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소중한 가치를 깨우치니 '인성'의 참뜻 알게 돼

[벤자민학교, 기적의 1년]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 ⓵

품속에서 부모만 한없이 바라볼 것 같던 아이는 ‘중학생’, ‘사춘기’라는 시기에 접어들면 달라진다. 초롱초롱하던 아이의 눈빛은 낯선 사람처럼 변하고,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부모와의 대화 단절이다. 아무리 밝고 유쾌한 아이였다 하더라도 사춘기에 접어드는 순간, 말수가 부쩍 줄어든다.

최근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는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국내 최초의 고교 완전자유학년제로 지난 2014년 개교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는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체험적 인성교육을 하며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되니 자신감이 생기고, 자연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무엇보다 나보다는 세상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큰 꿈이 생겼다는 벤자민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체험적 인성교육으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사진=강만금 기자)


아르바이트와 직업체험 하며 부모님의 노고 느껴

“오늘 아침 아빠가 출근하실 때 어제저녁 몰래 준비한 도시락을 드렸습니다. 그동안 도시락은커녕 아침에 출근하실 때 인사드린 적도 없었는데요. 아버지가 고맙다는 말만 7번 하시고 기습 뽀뽀도 하셨어요. 다음에도 또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뚝뚝한 10대 아들이 지난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로 아버지를 감동시켰다.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 이재승 군은 출근하는 아버지에게 샌드위치 도시락을 건넸다.

▲ 이재승 군(사진 왼쪽)이 도시락을 준비하는 모습과 아버지 이창희 씨(사진 오른쪽).(사진=이재승 군 제공)

이 군은 같은 학습관 학생들과 지난 12월 한 달간 진행한 ‘미용감사 페스티벌’의 하나로 난생처음 아버지를 위한 도시락을 쌌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의 앞 글자를 딴 ‘미용감사 페스티벌’은 가족과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한 감사와 나눔의 행사다.


지난해 어머니의 권유로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재승 군은 회전초밥집에서 5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었고, 영상콘텐츠제작회사에서 멘토에게 영상편집 일을 배우면서 바쁘게 1년을 보냈다.

학교 입학 전까지 재승 군과 아버지 이창희 씨는 서로 묻는 말에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무뚝뚝한 부자 관계였다. 살면서 부자 관계가 나쁠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일도 없는 대한민국 여느 10대 아들과 아버지였다. 그랬던 아들이 먼저 도시락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자 아버지는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이재승 군은 “아르바이트하며 사회생활이 쉽지 않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아버지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 이번에 도시락 준비하며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에 울컥했다.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아빠랑 단둘이 식사도 하며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어머니 권규란 씨는 “재승이가 벤자민학교 입학 후 어른도 쉽게 할 수 없는 많은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아들이 무척 자랑스러워졌다. 재승이가 벤자민학교에서 프로젝트나 여러 활동을 통해 변화한 모습은 재승이 아버지가 커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부모인 우리가 미처 가르쳐주지 못했던 것을 재승이가 벤자민학교에서 체험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사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달라진 부자 관계에 대해 기뻐했다.


“우리가 받은 사랑과 관심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나누는 마음 생겨

이재승 군이 아버지를 감동시킨 ‘사랑의 도시락 배달’은 지난 12월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 학생들이 기획한 ‘미용감사 페스티벌’ 중 하나였다.

학생들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지난 한 해 동안 지역사회의 CEO, 여행가, 예술가 등으로부터 멘토링과 진로체험, 프로젝트활동으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꿈을 찾았다. 학생들은 그동안 받은 사랑과 관심을 지역사회에 돌려 드리고자 이번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양로원 봉사활동, 세월호 유가족에게 위로 편지 보내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도시락 배달, 프리허그 & 러브핸즈 거리 캠페인, 또래 청소년 진로멘토링 등을 경기도 일대에서 진행했다.

▲ 벤자민학교 학생들의 봉사활동 모습.(사진=벤자민학교 제공)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1년간 학교 밖 세상을 교실로 삼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한다. 2014년 1기 27명으로 개교한 벤자민학교는 지난해 2기에 477명이 입학하며 현재 전국의 18개 학습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부산학습관 박동재 군은 지난해 벤자민학교 입학 후, 매주 화요일마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있는 '기운차림 천원식당'에서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를 짜서, 아침부터 식당 청소하고 재료 손질, 반찬 나르기를 도와드린다. 박 군은 “어려운 분들께서 마음 편히 드실 식사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갈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울산학습관 학생들은 쿠키 500개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 양육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멘토의 도움으로 6시간에 걸쳐 쿠키를 반죽하고 포장해 거리에서 판매했다. 심수미 양은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나를 위해 쓰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게 느껴졌고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벤자민학교 교육과정 인성적 측면에서 큰 효과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이처럼 봉사활동과 나눔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벤자민학교의 설립취지가 대한민국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양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뇌과학과 교육이론을 융합한 ‘뇌교육’을 통해 자신의 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고 이를 사회와 인류를 위한 삶을 살도록 지도한다.

이러한 결과는 벤자민학교 교육과정 연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벤자민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격검사와 인성검사에서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책임감, 이타성, 관대함, 우주만물과의 일체감에서 두드러지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벤자민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전보다 우울감이 낮아졌고, 가족 및 대인관계에서 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육과정 효과검증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오 교수는 벤자민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인간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데 있어 여유로움과 배려, 공감과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고 견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고 분석했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인성의 가치를 깨우쳐”

서울 강북학습관 정지윤 양은 중학교 때 친구들로부터 폭력과 왕따를 당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약을 먹으며 사람들을 피해 집에서만 생활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정 양은 “평소 동물을 좋아해 벤자민학교 입학 후, 지역 동물보호단체에서 유기견 돌보기 봉사활동과 동물보호 캠페인을 했다. 기존의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라 생각했는데 벤자민학교를 통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생명존중이고 인성임을 깨우치게 되었다”고 말했다.

▲ 벤자민학교 서울강북학습관 정지윤 양.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며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인성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는 중심철학과 방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된 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이처럼 학생들 스스로 인성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우치고 실천하는 벤자민학교 학생들을 통해 우리나라 인성교육의 방향을 그려볼 수 있을 듯 싶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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