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류의 상징, 엘살바도르 뇌교육 프로젝트

교육한류의 상징, 엘살바도르 뇌교육 프로젝트

[인터뷰] 이자벨 패스터 구즈만 아이브레이파운데이션 사무국장

브레인 93호
2022년 06월 07일 (화)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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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 패스터 구즈만 사무국장

한국의 뇌과학은 앞선 국가들을 따라가는 입장이지만, 뇌활용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뇌교육 대학-대학원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설립했고, 2009년에 두뇌훈련 전문가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을 국가공인화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설립된 뇌교육 비영리국제단체인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이 2015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 협의 지위 승인을 받았다.

중남미 엘살바도르 뇌교육 프로젝트는 교육한류의 대표적 성과로 손꼽힌다. 오랜 내전의 상처로 사회 폭력 문제가 심각한 엘살바도르에서 한국의 뇌교육이 일으킨 놀라운 변화는 MBC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호아킨 로데스노 학교의 글로리아 뮬러 교장은 한국을 직접 찾아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당시 뮬러 교장은 자신의 학교에 일어난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마약과 폭력 문제도 감소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기 조절력과 인간관계에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아무런 기대도 없던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뇌교육 프로젝트는 2011년 엘살바도르 외교부와 교육부의 요청으로 한 학교에서 시작되어, 2012년에는 한국 교육부 글로벌교육원조사업으로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서 4개 학교 교원연수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2013년에는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이 엘살바도르 교육부, 교원복지연합(Salvadorain Institute for Educator’s Wellness, ISBM)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으로 교원연수를 확대해 나갔다.

이후 2017년까지 7년간 엘살바도르에서 약 4,500명의 교육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뇌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이는 전국 학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공교육에 뇌교육을 도입함으로써 교실에서부터 공존과 평화를 위한 문화의 기초를 닦고 사회에 만연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폭력은 빈곤이나 남녀불평등, 건강, 교육 문제 등 엘살바도르가 당면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이자 결과였기 때문이다.

뇌교육의 성과에 대한 답례로 엘살바도르 정부는 2018년,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 설립자이자 뇌교육 특성화 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에게 호세 시메온 카나스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호세 시메온 카나스 상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상으로 사회-교육-과학 분야에 크게 기여하거나 박애주의를 실천한 엘살바도르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수여된다.

뇌교육이 엘살바도르 전국의 학교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를 엘살바도르 교원복지연합의 라파엘 로페즈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의 훌륭한 점 중 하나는 교육을 통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지역 사회로 돌아가 복사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트레이너를 트레이닝하는 방법(Training-of-trainers)’ 덕분에 뇌교육을 직접 배운 사람들을 통해 수천 명이 간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은 본격적으로 엘살바도르 내에서 뇌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19년부터 일지평화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4월 화상으로 진행된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의 이자벨 패스터 구즈만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자벨 국장은 2008년까지 유엔의 국제이주기구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행정적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09년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에 합류한 그는 엘살바도르를 비롯해서 시에라리온, 코스타리카, 인도 등 뇌교육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 엘살바도르 뇌교육 프로젝트의 성과를 담은 현지 언론 보도


Q. 2014년부터 매년 교원 대상으로 뇌교육 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진행되나?

교육부에서는 우선 지역간 균형 발전을 위해 뇌교육이 필요한 학교들을 선정하여 교육 대상자와 일정을 조율한다. 교육은 주 1회 심화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며, 총 6개월 과정이다. 멀게는 차로 두세 시간 오는 경우도 있을 만큼 교육에 대한 참가자들의 열정이 크다.

교육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 동료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자신이 배운 내용을 가르친다. 우리가 ‘복사(replication)’라고 부르는 단계인데,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많이 성장하기 때문에 이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은 교사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여 교육부에 보고한다.

Q. 교육 과정은 어떤 단계로 이루어지는가?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회복하도록 돕는 활동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느끼고 친해지는 단계를 거쳐 에너지 수련을 통해 감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대부분 ‘감정이란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에너지 관리’라는 개념을 매우 새롭게 받아들인다. 다음 단계는 자기 삶의 목표를 새롭게 세워 실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 중에 교사들은 개인적인 삶의 이슈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특히 폭력과 마약 등 학교 안팎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된다.

“많은 문제가 내 주변에 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나 자신을 힐링하고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라는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자신감과 희망을 키우게 된다.
 

▲ 엘살바도르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뇌교육 과정

Q. 교사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어떻게 적용하나?

우선 교육 시스템 안에서 뇌교육을 가르치는 것은 이 과정을 수료하기 위한 의무사항이다. 대부분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 안에서 주제를 만들어 일주일에 1시간씩 뇌교육 수업을 한다.

이 밖에도 학부모들을 학교에 초대하고, 교회나 주민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지역사회에서의 활동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자신의 체험을 나누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Q. ISBM에서 2013~2014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혈압, 혈당, 체중, 혈중지질농도 등 참여 교사들의 신체적 건강 지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사들의 신체적 건강 증진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건강 문제로 병원에 가느라 수업에 빠지는 교사들이 많다. 뇌교육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면서 교사들의 결근이 줄고 자신이 하는 일에 좀 더 의욕적이 되었다.

외부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응하게 됐고. 폭력의 위협이 상존하다 보니 언제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지 몰라 ‘이런 말은 하면 안 돼’, ‘이 길로 가야 안전해’ 등과 같은 나름의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항상 긴장과 불안 속에 산다. 뇌교육을 통해 교사들은 그동안 가져왔던 긴장을 스스로 푸는 훈련을 한다.
 

▲ 뇌교육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Q. 엘살바도르 정부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 시도를 해왔다고 들었다. 기존의 시도들에 비추어볼 때, 아이브레아 파운데이션의 노력이 엘살바도르 청소년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동기부여가 핵심이라고 본다. 뇌교육 훈련을 통해 몸에 에너지가 차고 삶의 목표가 생기면 이를 이루고 싶은 의욕이 생기고 수업 참여도도 올라간다.

뇌교육 명상 시간에 자주 꿈과 비전에 대해 떠올리게 하는데, 이를 통해 삶의 방향이 생기고 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많은 교육 정책들이 학생들에게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정말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 안에서 그 마음을 직접 느끼도록 했다.

Q. 엘살바도르 지역 내에서 뇌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또 이 학교는 어떤 내용으로 운영되는가?

이름은 일지평화연구소다. 학교 건립을 위한 목표 모금액에 거의 도달했다. 한두 달 안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현재 석사과정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2년 뒤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엘살바도르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관심을 갖고 있어서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다. 성사된다면 의료 분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학교는 개인의 셀프힐링에서 출발해 지역사회에 평화를 창조하는 뇌교육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엘살바도르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자격 요건에 맞춰 세 가지 영역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첫째는 교육과정 운영, 둘째는 학생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지역사회에 적용하게 하는 아웃리치 활동, 셋째는 뇌교육의 효과를 연구하는 활동이다.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 홈페이지(www.ibreafoundation.org)에서 일지평화연구소 건립을 후원할 수 있다.   

 

[Box] 뇌교육 과정에 참여한 교원들의 나눔

“뇌교육 체험은 나뿐 아니라 내 가족과 업무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내 문제들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내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대화를 통해 충돌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폭력을 끝내기 원한다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점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뇌교육을 가르치는 것이두려웠다. 학생들이 낯선 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과 마음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자 아이들의 반응은 걱정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아이들은 굉장히 흥미롭게 경청했다. 이 뇌교육 프로그램은 이론적 설명과 체험이 결합돼 있어 효과적이다. 이제는 수업을 시작하면 학생들이 먼저 ‘우리 뇌체조 해야 해요’ 하고 이야기한다.”

“우리 학교는 지역 갱단의 영향으로 학교 안에 폭력 문제가 많았다. 폭력 예방 차원에서 뇌교육을 학교에 도입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활동들인데, 폭력적 행동을 줄이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Focus] 엘살바도르 뇌교육의 상징, 라우라 칼데론 톨레도
 

▲ 뇌교육 도입 초기 라우라가 실린 신문(좌), 유엔본부에서 열린 뇌교육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우)

라우라 칼데론 톨레도는 2011년 엘살바도르에 뇌교육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참여한 학생이다. 라우라는 의붓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되었다. 충동적이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에 관한 생각 같은 건 할 수 없었던 그가 뇌교육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라우라는 현재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의 엘살바도르 사무소에서 교원연수 과정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라우라가 2017년 유엔에서 했던 연설의 일부다.

“엘살바도르에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이나 생활 필수품을 주고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돈을 다 써버리고 나면 다음 사람이나 단체가 또 나타나서 돈을 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은 뇌교육을 통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일해서 얻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해주었고, 내가 무언가 성취했을 때 그것이 내 노력의 결과임을 항상 상기시켜주었다. 지난 6년간 내가 뇌교육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많은 젊은이들이 뇌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바란다. 

내 경험 중 여러분과 가장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는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당신이 원하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제를 풀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럴 때 당신은 당신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정리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 자료제공_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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