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직업 중 하나가 만화가이다. '마감현장은 바로 지옥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감을 앞둔 만화가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작업을 한다.
앉아서 일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은 과연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까? 지난 4월 16일 부산 작업실에서 만난 만화가 호연(본명 강효경)은 호흡 명상을 통해 지옥 같은 마감을 아이들이 소꿉놀이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웹툰 작가 호연
평소 멘탈헬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아침에 새벽마다 일어나서 절 수련을 합니다. 작품에 대해 하루 종일 스토리를 구상할 때가 많거든요. 어떨 때는 잠잘 때 꿈에서도 나옵니다. 그럴 때는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절 수련에 들어갑니다. 절을 20분 정도 하고 뇌파진동 명상을 하며 밤새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호흡 명상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하나요?
작품 마감 때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보통 웹툰 작가들은 주 1~2회 마감을 하는데요. 마감 후 잠을 자거나, 폭식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죠. 저는 호흡을 통해 복잡한 머리를 정화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호흡 명상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일단 마감일 다가오면 외출도 못하고 의자에 종일 앉아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서 먹고, 일하기를 자꾸 반복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몸에 있는 열들이 위로 뜨고, 다리가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직업보다 건강관리가 잘 안 되는 직업이 만화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업 중에도 중간에 앉아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호흡 명상을 하게 되었죠.
호흡 명상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명상하기 전에는 작품이 끝나도 스트레스나 피로도가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가 많아요. 쌓이는 거죠. 호흡 명상은 작품 들어가기 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줍니다. 또 제가 '걸어 다니는 병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많이 아팠어요. 늘 병을 달고 살았고, 심지어 호흡곤란도 오고 나중에는 수술까지 하고 됐습니다.
이제 명상을 만나면서부터 제가 건강을 직접 챙기게 되었어요. 그동안 약에 의존하거나 많이 자거나 이런 식으로 저를 관리했다면,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제 몸을 관찰하게 된 거죠. 손발이 차면 손발을 털어준다든지, 호흡이 가빠지면 천천히 호흡하려고 노력을 한다든지요.
호흡명상은 무엇인가?
작가들을 만나 명상을 권하면 되게 어렵게 생각하세요. 저는 명상이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명상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자기를 놓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자기가 지금 어떠한 생각과 의식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 한 번 바라보라고 얘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에 휩쓸리고, 어떤 생각이 올라오면 그 생각에 끌려다니지만, 멈춰서 천천히 호흡하며 자기를 바라보면 자신이 어떤 상태라는 걸 알 수가 있죠.
멘탈헬스 관리를 호흡 명상을 시작한 이후 작품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나요?
예전 작품을 보면 슬프고, 분노하거나, 항변하는 독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평화적이고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제 뇌와 의식이 바뀐 것 같아요. 독자들 역시 만화를 보고 '힐링이 되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세요.
작가 호연이 생각하는 멘탈헬스란 무엇인가요?
최근에 <행복의 열쇠가 숨어 있는 우리말의 비밀>이라는 책 삽화를 그렸습니다. '얼쑤 할배'라는 애니메이션도 나오게 됐는데요, 거기 보면 멘탈, 즉 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요. 저는 얼은 쉽게 말하면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의 원래 본래의 모습이요. 우리는 어떤 방법이나 정책으로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데요. 결국은 개인의 얼, 양심이 회복될 때 우리 사회의 멘탈이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명상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생기죠. 그동안 자신의 관념이나 생각에서 혹은 감정적으로 주장했던 것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과 사상을 이해해 줄 수 있을 때 멘탈헬스 지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사진 및 영상. 멘탈헬스 방송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