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콘서트였지만, 열기가 뜨거웠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에 쏠리는 관심을 반응하듯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 지난 15일 카오스 재단(이사장 이기형, ikaos.org)과 인터파크도서가 공동 기획한 카오스 특강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뇌과학, 미학>'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성공리에 개최됐다. 좌석을 꽉 채우고, 강연장 한쪽에 서서 듣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과학동아 윤신영 편집장의 사회로 맨 먼저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가 강연에 나섰다. '인공지능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정 교수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언급하며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최초의 개념적 컴퓨터인 '튜링머신'의 등장, 인공지능(AI) 개념을 최초로 사용한 존 맥카시(John McCarthy)를 비롯하여, 인공지능의 발달 과정부터 현주소까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정교수는 최근 세계적인 화두가 된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라질 직업'에 관해 설명하며 "이제는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전뇌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인공지능과 미학'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어 '인공지능과 미학: 인간의 역설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진 교수 역시 알파고 이야기와 함께 데카르트, 인간 기계론을 주장한 라메트리, 질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등 기계와 인공지능에 관한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했다. 진 교수는 인공지능이 물리적으로는 인간과 같지만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른바 '철학적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한 조건과 오감∙감정∙생과사∙사회적 관계 등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설명해 흥미를 더했다.
이번 콘서트의 재미는 두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 진행된 미니토의 시간이었다. 인공지능과 이에 관한 가치판단 등을 바라본 과학자와 미학자의 시각은 물론, 서로의 분야에 관한 궁금증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우주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나 법조계 재직자,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인공지능으로 변화될 미래에 관해 질문을 던지며 열기를 더했다.
이날 강연에 온 한 시민은 "우주 원자보다 경우의 수가 많다는 바둑 경기를 알파고가 이기는 것을 보고 인공지능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지만, 오늘 강연으로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됐다"며 "같은 주제로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내용까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윤신영 편집장(과학동아),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진중권 교수(동양대, 미학자).
카오스재단 관계자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특강을 기획하면서 두 강연자를 어렵게 섭외했다. 강연자와 관객이 만들어낸 예상을 뛰어넘는 열띤 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카오스재단은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과학의 공유'를 모토로 사재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카오스재단은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오는 5월 25일까지는 매주 수요일마다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3층에 마련된 전용 강연장에서 '뇌'를 주제로 상반기 카오스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카오스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