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리에 오를수록 가장 크게 변화하는 두뇌 환경은 무엇일까. 바로 ‘의사 결정’의 범주와 선택의 빈도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기업체 임원 대상으로 뇌교육 특강을 하게 되면 자주 접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좋은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른다’일 수밖에 없다. 경영에 전문가도 아니고 수많은 데이터가 좋은 선택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주변 상황과 시대적 흐름 등 고려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교육의 원리 차원에서 보자면 이렇게는 답할 수 있다. ‘좋은 의사 결정은 좋은 뇌 상태일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들이 기업 환경에서 맞닥뜨리는 직무스트레스관리, 집중력 향상, 업무 몰입도 등도 결국 개개인의 뇌 상태를 어떻게 조절하고, 변화시키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이다. 그럼, 좋은 뇌 상태는 어떻게 만들까?
뇌교육 가이드 1단계.
신체상태 체크가 우선이다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환경에 의해 발달하는 존재이다. 기고 서고, 뛰는 신체 움직임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나서, 정서의 다양함과 조절력이 생겨나며, 그 바탕 위에 학습과 인지사고의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휴먼브레인(Human Brain)'은 지구상 가장 발달되고 복잡한 뇌기능과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1950년대 미국의 신경과학자 폴 맥린은 인간의 뇌가 진화 발달을 단계별로 가장 안쪽 1층에 자리하는 생명 기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뇌간, 그 바깥쪽 2층이 감정 작용을 하는 대뇌변연계, 가장 바깥쪽인 3층이 이성과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로 구성된다고 하며 ‘삼위일체 뇌(Triune Brain)’ 이론을 주장했는데 아직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각 층들은 당연히 모두 연결돼 있어 서로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래층 공사가 잘되어야 상층의 고차원적 기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뇌에 미치는 영향도로 따지면 안쪽일수록 우선한다. 당연히 생명기능을 담당하는 1층의 뇌간 영역이 뇌 상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이다.
즉, 생명 기능을 관장하는 1층의 상태가 부실하면, 즉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그 상층의 감정과 이성적 기능의 발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보통 몸이 건강하면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그 반대일 경우 쉽게 감정이 요동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내 신체상태의 점검이 가장 먼저 필요한 이유이다.
뇌교육 가이드 2단계.
감정상태의 변화를 살펴라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감정과 이성적 사고 간의 관계성이다. 보통 CEO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며 감정의 기복과 개입 없이 객관적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뇌과학에서의 많은 연구결과들은 그러한 믿음이 착각일 수 있다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미국 아이오와대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정서를 담당하는 안와전두엽(OFC, orbitofrontal cortex)이 손상된 환자와 그렇지 않은 정상인을 비교 실험했는데, 두 피험자에게 평화롭고 아늑한 농가 사진과 처참한 재난 사진을 보여준 결과 정상인은 두 사진에 대해 안정과 흥분 반응을 각각 나타낸 반면, 환자는 동일한 흥분 반응을 보였다. 어떤 상황을 보고 판단할 때 정서가 그 밑바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인간 정서에 대한 세계적인 뇌석학이기도 한 다마지오 교수는 “인간의 의사 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라며,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 보다는 정서적 기억과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뇌교육 가이드 3단계.
습관적인 의식 편향성을 체크하라
201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의사결정(decision-making) 관련 연구결과는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 예일대의대 신경생물학과 이대열 교수와 서효정 박사팀은 원숭이가 컴퓨터와 경쟁 게임을 하면서 주스와 맞바꿀 수 있는 토큰을 얻어가는 동안 뇌세포의 활동양상을 측정했다. 특히 의사결정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이 주요 관찰대상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원숭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컴퓨터는 원숭이의 의사결정 과정을 역으로 이용해 원숭이가 토큰을 얻지 못하거나 잃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 원숭이들은 컴퓨터가 자신들이 반복한 행동 패턴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을 멈추고 오히려 상대방의 예측과 반대의 선택을 함으로써 컴퓨터의 전략을 역이용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특히, 또 이 같은 전략적 행동변화에는 전전두엽의 특정 부분(dorsomedial frontal cortex)에 있는 뇌세포의 활동이 밀접하게 관찰되었다. 즉, 뇌 속의 특정 부분이 자신의 행동 패턴과 그것이 상대의 행동에 미칠 영향(상대의 전략)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전략적 행동변화에 결정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할 때 습관적 의사결정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습관적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는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좋은 뇌상태가 좋은 의사결정을 만든다”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뇌는 변화한다’라는 기제가 의미하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존재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반복적 입력이 들어가면 빠르게 숙련된 학습의 뇌 구조를 갖는 특징을 가지는 셈이다. CEO들은 보통의 경우보다 그 입력의 다양성과 반복성, 양질의 데이터 면에서 엄청나게 훈련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새로운 기술의 습득과 강화에는 유리하지만, 생각과 사고, 감정의 유연함 등이 연관된 ‘의식’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패턴의 강화가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하나의 ‘고착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신경망의 강화가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 즉 하나의 ‘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 저 사람은 너무 경직돼 있어”, “사고가 편향적이야”라는 표현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살아가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덜해지는 것을 단순히 느려지는 뇌 발달 속도와 노화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행동과 발달 과정에 있어 ‘의식’이란 부분이 얼마나 크고, 넓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뇌 속으로 입력되는 엄청난 경험과 지식의 습득량이 남다른 두뇌발달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고의 유연함’이다. 어느 순간 뇌 속 정보의 편향성이 이루질 수도 있고, 그것이 새로운 도전과 의식의 확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의사 결정을 위한 정답이란 게 사실 존재할 순 없지만, 최소한 좋은 뇌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에 대한 신체, 정서, 인지상태의 체크는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뇌 3층 구조의 균형과 정보 처리의 유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몸 상태를 바로잡는 것이다. 뇌는 척수를 통해 몸 곳곳에 뻗어 있는 신경계와 수많은 감각기관이 연결되어 있어 신체 움직임은 몸의 이완을, 바른 호흡은 뇌를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움직임만으로도 신체 상태의 변화를 증진할 수 있다.
감정이 요동칠 경우는 5분 정도 편안히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심신 이완이 어느 정도 됐을 때 하는 ‘명상’ 또한 훌륭한 두뇌 관리법이다. 생각과 감정을 내리고, 이완된 집중의 뇌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리더의 의사 결정은 좋은 뇌 상태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그 뇌 상태를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고 싶다고 물으면 거꾸로 이렇게 질문해보자.
첫 째, 현재 당신의 신체 상태는 어떠한가.
둘 째, 현재 당신의 감정 상태는 어떠한가.
셋 째, 현재 당신의 의식 상태는 어떠한가.
글.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