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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트레이드 코리아 이미영 대표 |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환경친화적 물건을 제값에 사는 윤리적인 소비자 운동인 ‘공정무역’ 또는 ‘희망무역’이 요즘 국내에도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농장주들에게 약간의 돈을 얹어주고 홍보를 위해 붙이는 딱지처럼 비치거나 그저 ‘착한’ 소비 정도로만 비치는 것이 사실.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기업인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의 이미영 대표를 만나 세계의 이웃들과 함께하고 정신의 건강까지 키우는 희망의 무역에 대해 들어본다.
환경운동가에서 기업의 CEO로
여성환경연대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던 이미영 대표가 기업의 CEO로 변신한 것은 2007년부터다. 그는 이전까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환경개발센터, 동북아대기환경네트워크 등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환경운동가였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변신은 이전의 활동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하면서 구호나 주장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접근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3세계에서는 가난과 환경, 여성 문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환경파괴는 여성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다시 환경이 파괴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단 한 명이 혜택을 본다 하더라도 실사구시적인 운동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4년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결과 시민단체들과 시민주주의 기금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전문 회사인 페어트레이드 코리아가 만들어졌다. 작은 돈을 모아서 아시아와 나눔을 실천하는 대안적인 비즈니스를 하려다 보니 역설적으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주식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가 곧 시민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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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이나 활동을 넘어서기 위해 전문적인 무역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냥 NGO의 우산 아래 있으면 정말 목숨 걸고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는 구조를 만들긴 힘들어요. 저희 회사는 비즈니스 자체가 운동입니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생산자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구조죠.”
치열한 각오로 회사를 시작했지만 어려움도 많다. 생산자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마케팅과 디자인적인 도전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도 어려울 때가 많다. 네팔의 경우 수도인 카트만두만 하더라도 하루 여덟 시간 정전에 가스조차 끊어질 만큼 현지 상황이 열악하다.
초기엔 불량품이 많아 수선비가 더 든 적도 있었지만 반품을 할 수도 없었다. 이 대표는 생산자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예상했던 어려움들이라서 당황스럽진 않아요. 앞으로 2년 정도 더 준비하고 투자해야죠. 오히려 핵심적인 것은 제품 개발입니다. 소비자들이 뜻도 좋지만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것. 그것만이 비즈니스의 지속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상품에 가려진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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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생산자의 이야기가 제대로 담겨 있고 경쟁력도 갖춘 상품들을 통해 그들의 가난과 환경, 여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꿈은 일상의 상품들에서부터 세계를 다시 보는 역발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요즘 우리가 재배해서 만들어서 먹고 입는 게 어디 있어요? 전부 여러 나라들과 이웃들을 거쳐서 내 손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입은 옷이 방글라데시의 어린 여성노동자가 적은 임금을 받으며 14시간씩 일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요?”
옷이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의 주력 상품이 된 것도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농산물과 달리 옷은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페어트레이드를 통해 생산국가의 여성들은 그동안 인정도 못 받던 전통 기술이 사실은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생산과정 전체를 여성들이 컨트롤하기 때문에 이익도 제대로 돌아가죠. 과정이 복잡하니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요. 기존 비즈니스의 논리에 역행하는 역발상이 오히려 틈새시장을 가능하게 하죠.”
소비자의 영혼을 살찌우는 희망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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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공정무역이 소비자들의 영혼을 성장시키고 살찌운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드는 옷은 건강에 좋아요. 자연 생태계에도 좋지요. 오염 요인을 만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영혼에도 좋아요. 마음도 건강하게 한다는 거죠. 그런 영적인 교감과 느낌을 소비자들과 나누는 것이 공정무역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대표는 공정무역이 국가의 경쟁력과 품격을 올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들을 둘러싼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지혜로운 소비자, 건강한 소비자가 많아질 때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우호적인 이웃들도 많이 생길 수 있겠죠. 그게 경쟁력 아니겠어요?” 그의 말처럼 생산과 소비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영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http://www.ecofairtrade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