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뇌전증 진단한다…뇌 위축 예측 가능성 확인

혈액검사로 뇌전증 진단한다…뇌 위축 예측 가능성 확인

서울대병원, 혈액 속 면역 바코드로 뇌전증 진단·뇌 위축 예측한다

국내 연구진이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뇌전증을 진단하고 뇌 위축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이상건 교수, 중환자의학과 신용원 교수, 홍상빈 교수 공동 연구팀은 뇌전증 환자와 건강한 성인 100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혈액 속 면역세포의 변화가 뇌전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 중환자의학과 신용원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뇌파 검사나 MRI 촬영 등을 통해 진단과 중증도 평가를 해왔지만, 검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면역세포인 T세포에 주목했다. T세포 표면에는 외부 침입자를 구별하는 고유한 수용체가 있는데, 연구팀은 이를 '면역 바코드'로 표현했다. 건강한 사람은 다양한 면역 바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일부 면역세포만 크게 늘어나 전체 다양성은 감소하게 된다.
 

▲ 건강 대조군과 뇌전증 환자군의 면역 바코드 비교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연구팀이 뇌전증 환자 45명과 건강한 대조군 55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뇌전증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면역 바코드의 다양성이 현저히 낮았다. 특히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와 신경염증을 동반한 환자에서 이러한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진단 모델을 개발했다. 그 결과 혈액 검사 데이터만으로 뇌전증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약 80%의 정확도로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혈액 속 면역 변화는 뇌 구조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RI 분석이 가능한 환자 21명을 조사한 결과, 면역 바코드의 다양성이 낮을수록 발작과 관련된 뇌 부위인 시상과 기저핵의 부피가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뇌전증을 단순히 뇌의 질환이 아닌 전신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혈액검사를 활용한 간편한 진단법 개발과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및 중개 신경학 연보(Annals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logy)'에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