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우리는 길을 잃은 세대 아닌 웰컴 세대

[브레인 인문학] 우리는 길을 잃은 세대 아닌 웰컴 세대

브레인 인문학

브레인 90호
2021년 10월 28일 (목)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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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일본의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의 지구시민교육 과정 중에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그때만 해도 낯설고 복잡한 개념이었다. 지구는 한정된 자산이기 때문에 미래 세대의 삶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자연환경 파괴 수준이 인류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반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부룬트란트 보고서로 알려진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미래 세대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명확하게 제시했다.

발전에 대한 세대 간 정의(intergenerational justice)는 청년 실업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세대간 부의 양극화 문제와 환경문제(기후위기) 등에서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 2021년 9월 베를린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참가하고 있는 툰베리. 출처(CC)Stefan Müller/Fridays for Future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부터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자이자 액션 주체로서 청소년의 역할을 부각시킨 대표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해 그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고 해결해야 할 당사자 세대로서 아무런 액션도 하지 않는 현 세대를 질타하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Fridays for Future’이라는 세계적 기후 운동을 촉발시켰다.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에게 “세계 지도자들이 온실 가스 감축 등 각종 환경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멸종 위기 앞에 있는데도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며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지난 8월 유니세프는 ‘기후변화가 아동에 미치는 위험 지수(Children’s Climate Risk Index)’를 발표했다. 기후 위기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첫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아동이 기후 위험 혹은 환경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최소한 1회 이상이다. 전 세계 아동의 3분의 1이 4회 이상 폭염이나 태풍, 대기오염, 홍수, 물 부족과 같은 환경 문제에 노출되는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전 세계 아동의 절반이 고위험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올해 8월 말 루이지애나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남부를 휩쓸고 동북부로 이동하며 뉴욕이 물바다가 되었다. 기록적 폭우로 인한 홍수로 뉴욕의 거리와 지하철 승강장이 강으로 변하고, 당시 뉴욕 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 안전한 도시는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재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번 피해는 “극심한 폭풍과 기후 위기가 도래했음을 시사한다”며 “우리 시대의 큰 도전 중 하나”라고 밝혔다. 

16년 전 카트리나에 이어 아이다의 피해가 가장 컸던 루이지애나 주는 아직도 피해 복구 중이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30만 명의 학생들이 건물 붕괴나 전력 공급 시설 파괴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일부 학교는 몇 주 만에 수업을 재개했지만, 5만 명은 아직도 학교에 못 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피해가 컸던 주였던 만큼,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아동들의 수업 결손이 더욱 안타깝다. 


▲ 유엔 SDG 모멘트에서 연설하는 그룹 BTS. 출처(C)UN Photo/Mark Garten

선택이 곧 변화의 시작이다

지난 9월 20일에는 뉴욕에서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로 <SDG 모멘트>가 열렸다.

코로나19로 멈춰 있는 SDG(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행을 촉구하고 국제협력시스템을 재가동하기 위한 것이었다. 백신접종 확대와 코로나 종식, 빈곤퇴치와 경제정의 실현,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실현과 같은 국제사회 현안들이 아젠다로 포함되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SDG 모멘트>를 “우리의 지구와 서로를 구하기 위해 한 마음으로 모인 자리 coming together to save our planet and each other”라고 했다.

이 자리에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대표로 초대된 BTS의 연설과 ‘퍼미션 투 댄스’ 뮤직 비디오는 전 세계 BTS 팬과 청년들뿐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큰 울림과 희망을 전해주었다. 유엔 연설에서 BTS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10대, 20대들을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코로나로 길을 잃은 세대)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다양한 기회와 시도가 필요한 시기에 길을 잃게 되었다는 의미에서요. 그런데 어른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친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고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길을 잃었다기보다 새롭게 용기를 내고 도전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변화에 겁먹기보다는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는 의미에서요. 세상이 멈춘 줄 알았는데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은 그 선택이 곧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엔딩이 아니라요.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모두에게 서로에게 웰컴이라고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변화를 반기는 웰컴 세대 

요즘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더 이상 기성세대의 가치관이나 기존 시스템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고 청년 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또한 기후 위기를 둘러싸고 청소년 주도의 운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BTS의 이번 연설을 보면서 미래 세대가 주도하는 행동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 시작은 미래 세대 자신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대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창조할 수 있는 선택의 힘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들이다. 

지금은 어느 한 국가나 국제기구가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의식이 깨어있는 개인들이 연대하여 선택하는 힘으로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

길을 잃은 세대가 아닌, 변화를 반기는 웰컴 세대 청년들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jkim6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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