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는 22일 산모의 생활습관과 모유수유 여부가 아이의 성장과 인지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모⋅영유아의 환경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조사 결과, 산모의 체내 유해물질농도와 모유수유 여부에 따라 아이의 체중과 신경인지발달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 산모 총 1,700여 명과 출산한 0세~6세 미만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환경부는 산모 체내 납이나 수은, 카드뮴, 프랄레이트 등의 농도, 영․유아의 성장과 인지발달 정도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혈중 납 농도가 평균(1.3㎍/dL)보다 높은 산모에서 태어난 아이는 만 2세가 됐을 때 체중이 남아는 177g, 여아는 204g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 산모의 혈중 납농도와 만 2세 유아의 체중
납은 주로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물질로 특히 어린이에게는 신체와 신경인지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여성(20~39세)의 혈중 납 농도는 1.21㎍/dL로 미국 0.64㎍/dL, 캐나다 0.89㎍/dL에 비해 높으나, 독일 3.07㎍/dL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임신부가 나트륨을 소금기준 9g 이하(티스푼 2개 분량)로 보통보다 적게 먹으면서 칼슘을 우유 200㎖ 3개 이상 정도로 많이 섭취한 경우, 납 농도가 약 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은도 유아 성장에 영향을 미쳐 제대혈(탯줄혈액)의 수은 농도가 1㎍/L 증가할 때마다 만 2세 유아의 체중이 360g 줄었다. 임신 말기 수은 농도가 1㎍/L 증가할 때마다 유아 체중은 186g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은농도와 만 2세 유아의 체중
수은은 간, 신장 및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황새치, 상어, 고래 등과 같은 대형어류를 섭취하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임산부나 가임여성, 유아 등은 냉동참치(회)와 상어를 주 1회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정상적인 6개월 영아는 평균 인지점수 95.8점, 행동반응점수가 95.5점이다.
임신 말기 산모의 혈중 유해물질농도와 6개월 영아의 신경인지발달 관계를 분석한 결과, 혈중 카드뮴 농도가 1.5㎍/L(조사 대상 산모의 중앙값)를 넘거나 납 농도가 1㎍/dL 높아질 때마다 인지반응 점수는 3.20점, 행동반응 점수는 2.86점 낮아졌다.
프탈레이트 산모의 요중 농도가 짙을수록 6개월 남아의 인지반응 점수가 1.46∼1.57점, 행동반응 점수는 2.05∼2.36점 낮아졌으나, 여아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폴리염화비닐(PVC)을 사용한 건축자재, 의료기기 등에 포함된다. 프탈레이트 노출 감소 방법은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지 않거나 훼손된 용기는 금지, 플라스틱 제품을 아이들이 입으로 빨지 않게 하는 등기 등이 있다.

△ 납, 프탈레이트 농도 변화에 따른 6개월 영아의 인지행동발달 점수 변화
※ 신경인지발달점수 평가방법 : 퍼즐·인형·감각놀이판 등을 이용한 검사와 매트 위에서 자연스럽게 운동기능을 측정하는 검사를 종합해 인지, 운동 및 행동반응을 점수화하는 검사를 통한 평가(베일리(Bayley Scale of Infant Development-II, Bayley-II) 검사)
모유수유에 따른 영·유아 건강영향 분석 결과, 12개월까지 모유만 먹고 자란 영아의 인지점수는 103.8점으로, 12개월 영아 전체의 인지점수 평균 101.2점에 비해 2.6점, 조제분유만 먹고 자란 아이의 평균 97.1점보다는 6.7점 높게 나타났다.

△ 수유방법에 따른 12개월 영아의 인지점수
만 3세의 아토피 피부염 발생을 분석한 결과, 생후 6개월까지 총 칼로리의 80% 이상을 모유로 섭취한 아이는 80% 미만을 모유로 섭취한 아이에 비해 아토피 피부염의 발생률이 51%나 낮게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산모의 중금속 노출 정도 및 모유 수유와 영․유아 성장 간의 관련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추후 더욱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임신을 준비 중인 예비 산모나 임산부는 중금속, 유해물질의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고 모유를 수유하는 것이 영·유아의 성장과 인지발달에 도움이 되고 아토피 피부염의 발생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 중에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충분한 엽산과 칼슘을 섭취하는 한편, 소금을 적게 먹는 등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으며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거나 훼손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엽산이 풍부한 식품에는 대두․녹두, 시금치, 쑥갓, 딸기, 오렌지, 참외 등이 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