 잇프피인데 교수님은 뭐예요?” 잇프피가 대략 어떤 유형을 말하는지는 짐작이 갔으나 당황스러웠다. 잇프피(ISFP), 인프피(INFP)하는 식으로 16가지 MBTI 유형을 발음으로 표현한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이니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튜브 화면 갈무리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MBTI 유형을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고, 특히 MZ세대에서는 MBTI 유형을 모르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요즘은 MBTI의 8개 지표 중 하나의 선호 지표를 부각시켜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이 아주 강한 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난 EEEE야’라고 한다거나, 매우 감정형임을 강조하기 위해 ‘EFFF’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표현은 그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 특성을 상대방이 바로 알 수 있게 한다. 
 

MBTI 열풍, 왜?

이렇게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면서 생각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MBTI가 다른 심리검사와는 달리 온라인상의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의 성격유형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MBTI는 주어진 질문에 예, 아니오로 간단히 대답하다 보면 16개 중 하나로 자신의 성격유형이 도출된다. 

그뿐 아니라 유형별로 제공되는 특징적인 제목과 분석해놓은 글을 읽어보면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물론 전문적인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MBTI 검사는 내 성격유형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MBTI 검사를 살펴보고, 다른 성격유형 분석도구인 에니어그램 검사와 TCI 검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MBTI 개발자는 누구?

MBTI 검사는 심리학자인 칼 융Carl G. Jung의 심리유형론에 근거해서 캐서린 브릭스와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에 의해 개발되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어머니인 브릭스가 사위 될 사람을 만나면서부터라고 한다. 브릭스는 자신의 집안 사람들과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진 그를 보면서 사람의 성격이 다른 이유를 궁금해했고, 많은 사람의 전기를 읽으며 나름대로 연구해 성격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사고(명상)적인 사람(meditative), 본능적인 사람(spontaneous), 실천적인 사람(executive), 사교적인 사람(social). 이 네 가지로 성격을 분류한 이후, 1923년 미국에서 출판된 칼 융의 《심리유형 Psychological Types》을 읽고 딸 마이어스와 함께 융의 이론을 적용하여 16개 성격유형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융은 인간의 행동이 겉으로는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힘들어 보이나 사실은 매우 일관성 있는 몇 가지 특징적 경향성, 즉 성격유형으로 나뉜다고 가정하고 사람을 지배하는 정신기능과 사람들이 선호하는 태도를 이해하게 되면 행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했다(Jung, 1976).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MBTI 검사가 개인의 주관적인 분류로 시작되었고, 객관적 증거에 의해 과학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MBTI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검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한다는 것은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MBTI의 유용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이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 게티이미지 코리아


MBTI의 4가지 선호도

MBTI는 상반되는 양극 지점, 즉 4가지 선호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성(E)과 내향성(I), 정보를 수집하는 인식기능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결정하고 선택하는 판단기능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생활양식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나눈다. 

이 조합에 따라 16가지 성격 유형이 생긴다. 각 선호 유형을 조금 더 살펴보고 자신의 성격유형을 짐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먼저 내향성과 외향성은 “지칠 때 나는 어떻게 에너지를 충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판가름된다. 이는 세상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과 힘과 에너지를 발휘하는 방향성을 의미한다. 내향성은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하며,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편안해한다. 외향성은 힘들수록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하고, 움직이려고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두 번째, 감각형과 직관형은 우리가 자연적으로 습득하는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감각형은 지금의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면 생각하기 어려워한다. 즉 확실하고 구체적인 것을 신뢰한다. 직관형은 가능성에 집중하고, 상상과 혁신을 중시한다. 정해진 대로 하기보다는 추리, 은유,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세 번째는 사고형과 감정형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문제에 관해 결정하고, 결론에 이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사고형은 논리적 결정을 선호하고, 객관적이고 분석적 능력에 집중해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사고형은 질문을 통해서 애정 표현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형은 그들의 관심도와 느낌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감정적이고 연민이 많은 성격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인간관계에 좋을지 나쁠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감정형은 관심 있는 대상에게 리액션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판단형과 인식형은 일 처리방식과 관련된다. ‘조직화된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자발적인 분위기에서 살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이 주어진다. 

판단형인 사람은 질서 정연한 삶을 살기를 원하고, 삶이 구조화되고 문제들이 잘 정리되어 있을 때 만족해한다. 그들은 삶을 규정하고 통제하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를 할 때 시험 날짜별로 과목별 공부할 분량과 페이지를 적고, 여행을 갈 때도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준비하기를 좋아한다. 

인식형인 사람은 자발적인 환경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통제하기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MBTI 검사는 자신이 타고난 선호 방향에 따라 익숙하게 살아갈 때 심리적 쾌적감을 느끼고, 반대 방향 역시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 에니어그램 (출처_한국에니어그램상담학회 홈페이지)


자아 성장을 돕는 에니어그램 

다음은 MBTI 검사와 같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심리검사인 에니어그램이다. ‘Ennea’는 그리스어로 ‘아홉’을 뜻하고, ‘gram’은 ‘점’을 의미한다. 에니어그램의 역사는 학자들 간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원전 2500년 고대에서 

시작되었고, 러시아 신비주의 학자인 이바노비치 구르지예프에 의해 1920년경 처음으로 서구 사회에 소개되었다. 이후 현대심리학이 추가되어 에니어그램의 기본 원형이 만들어지고, 1990년대 미국의 돈 리처드 리소에 의해 전 세계에 보급되었다. 

에니어그램은 각각 서로 다른 마음의 동기와 서로 다른 가치체계로 이루어져, 같은 상황이나 현상도 각각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한다고 본다. 

즉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동작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9가지 성격유형을 제공하고, 힘의 중심을 기준으로 감정- 심장(2, 3, 4번), 사고-머리(5, 6, 7번), 본능-장(8, 9, 1번)으로 구분한다. 

개인의 선호도와 판단방식을 강조하는 MBTI는 자기 이해와 대인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에니어그램은 개인의 내적 동기, 즉 성격 뒤에 있는 감정에 더 중점을 두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자아 성장과 타인과의 관계 향상을 돕는다. 
 

▲ TCI 검사 (출처_네이버 엑스퍼트)


떠오르는 TCI 검사

마지막으로 최근 많이 활용되는 TCI 검사는 로버트 클로닝거C. R. Cloninger 박사의 심리생물학적 인성 모델에 기초해 개인의 기질과 성격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검사이다. 성격은 타고난 것과 후천적으로 만들지는 것이 합해진 것이라고 보는 성격심리학과 맥락을 같이하며, 기질과 성격이 합쳐져 인성을 구성한다고 본다. 

TCI 검사에서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비교적 평생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며, 어떤 자극에 대해 좋거나 싫음, 편하거나 불편함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자동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질 척도는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을 측정한다. 성격은 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되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일생을 거쳐 지속적으로 발달한다고 본다. 성격 척도는 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로 구성된다. 

TCI 검사가 위의 두 검사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유형의 세분화이다. 27개의 기질유형과 27개의 성격유형으로 구분되어 있고, 세부 하위 항목들이 적게는 19개, 많게는 29개로 구성되어 좀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각 항목별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유형 분석검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렇게 다양한 성격유형을 분석하는 검사도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할까? 성격유형 검사들이 정말 내 성격을 잘 알려주고 있는 것일까? 

먼저 위의 세 가지 검사는 모두 자기 보고식 검사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체크한 검사라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 결국 자기 보고식 검사는 평소 자신에 대해 잘 관찰하고 알아차리고 있어야 정확한 검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응답을 왜곡하기도 하고, 응답자의 개인적 특성이나 세부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는 자기 보고식 검사와 투사 검사를 종합해서 해석한다. 

따라서 MBTI 같은 검사 하나만으로 자신의 성격을 단정 짓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검사든 측정하는 현재의 내 상태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타고난 기질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코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에니어그램이든 MBTI든 검사의 목적은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고정된 한 유형에 자신을 한정 짓기보다 성격발달의 관점에서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해 자기 성장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글_고건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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