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포 내에 숨겨진 면역 신호인 ‘이중가닥 RNA(dsRNA)’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노화의 원인을 밝혀냈다. 특정 단백질을 통해 이 RNA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새로운 분자적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이승재 교수와 김유식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이 세포 내 이중가닥 RNA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단백질 ‘FARSA’의 기능과 dsRNA 축적에 따른 면역 과활성화가 노화를 촉진하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차세대 RNA 편집기술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에 5월 26일에 온라인 게재됐다.
▲ FARSA의 dsRNA 조절을 통한 면역-장수 균형 유지 역할 [그림제공=한국과학기술원, 손주연 연수연구원]
노화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 변화가 아니라, 세포 내부의 정교한 균형이 무너질 때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세포 속 RNA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RNA 항상성 붕괴’를 노화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본래 바이러스 감염 시 면역 반응을 깨우는 신호인 ‘이중가닥 RNA’는 우리 몸에서도 자연적으로 생성되는데, 외부 감염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노화에 관여하는지는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세포 내에 이중가닥 RNA가 점차 증가하며, 이러한 축적이 수명 단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분석 결과, 기존에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로만 알려졌던 ‘FARSA’ 단백질이 이중가닥 RNA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활용해 FARSA가 이중가닥 RNA와 결합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FARSA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된 이중가닥 RNA의 과도한 축적을 억제함으로써 세포의 노화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특히 FARSA가 RNA 구조를 풀어주는 효소와 협력해 이들을 관리하며, 이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 면역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노화가 촉진된다는 원리를 입증했다.
이승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내 이중가닥 RNA 축적이 면역 과활성화를 유도해 노화를 촉진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밝힌 데 의의가 있다”며, “FARSA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함으로써 향후 노화 관련 질환의 원인 규명과 이를 조절하는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RNA 항상성 붕괴가 노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명확히 규명했지만, 향후 실제 인체 조직과 환자 유래 시료에서도 동일한 기전이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FARSA를 표적으로 한 조절 전략이 임상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