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대단히 복잡한 화학공장

뇌는 대단히 복잡한 화학공장

뇌의 생화학 작용을 이해하고 약리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들

브레인 25호
2011년 01월 25일 (화) 17:19
조회수24720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뇌가 잘 기능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뇌가 기능장애를 일으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은 뇌기능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규명하고, 주요 뇌질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또한 이 연구는 정상적인 뇌의 기능들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뇌는 복잡한 생화학적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 장치가 올바로 작동하는 것이야말로 뇌기능의 핵심이다. 이 장치의 고장은(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뇌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들 중 하나이다.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뇌의 생화학적 장치의 작동은 사실상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뉴런이 어떻게 정보를 소통하고 교환하는지, 뇌의 적절한 기능을 위해 필요한 자극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주의력이 선택적으로 배치되고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지, 또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되는지를 비롯한 수많은 기능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뉴런들 사이의 신호전달은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화학물질은 뉴런이 다른 뉴런들과 접촉하는 신경말단, 즉 시냅스에서 미세한 소낭들 안에 저장된다. 뉴런의 몸체 내에 발생된 전위(electric potential)는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전의 소낭에서 방출되도록 하고, 신호를 보내는 뉴런과 받는 뉴런 사이에 극히 작은 공간을 가로질러 시냅스 후의 수용체에 붙도록 한다.

뇌에는 수많은 신경전달물질들과 신경조절물질이 존재한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기능을 일상용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이란 일군의 화학물질을 지칭하는데, 이는 인접한 뉴런들 사이에 빠른 소통과 정보교환이 일어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s)’은 좀더 느리게 활동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좀더 멀리 위치한 뇌 영역에까지 미치게 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글루타민산염과 GABA(gamma- amino butyric acid, 감마아미노 부티르산)가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글루타민산염은 대체로 자극적인 신호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GABA는 뉴런 사이에 억제하는 신호를 중재한다.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은 서로 협력해서 작용하며, 그 둘 사이의 균형은 뇌의 건강과 적절한 정보처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 균형이 깨지면 신경쇠약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의 작용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아세틸콜린, 세로토닌은 가장 광범위하게 연구되는 신경조절물질이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각성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도파민은 정보들 간의 연관성을 알리면서 특정한 정보 입력의 돌기에 신호를 보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신경조절물질은 각 기관의 필요와 욕망에 지배받는데, 이 때문에 도파민은 때로 보상과 기쁨의 신경조절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뇌에는 몇 개의 도파민 시스템이 있는데 이 중 몇몇은 다양한 종류의 중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도파민은 또한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데도 관여한다.

도파민 신호는 특히 뇌의 전두엽과 선조체(striatum)에서 탁월한데, 이 두 부위는 복잡한 동작의 조합에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이다. 또한 감정에 중요한 편도체에도 그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해마에도 중요한데 해마는 기억 형성에 매우 중요한 부위다. 몇 가지 증거들을 보면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은 두 대뇌 반구 영역에서 고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르에피네프린은  좌뇌반구보다 우뇌반구에 더 많이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와 반대로 도파민은 좌뇌반구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이 같은 비대칭은 인간뿐 아니라 포유류 전반에서 뇌 반구의 전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시사점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신경조절물질들은  하나 이상의 수용체, 그리고 뇌의 다른 부분들에서 지배적인 서로 다른 수용체와 결합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전체적인 생화학적 뇌 지도가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진다.

현대 신경과학의 뇌 이미지 측정 도구들, 예컨대 양전자방출촬영(PET)과 자기공명분광법(MRS)은 정상적인 뇌와 뇌질환 모두에 있어서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의 경로와 수용체들의 해부학상 분포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 기술은 또한 신경학적 질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약물의 작용방식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뇌의 생화학 작용에 대한 이해는 뇌질환 치료의 기초
뇌의 생화학적 작용에 대해 우리의 지식을 확장하는 것은 ‘정신약리학’ 분야의 뇌질환 치료기술 발달의 가장 기초를 이룬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접근방식이 사용되고 있는데,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의 합성 작용을 조절하는 것이 그 한 예다.

예를 들면, 전구(precursor)물질의 과잉공급이나 이 물질들이 시냅스에서 파손되는 비율을 조절하는 것, 또는 이들과 결합하는 수용체들을 막아버리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은 각기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같은 접근방식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된 증세의 치료제는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에 영향을 준다. 파킨슨병의 약물치료는 도파민의 활동을 증대시킴으로써 뇌에 도파민 시스템의 변화를 목표로 행해진다.
* 정신분열증 치료는 다른 도파민 시스템의 ‘하향 조절’, 즉 덜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우울증의 가장 흔한 치료는 세로토닌 시스템의 ‘상향 조절’, 즉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기억력 손상을 비롯하여 알츠하이머나 다른 치매 증상들(예를 들면 루이바디 병) 같은 인지증후군 치료제는 콜린성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즉 시냅스의 아세틸콜린의 파괴에 개입해서 그 작용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글루타민산염 역시 알츠하이머 증세를 경감시키는 방법으로 쓰인다.


정신작용이 뇌의 생화학 반응을 변화시킨다
최근 경련성 장애와 강박신경증, 투렛 증후군과 그밖의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학적 성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 뇌의 생화학 작용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약리학적 설계가 더욱 효과적이고 정교해져 뇌질환들을 좀더 잘 치료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다양한 비약물성 방법, 예를 들면, 인지적 훈련과 정신분석 같은 치료방법이 특정한 뇌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수적 증가에 영향을 주거나, 그밖에 다른 방식을 통해 뇌의 생화학 작용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발견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서 거부해 온 결론을 이끌어낸다. 뇌 생화학과 뇌 활동 사이에 두 가지 방식의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뇌 생화학이 정신작용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신작용 역시 뇌의 생화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정신약리학은 다양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이용되어 왔다. 최근 들어 정상적 인지를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정신약리학의 사용을 확장시키는 아이디어가 점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지-행위 강화제로서 또는 정신의학과 신경과학의 도구로서 정신약리학을 적용시키는 방식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윤리적으로나 실용적인 면에서 쟁점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우리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방식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자멸을 초래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우려하는 측은 정신약리학이 건강한 개개인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장기적 영향력을 미칠 것을 염려하며, 정신약리학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상적 인지 강화제로서 약리학을 사용하는 것은 절박한 현실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소 앞서가는 문제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미래는 우리가 알아차리기 전에 벌써 우리 앞에 도달할 수 있다.

몇 가지 관련 분야인 신경과학, 신경정신학, 약리학, 뇌영상학을 비롯해 다른 분야와의 융합 노력을 통해서 과학은 뇌의 생화학 작용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당면한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이러한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있다.

글·엘코논 골드버그 Elkhonon Goldberg.
인지신경과학자이자 임상 뇌심리학자. 뉴욕대 의대에서 인지신경과학을 가르친다. 저서 《실행하는 뇌(The Executive Brain)》와
《지혜의 역설(Wisdom Paradox)》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 《새롭게 실행하는 뇌 : 복잡한 세상에서의 전두엽 (The New Executive Brain: Frontal Lobes in a Complex World)》(옥스퍼드대학출판사, 2009, www.oup.com)를 발간하고, 세계 각국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번역·안수정 cinemas87@gmail.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뉴스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