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어렸을 때 봤던 CF의 한 장면. TV에서 한 운동선수가 계단식 스테퍼(stepper) 기구 위에서 팔을 신이 나게 앞뒤로 흔들어 보였다.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에 머리띠를 두르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가 하는 모습을 따라 하면서 친구들끼리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굳이 그의 말을 상기하지 않아도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운동해야 한다'라는 것은 거의 정설(定說)이다. 복부 허벅지 팔뚝 살빼기 등 부위별 운동법도 많고, 웨이트 요가 필라테스 댄스 등 갖가지 운동법도 많다. 홈쇼핑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한 갖가지 운동기구를 매력적인 언니야(왠지 키크고 늘씬하면 다 언니같다 ㅜㅜ)들이 나와서 광고한다.
나 역시 다이어트를 위해 격한 운동을 해본 사람으로서 '20분 이상 숨찰 정도로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굶는 건 절대 못해' 주의라 주 3회 이상 집 주변의 공원을 뛰려고 했다.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문제는 빡빡한 하루 일정 중에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사실은 핑계)이다. 업무와 과제들은 손에서 놓아질 줄 모르고, 오랜만에 연락하는 지인은 꼭 그 시간에만 볼 수가 있다 하고... 그렇게 하루이틀 밀리다 보니 주 3회는커녕 1회도 하기 힘들었다.
"어.떡.하.지...???"
멘탈헬스 1분 운동, 사무실에서 날씬해지기
멘탈헬스 메소드(제대로 실천한지) 3주차, 나는 다른 의미로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맛보고 있다. 따로 시간내서 하지 않아도 운동 효과는 물론 내 멘탈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이 소개한 '신개념 운동법'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단 20초 동안 땀을 흘릴 정도로 맹렬히(!) 운동해야 한다. 과연 효과가 있겠나 의심된다고? 이는 최근 6~7년 새 미주 과학자가 중심이 되어 연구하는 신개념운동법에 근거한다. 콜로라도 대학의 카일 세비츠 연구원은 성인 남성 5명을 대상으로 2분30초 동안 강력한 운동을 하도록 한 뒤 이들의 칼로리 소모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칼로리가 소모되었다. 이는 집중적인 운동이 살빼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됨을 증명했다.
놀랍게도 단기적인 고강도 운동은 조깅이나 헬스와 같은 운동 못지 않은 칼로리 소모 효과가 있다. 영국 BBC 방송은 하루에 20초씩 3번, 일주일에 3회 고강도 사이클링(cycling)을 하는 제이미 박사의 실험을 소개했다. 고강도 운동은 근육속 포도당이 축적되어 있는 글리코겐 저장소를 파괴해 근육이 당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를 혈류에 보내게 한다. 산책이나 조깅은 근육 조직의 20~30%만 활성화하는 반면, 고강도 운동은 70~80%를 활성화하여 더 큰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적용하여 나는 '아 뻐근하다' 싶을 정도의 운동을 한 시간마다 1분 동안 하기로 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업무 도중에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은 게으름과 일에 방해된다는 생각, 주위 사람에 대한 의식 등으로 내 엉덩이는 의자 바닥에 착 달라붙어 일어날 줄 몰랐다. 하지만 이왕 마음먹은 것,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살살 달랬다.
회의나 단체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대로 11시, 2시, 3시 등 5번을 정했다. 그리고 1분 운동을 했다. 빛의 속도(?)로 요란하게 발을 구르며 박수를 친다든지, 푸쉬업 30번을 빠르게 한다든지, 혹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이어폰으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몸을 흔든다든지 하는 등이다. 몸을 마구 쓰면 '아, 얘가 몸을 좀 쓰는구나' 하는 느낌이 뇌에 전달된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 돌아와 업무를 계속했다. 그리고 0/X로 그날의 운동상황을 체크했다. 첫주는 거의 X, 두 번째 주에는 2/5 정도, 3주차에는 4/5... 실행율이 높아졌다.
운동, 음악, 수다… 당신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그렇게 3주가 지나면서 나에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오래 앉아 있으면서 생기는 피로함이나 졸리움, 그리고 스트레스도 해소되었다. 한 시간마다 빠져 있던 일에서 잠깐 벗어나 몸을 쓰고 기분을 전환하니, 돌아와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겼다. '지금 피곤하니 잠깐 바람을 쐬자'라 든지 '이 업무가 지금 해결되지 않으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 하는 등이다.
그리고 다이어트 때마다 굶주리다가 사흘째 꼭 폭식하던 습관도 사라졌다.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해소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1분 운동으로 '지금이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자각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해법이 즉시 적용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일상에서도 훨씬 활기차고 효율적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소식과 스트레스 해소로 다이어트 상태를 지속한다는 것이 내게는 큰 매력이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운동하기, 음악듣기, 수다떨기 등 다양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도 '멘탈헬스 1분 운동'으로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고, 스스로 간단한 해소법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이번 주 체중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허리 라인도 좀 살고 살빠졌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아직 만인의 멘탈 보호를 위해 나 혼자 감상하는 걸로... 아침형 인간은 2번 성공했다. 지금은 멘탈을(乙)이지만, 멘탈갑(甲)을 향해 고고(GoGo)!
글. 조연비 기자 hsaver@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