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뼈 건강은 모두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들은 한 번만 넘어져도 쉽게 뼈가 부러질 수 있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데 이제 수술 없이 주사 한 방으로 손상된 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과 경북대 공동 연구팀이 ‘홍합’에서 착안한 주사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손상된 뼈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뼈를 비롯해 다양한 조직으로 변할 수 있어 골다공증 치료에 유망한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줄기세포를 주사해도 원하는 위치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거나, 도착하더라도 뼈 재생에 필요한 혈관이 생기지 않아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주목한 것은 바로 '홍합'이었다. 홍합은 파도가 거센 바닷속 바위에도 단단히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놀라운 접착력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홍합 접착단백질에 혈관 생성을 돕는 물질(VEGF 펩타이드)을 결합해 몸속에서도 잘 붙고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특별한 '마이크로젤'을 만들었다.
이 젤은 지름 0.2mm의 아주 작은 구슬 형태로, 내부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아 줄기세포가 잘 머무를 수 있다. 또 주사기로 몸에 주입해도 원하는 부위에 잘 달라붙고, 자연스럽게 분해돼 안전하다.
▲ (좌) 홍합 접착단백질 기반의 혈관신생 유도 접착형 다공성 마이크로젤 모식도 (우) 줄기세포 탑재 마이크로젤 주입 후 혈관 유도 및 뼈 형성 치료 효과 확인 [사진=POSTECH]
연구팀은 이 ‘홍합 마이크로젤’에 줄기세포를 담아 골다공증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 결과, 젤이 손상 부위에 정확히 달라붙어 주변에 혈관이 활발히 생성됐고, 줄기세포가 살아남아 뼈로 잘 자라났다. 실제로 머리뼈 결손 부위와 해면골 손상 부위에서 빠른 뼈 재생이 일어났다.
특히, 연구팀은 미세유체 공정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마이크로젤을 대량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연구의 상용화 가능성과 치료의 일관성에서 매우 중요하다.
POSTECH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줄기세포의 생존율과 전달성을 크게 개선했다”라며, “앞으로 골다공증뿐 아니라 혈관 생성이 중요한 여러 난치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김동표 교수, 경북대 첨단기술융합대학 의생명융합공학과 조윤기 교수, 민경익 교수 연구팀이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화학공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는 보건복지부 치의학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th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