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이 밝혀낸 새로운 인간관에 기반해 교육패러다임 바꿔야”

[편집장이 만난 사람] 강준호 서울대학교 사범대 학장

브레인 102호
2023년 11월 23일 (목)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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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 한국 최초로 학습과학연구소 개소 산파 역할
. 서구에서 시작한 ‘학습과학(Learning Science)’, 동양과의 융합 통해 시너지 창출
. 서울대 사범대 입학생들에게 <경험과 성장>, <협력과 성장> 프로젝트 교과실험


Q. 먼저 한국 최초의 학습과학연구소 개소를 축하드립니다. 사범대 학장으로서 '학습과학' 연구소 개소까지 이끌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사실 학습과학에 대한 관심은 몸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쯤 순전히 지적 호기심에서 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하게 됐어요.

40대까지는 몸이 나를 제약한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50이 넘으면서 몸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는데,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체육과 교수이니 몸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몸에 대해서 깊게 탐구해 적이 없는 거예요. 학부때 해부학 한번 배운 게 다였죠. 내가 몸의 본질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몸 공부를 시작했죠.

분야를 막론하고 몸에 대한 공부를 부담 없이 천천히 산책하듯이 시작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해서 지적 여행을 떠난 거죠. 논문을 쓰거나 학술발표를 해야 한다는 부담없이 오로지 호기심으로 공부를 해본 거예요.

주로 철학자나 사회학자들의 몸에 관한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논쟁을 따라가다가 20세기 중반 이후 뇌과학의 흐름도 살펴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연결이 잘 안되다가 어느 순간 큰 흐름이 보이고 서로 연결이 되면서 갑자기 ‘유레카’를 부르게 된 거예요.

그 동안 인류의 사상적 흐름은 크게 보면 주지주의(主知主義 Intellectualism)와 반주지주의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이런 흐름 가운데 최신 뇌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을 때 오는 그런 희열을 느낀 거예요.


Q. 말씀하신 청소년을 위한 '몸 교과서' 제목과 목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는 일반 대중서로 집필하려다가 출판사와 논의과정에서 청소년용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원고를 줄이고,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도 하고 공부하면서 정리한 것입니다.

책 제목을 ‘몸 교과서’라고 정하고 목차를 만드는데 세 번이나 고치면서 1년이 넘게 걸렸어요. 내가 몸을 이해한 것 같은데 막상 이것을 전달하기 위해 목차를 정하려니까 막혔던 거죠. 

고민 끝에 지금까지 몸의 관점으로 보지 않았던 인간의 중요한 활동들을 몸으로 재해석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공부하는 몸, 사랑하는 몸, 관계 맺는 몸, 표현하는 몸 등으로 목차를 잡게 되었습니다.
 

▲ '청소년들의 인생 수업을 위한 첫걸음'이란 부제가 붙은 '몸 교과서'


Q. 사범대 학장을 하신 것도 몸에 대한 공부의 연장선에 있는 거군요.

몸 공부를 하고, 이 책을 쓰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학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장이 되면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던 중에, 학습과학이라는 분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몸에 대해 눈을 뜨고 난 상태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앞으로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대부분 교육방식, 교육과정, 교육내용 등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 교육체계는 교육관, 즉 교육철학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관은 한 단계 더 내려가면 인간관에 기반한 것이죠. 

문제는 수백년 동안 내려온 근대교육 시스템이 데카르트가 제시한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이원론과 정신이 신체를 통제하는 이성적 인간관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은 데카르트가 만들어 놓은 이성적 인간관, 그래서 지식을 잘 습득해서 이성을 갈고 닦으면 그 이성에 의해서 우리가 훌륭한 인간이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관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이 중심이 돼서 자연을 통제하고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세계관이 지금까지 지배해왔습니다. 사실 이것이 근대의 인간관과 세계관인데 근대교육 시스템이 이러한 인간관과 세계관에 기반해 있거든요.

그러니까 교육도 인간을 ‘지덕체(智德體)로 나누고, 그중에서도 ‘지(智를)’ 중심으로 또다시 과목을 나눈 후 표준화된 지식을 주입하지요. 마치 AI를 학습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교육하는 건데, 인간은 그렇게 쪼개져 있지 않고 통합되어 작동하는데 쪼개진 인간관을 가정하고 교육해온 것입니다..

사범대는 교육현상을 다루는 단과대학으로서 교육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서울대 사범대 학장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도모해보고 싶었습니다.


Q. 뇌교육학과 교수로서도 ‘몸 교과서’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메를로퐁티 얘기도 무척 반가웠습니다.

현대 사상가들 사이에서도 인간은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이원론이 아니고 하나라는 심신일원론이 대세로 되어있지만, 이것은 형이상학적으로 정리가 된 것이지 우리들의 인식과 사회 제도에는 여전히 심신이원론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생물학이 발전하고 특히 뇌신경과학이 발전하면서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지 않고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데카르트의 인간관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정신이 신체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정신이 신체의 그림자라고 주장하지요. 특히, 21세기 들어 ‘체화된 인지’ 개념이 도입되면서 ‘체화주의’가 뇌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했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몸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의식은 몸 전체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입니다. 크게 보면, 현대 뇌과학은 메를로 퐁티가 얘기했던 ‘몸 철학’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Q. 기존의 인지기반 학습과학과는 결이 다른 동양과 서양의 만남, 인간 자체에 대한 인식과 성장에 관한 융합의 관점으로 들립니다.

새로운 인간관에 기반해 보면, 인지적 학습에만 초점을 맞춘 종래의 학습과학은 여전히 인간의 특정측면만 따로 떼어서 접근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습과학을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측면을 모두 포함한 종합적인 인간 성장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해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제가 학장이 되면 학습과학을 인간의 종합적인 성장에 관한 원천지식을 창출하는 융복합 분야로 만들어 가겠다고 얘기했어요.
 

▲ 지난 9월, 한국 최초로 개소된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 이주호 교육부총리,유홍림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금 사범대학이 국어교육, 영어교육, 수학교육 등 교과목 지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앞으로는 인간의 성장까지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단과대학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새로운 시도를 하면 여러 학과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데, 학습과학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모든 교과목의 근본이 될 뿐 아니라. 중고교, 고등교육, 직업교육에도 적용되고 인간이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곳에는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원천지식이 되니까요. 

아무튼 사범대학의 미래가 학습과학에 있다는 생각으로 학습학연구소와 학습과학 연계전공을 만들며 지금까지 온 겁니다.


Q. 말씀 들으면서 저도 전율이 일어납니다. 2008년 유엔에서 개최된 국제뇌교육컨퍼런스에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가 발표를 하셨었는데, ‘데카르트의 오류’ 저서 이후에 ‘스피노자의 뇌’ 책이 나왔을 시점이었거든요. 학습과학연구소 개소가 서구적 시각에서 가져왔던 학습과학이 아니라 오히려 심신일원론적 체계를 가진 아시아와의 만남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학습과학연구는 인지적 학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AI를 접목하며 인지적 학습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데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몸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과 관련된 모든 현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쪼개서 이해하는 것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교육도 지덕체를 따로 가리키고, 인성교육도 교실에서 지식교육 하듯이 접근하는 거예요. 

저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은 모르겠지만 방향에 대해서는 확신이 생겼어요. 학습과학을 미래 교육 담론으로 확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교육은 여전히 심신이원론적인 전제로 틀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심신일원론적 학습과학으로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간 이해를 위해 인문학적 지식뿐 아니라 뇌과학의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입니다. 사범대도 뇌과학을 기반으로 학습과학을 연구하는 분을 교수로 뽑을 필요가 있습니다. 


Q. 학습과학도 결국 뇌 활동의 영역이라 볼 수 있는데요. 연구소 차원에서 뇌과학, 뇌공학, 뇌인지과학, 뇌교육 등 뇌융합 분야와의 접목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학습과학연구소 산하에 뇌기반연구센터가 있는데 앞으로 교수를 채용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순수 뇌과학자 보다는, 뇌과학을 기반으로 교육현상을 연구하는 분이 필요합니다.

서울대는 종합대학이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분들하고 융복합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은 일단 되어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잘 세워가며 진행할 예정입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학습현상을 근본적으로 연구하는 기초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교육 현실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춘 실용적 연구입니다. 두 가지 방향 모두 뇌과학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몸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과 관련된 모든 현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쪼개서 이해하는 것뿐이거든요."
 

Q. 개인적인 궁금함인데 체육학 전공이신데, 사범대 학장은 조금 이례적인 케이스 아닌가요? 

전통적으로 사범대는 교육학이 중심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고 특히 체육학은 다른 전공과 달리 몸을 다루기 때문에, 주지주의적 관점에서 정신과 신체의 위계를 생각하는 분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례적이라고 볼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장이라는 직책이 학과를 대변하기 보다는 사범대학 전체를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학과보다는 학장 개인의 생각과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인공지능 시대, 사실은 근원으로 돌아가야 되는 시점에 기존의 틀을 넘어서 체육 전공 출신의 서울대 사범대 학장이 나오신 것도 정말 좋은 타이밍으로 보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시간인데, 기존 근대교육의 체계로 만들어진 것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지금 있는 체제를 전환하는 게 더 어렵지요. 저도 방향을 겨우 잡은 것이지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일단 실험적인 시도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요즘 학생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하나는 대학 입학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에 이끌려 입시공부에 매달리면서 자기주도성을 키울 기회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우리나라의 초경쟁 교육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타인과 협력하는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5개 학과에 입학하는 사범대 학생들을 학과와 상관없이 15명씩 한 그룹으로 묶어서 수강하는 과목 두 개를 만들었어요. <경험과 성장>, <협력과 성장>이라는 과목인데 둘 다 세 가지가 없습니다. 강의, 책, 강의실. 

 

Q. 프로젝트 기반으로 하는 건가요?

<경험과 성장>에서는 학생들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활동 한 가지를 학생들이 스스로 선정하고 한 학기 동안 경험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기 감정, 생각, 행동, 몸 등 자신에게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스스로 성찰해보는 수업입니다. 

활동은 밴드, 합창, 요리, 커피만들기, 자전거 타기 등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존 듀이가 애기한 Learning by doing을 작게 나마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인간이 성장하는 방법에는 지식을 습득하고 이성을 발달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감각을 깨우고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협력과 성장>은 학생들이 관심을 자기 자신 밖으로, 즉 사회로 돌려 문제를 발견하고, 대학 신입생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머리를 맞대고 솔루션을 만들어보는 수업입니다. 경험과 성장과 마찬가지로 팀으로 협력해서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솔루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두 과목 모두 그룹마다 교수님 한 분과 멘토가 한 명씩 배정됩니다. 두 과목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수행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서로 합의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기주도성과 협력입니다. 차이점이라면, <경험과 성장>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고, <협력과 성장>은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Q. 지덕체(智德體) 근대 교육방식이 아닌 경험 기반 수업이군요.

전통적인 지식교육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경험기반 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료를 직접 찾아보고 토론하는 것도 일종의 경험이니까요 그러나, 위 두 과목은 지식 전달을 위해 경험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경험 자체가 목적인 수업입니다.

인성교육도 강의실에서 인성의 대한 개념을 인지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실제로 봉사도 해보면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해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행동은 몸이 반응하는 것입니다. 몸을 통한 경험, 즉 체험에 기반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앎이 삶으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 "몸을 통한 경험, 즉 체험에 기반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앎이 삶으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Q. AI 시대에 교육의 본질로 돌아간 것인데, 반응이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사범대학은 교육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데, 이 물꼬를 어떻게 틀 건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이 두 과목이 올 해 처음 시작됐는데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교육의 본질을 말씀하셨는데, 교육의 목적은 인간의 성장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간의 상호작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려서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와 다른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합니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교수자와 학생간의 상호작용은 AI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Q. 결국 시민들의 의식전환이 일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2020년 유아교육도 놀이중심으로 개정되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신체놀이 중심이 아니라, 교구 중심으로 하고 있더라구요. 다치면 소송도 걸리고 문제 커지니까 서로 그렇게 가는 거죠.

학장이 되면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부모 대상으로 유튜브 교육 시리즈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당신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죠. 다른 일들에 밀려 실행은 못했습니다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체활동은 성인이 된 후에도 중요하지만 성인이 되기까지는 성장 관점에서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신체활동은 뼈와 근육은 물론이고 뇌발달, 정서발달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뇌는 신체의 움직임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두발로 직립하는 진화과정에서 복잡한 신체움직임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되었기 때문입니다. 

호모사피엔스 역사를 보면, 농업혁명 이후 정착 생활을 한 지만 년 정도 되고, 그 이전 수렵생활을 하는 19만년 동안 남자는 하루에 20km씩 움직였다고 합니다. 

우리 몸과 뇌가 그런 신체활동에 적응돼 있었는데, 현대 사회로 오면서 급격하게 신체움직임의 양이 줄어든 거죠. 건강과 사회 문제의 상당 부분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생깁니다. 특히 학생들의 성장기에는 뇌가 정상적으로 발육하려면 일정량의 신체활동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Q. 신입생들에게 뇌를 공부시키는 것이 무척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교사들은 필수적으로 뇌 공부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는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뇌를 포함한 몸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21세기 새로운 뇌과학 패러다임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은 뇌를 포함한 몸 전체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소위 체화주의적 관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공부를 시작했던 저로서는 뇌과학에서도 몸이 최신 화두가 된다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아무튼 미래 교사와 교육리더가 될 학생들이 전통적인 교육학을 넘어 뇌과학까지 공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 너무나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는지.

지금은 우리는 인간관과 세계관이 바뀌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최근 ‘포스트 휴먼’이라는 개념도 나오는 것처럼, 인간은 지금까지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수정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럴수록 인간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파악하고 찾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으로는 인공지능을 나의 지적 생산성을 높여줄 유용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동시에 보편적 지식을 넘어 자신의 삶에 기반한 ‘체화된 지식’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 강준호 학장 (장소= 서울대 사범대)

더불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 의사소통능력과 같은 ‘사회적 역량’을 키워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다움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식교육은 질이 바뀌어야 하고, 공감능력과 같은 사회적 역량 교육은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경험에 기반해야 합니다.

앞으로 인간은 세 가지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타인, 자연, 기계(AI)입니다. 타인과는 협력에 관점에서, 자연에 대해서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기계와는 기계가 인간의 삶을 보완한다는 관점에서 공존을 바라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장래혁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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