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뇌를 잇는 고속도로, 척수

브레인 탐험

브레인 13호
2010년 12월 20일 (월)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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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뇌를 서로 바꾼다는 설정으로 화제가 된 영화 <더 게임>.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 분)는 우연한 계기로 금융계의 큰손 강노식(변희봉 분)으로부터 일생일대의 내기를 제안 받는다. 고민 끝에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내기에 무모한 승부수를 던지고, 강노식과 자신의 뇌를 교환하는 수술을 감행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바로 뇌를 교환하는 수술 장면이다(물론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인간의 뇌를 통째로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장면에서 수술을 맡은 신경외과 의사는 두 사람의 뇌만 떼어내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에 꼬리처럼 이어진 척수 부분까지 들어낸다. 척수는 뇌와 몸을 잇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중앙고속도로인 척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척추동물에서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집합체인 척수(spinal cord)는 뇌의 연장선이나 다를 바 없다. 척수는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뇌간 영역의 연수 아래쪽에 위치한다. 뇌에서 보면 몸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고, 몸에서 보면 몸의 출구이자 뇌의 입구다. 즉, 몸과 뇌의 신호를 주고받는 핵심 중계소인 셈이다.

척수는 보통 흰색을 띠며, 위쪽은 굵고 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단면을 봤을 때 중심 쪽은 H자 모양의 회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겉면은 동그란 백질로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척수는 외부에서 봤을 때 흰색을 띤다. 척수는 우리가 등뼈라고 부르는 척추로 보호되는데, 척추는 척수를 지지해주는 역할도 한다. 척수와 척추는 발음이 비슷해서 두 가지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는 뼈를 말하고, 척수는 그 뼈 안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와 섬유다발을 지칭한다.


#1. 척수는 뇌의 연장이다

인체의 총사령탑인 뇌는 몸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해 다시 몸으로 신호를 내려 보낸다. 몸과 뇌 사이에 오가는 신호의 통로가 바로 척수다. 국토에도 곧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가 있고 국도, 지방도를 비롯해 도시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수없이 많은 길이 나 있듯이, 척수는 국토를 종단하는 고속도로에 해당하고, 척수로부터 수많은 신경이 몸 전체로 뻗어 나간다. 고속도로가 정체되면 전체 교통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척수가 신호를 원활하게 전달해야 뇌와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뉘는데, 중추신경계에 해당하는 것이  뇌와 척수다. 중추신경계는 자극의 조절과 명령의 중심이며, 뇌는 의식적인 반응, 척수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뜨거운 것에 손이 닿는 순간 재빨리 손을 떼는 동작은 신경계의 무의식적인 반응이고, 이는 곧 척수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를 무조건 반사라고 한다. 뇌에 신호를 보내고 다시 뇌의 명령을 기다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척수가 대뇌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반응하는 것이다.

뇌와 척수 외에 말초신경계에서 받아들이는 자극은 척수를 통해 뇌로 올라가며, 마찬가지로 뇌에서 보내는 운동 신호는 척수로 내려와서 말초신경계로 보내진다. 척수가 있는 동물은 척수가 없는 동물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뇌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척추동물은 무척추동물에 비해서 뇌가 크게 발달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건설한 경부고속도로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척수가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척수에서 뻗어 나온 31개의 신경쌍

척수는 지방 곳곳에 수없이 뻗어 있는 도로망들이 모두 연결된 특별한 고속도로다. 척수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신경다발이 뻗어 나와 온몸으로 퍼진다. 이 신경다발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척수는 크게 다섯 부위로 나뉜다. 목 부위를 경수, 가슴 부위를 흉수, 허리 부위를 요수, 그 아래를 천수 또는 선수라고 하며, 가장 끝부분을 꼬리라는 의미로 미수라고 한다. 경수에서는 8쌍, 흉수에서는 12쌍, 요수에서는 5쌍, 천수에서는 5쌍, 미수에서는 1쌍의 신경이 나와 모두 31쌍의 신경이 척수에서 뻗어 나간다. 

척수에서 나온 이 31개의 신경쌍은 각 신체 부위에 다양한 수준으로 확장된다. 척수의 상단 부분에서 나온 신경은 상반신과 팔, 손으로 연결되고, 척수의 하단 부분에서 나온 신경은 골반, 허벅지, 종아리, 발로 연결된다. 이 31쌍의 신경세포는 척수를 드나드는 주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이란 척수에서 더 나뉘어 뻗어 나가는 신경으로 피부 표면, 근육, 혈관, 뼈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뇌에서 나온 신호가 이렇게 척수와 연결된 신경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몸을 통해 말초신경계로 들어온 신호 역시 척수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만약 이 척수에 손상이 생긴다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고속도로가 심하게 정체되거나 사고로 도로가 파손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상상해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척수를 보호하고 있는 척추 중심에는 척추수로(spinal canal)가 있고, 이 척추수로 안에 척수가 자리 잡고 있다. 몸에서 근육 운동을 유발하는 신경 자극은 보통 뇌에서 시작되어 척수를 통해 척수 신경으로, 척수 신경에서 근육으로 내려간다. 그 경로가 척수 손상에 의해 중단되면 그 결과로 마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몸에서 뇌로 들어오는 신호를 척수에서 전달하지 못하면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감각이란 피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가 인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온 나라의 물류 유통에 문제가 생기듯, 몸도 마찬가지로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척수는 어느 지점에서든지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손상된 지점이 위쪽에 가까울수록 기능의 손실이 커진다. 척수의 손상 지점 위쪽에 위치한 신체 부분이나 기능은 지장을 받지 않지만, 손상 지점 아래쪽에 위치한 신체 부분과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손상 위치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메시지는 척수 손상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에 뇌에서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없게 된다.

척수 손상은 또한 자율신경계를 방해해 뇌가 자율신경계 기능을 더 이상 조절할 수 없게 만든다. 골격 근육의 마비에서부터 촉감·통증·온도감·위치감·진동 등의 감각 상실, 호흡의 부조화가 일어나며, 자율신경계의 비정상적 기능으로 인해 맥박·혈압·체온은 물론, 방광·내장·분비선과 성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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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척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굴렁쇠 운동’


척수가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등뼈 전체를 자극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체조, 조깅, 스트레칭 같은 운동은 모두 등뼈를 자극한다. 몸의 어떤 동작도 척수를 통해 신호 전달이 이루어지므로 사실상 몸을 쓰는 모든 동작이 척수를 자극하는 운동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등뼈와 척수를 자극하는 ‘굴렁쇠 운동’을 소개한다.

동작은 간단하다. 바닥에 요를 깔고 앉아 두 무릎을 세우고 양손으로 다리를 감싸 안는다. 등을 동그랗게 만 상태로 뒤로 넘어갔다가 반동에 의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동작을 10회 이상 반복한다. 몸을 동그랗게 하여 뒤로 누웠다가 일어났다 하는 모습이 마치 굴렁쇠가 굴러가는 모습 같아서 ‘굴렁쇠 운동’이라고 한다. 이 운동은 틀어진 척추를 바로잡고,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을 고루 풀어준다. 경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꼬리뼈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고 바깥쪽으로 나온 경우에는 꼬리뼈 부위의 피부가 벗겨질 수 있으므로 바닥에 좀 더 푹신한 요를 까는 것이 좋다.

자료제공·단월드
www.dah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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