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칠나무 엑소좀, 차세대 바이오 시장 선도

인터뷰_연주헌 웰에이징엑소바이오 대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 교수

브레인 94호
2022년 08월 15일 (월)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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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식물 엑소좀 화장품을 개발한 나노바이오공학자 연주헌 대표


최근 바이오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엑소좀’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은 2022년 ‘10대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 중 하나로 엑소좀을 선정했다.

엑소좀은 세포 소기관인 소포체의 일종으로 단백질, 지질, 핵산 등 다양한 생체활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세포 간 신호전달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특히 엑소좀에 약물을 넣어 표적 세포까지 정확하게 전달 가능해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30년 약 2조 6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DBMR 리서치는 글로벌 엑소좀 시장이 연평균 21.9퍼센트 성장해 오는 2026년 약 3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엑소좀을 상업화한 제품은 개발 초기 단계여서 글로벌 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식물에 존재하는 엑소좀을 추출하여 세계 최초로 식물 엑소좀 화장품을 개발한 나노바이오공학자 연주헌 대표를 만났다.
 

▲ 연주헌 웰에이징엑소바이오 대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 교수


나노바이오공학자로 식물 엑소좀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엑소좀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카이스트에서 나노바이오공학을 전공하면서 세포와 나노입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바이오공학 분야에서 엑소좀이 거론되고 있었다.

당시 식물도 엑소좀을 분비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실험 대상 식물로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약용식물로 쓰인 황칠나무에 주목했다. 황칠나무는 잎과 줄기, 뿌리, 수액까지 모두 약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추출한 나노입자 또한 다양한 유효성분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식물도 엑소좀을 분비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식물 엑소좀이 유효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그 자체로 다양한 효능을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항암 연구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암세포의 엑소좀을 연구했다. 보통 암을 치료하는 약물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 그러나 황칠나무 엑소좀은 정상세포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와 암 전이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Journal of functional biomaterials (Impact factor: 4.901)).

또 다양한 암 조직세포 연구를 통해 황칠나무 엑소좀이 피부 멜라닌 성분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금은 3차원 인공피부 조직을 만들어 황칠나무 엑소좀의 피부암 예방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피부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데 최근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이다. 피부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의약품 원료로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칠 엑소좀을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실험 과정을 거쳤나?

연구를 통해 황칠나무 엑소좀에서 기존의 미백 성분보다 뛰어난 미백 효과를 발견했다 (Journal of Extracellular Vesicles(Impact factor: 17.337)). 그러나 식물 엑소좀의 산업적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엑소좀의 안정성이 요구된다. 다양한 온도와 보관 시간, 보존제에 따른 특정 조건에서 유효기간 동안 입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연구팀에서 추출한 황칠나무 엑소좀은 냉장 보관했을 때 최소 4주 동안 크기와 단백질 함량, 세포 내 흡수율 등이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약학 저널(Pharmaceutics (Impact factor: 6.321)에 최근 발표했다.
 

▲ 연주헌 교수 연구팀


교수이자 연구자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회사를 창업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황칠나무 엑소좀의 미백 효과에 관한 연구가 엑소좀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에 게재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황칠나무 엑 소좀은 미백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화장품 원료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술 이전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공기술 기반 시장 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을 한다는 공지를 보고 그렇다면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이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미국 워싱턴에서 두 달간 창업교육을 받았다. 사실 그전까지 연구만 했기에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서 더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는데, 우리 팀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1등을 했다. 덕분에 시제품 개발비를 다른 팀보다 더 넉넉하게 받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와 (주)웰에이징엑소바이오를 설립했다. ‘엑소드랍’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여 시제품을 제작 판매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 지난 6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헤어 앤 뷰티 엑스포'에 전시된 웰에이징엑소바이오 제품들


판매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가?

황칠나무 엑소좀 전 제품이 지난해 1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최초로 미국화장품협회(Personal Care Products Council)와 대한화장품협회에 원료로 등재되었다. 또 영국비건협회의 정식 비건 제품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자사 몰과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고, 미국의 아마존과 일본 큐텐에서도 판매한다.


지난 6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헤어 앤 뷰티 엑스포’에 참여했는데 그곳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오클랜드에서 열린 엑스포에 황칠나무 엑소좀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전시했고, 세미나에서 ‘청정 자연 뉴질랜드의 천연자원과 K-뷰티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한국의 황칠나무가 뉴질랜드로 공식 수출되어 현재 3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뉴질랜드 청정 환경에서 자란 황칠나무는 한국보다 생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개발로 확장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 뉴질랜드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의 황칠나무
 

황칠나무는 한국 고유의 수종인가?

뉴질랜드에도 일본에도 황칠나무는 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속명이 다르다. 기후에 따라서 나무의 성장 속도와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뉴질랜드 현지 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한국의 황칠나무를 연구해 화장품뿐만 아니라 건강식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황칠나무를 약용식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안다.

연구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잎이나 줄기를 말려 차로 마시고, 음식에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황칠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액이다. 수액은 그 자체로는 너무 강해 그대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물에 희석해서 먹어왔다고 한다.

문제는 황칠나무 수액(황칠)은 인위적으로 채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황칠이 어떤 때에 나오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대량 채취가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


스타트업계에 아직 여성 창업인이 많지 않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창업 멘토링을 하신다고 들었다.

2016년부터 교수로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취업탐색 멘토링을 했다. 여성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실 방문, 취업지원,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방법 등에 도움을 드리고자 했고, 올해는 회사 대표로서 멘토링을 지속하고 있다.


대학 교수이자 회사 대표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우선 항암 연구와 관련하여 한국연구재단 중견 연구 사업과제로 선정돼 피부암에 효능이 있는 황칠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 엑소좀을 연구할 계획이다. 현재 화장품은 페이셜, 바디, 클렌징, 프리미엄, 마인드 케어 라인으로 제품이 출시돼 있다. 조만간 선크림, 핸드크림, 올인원 클렌징 바 등 더 많은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뉴질랜드 대학과 공동으로 건강식품 분야의 제품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의약품 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강의와 학생 지도, 연구에 회사 운영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보인다.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려고 하면 힘들어진다. 현재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 하나씩 해결해 간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해보지 않은 일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다 보니 일은 많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 혼자서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멘토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것이 고비를 만나 힘들어도 이들에게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기 위해 더 열심히 연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글. 전은애 hspmaker@gmail.com / 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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