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국제뇌교육협회는 벤자민갭이어 청년들과 함께 <4차산업혁명의 미래와 일자리 문제, 청년의 눈으로 바라보다>라는 주제로 지구시민 청년 아카데미를 열었었다. 사회 속에서의 역할을 통해 긍정적 자아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시기의 청년들에게는 시작도 해 보기 전에 사회로부터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청년실업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계화와 기술혁명으로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다.
▲ 국제뇌교육협회가 벤자민갭이어와 공동주최한 제1회 <지구시민 청년 아카데미>가 '제4차 산업혁명과 실업문제, 청년의 눈으로 바라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사진=국제뇌교육협회 제공>
이 자리에 초청패널로 참석했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장래혁 교수는 4차산업혁명으로 블루컬러의 일자리는 로봇으로, 화이트컬러의 일자리는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21세기에 청년들은 인간의 뇌만이 가진 가치를 찾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민족 고유의 뇌철학과 뇌활용 기술로서의 뇌교육을 인간 뇌의 고유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소개했다. 20분으로 예정되었던 그의 강의에 열띤 질문들이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전 서울에서는 <일의 미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제8회 아시아 미래포럼이 열렸다. 경제학 분야의 석학 리처드 프리먼 교수, 독일 지멘스 그룹 세드리크 나이케 부회장,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가이 스탠딩 대표, 그리고 전 국제노동기구(ILO) 샌드라 폴라스키 부총재 등 다양한 시각에서 현재의 일자리 불안정성과 빈부격차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 11월 15일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에 이어 좋은 일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주제로 원탁토론이 열렸다. <사진=제8회아시아미래포럼 사무국>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면 기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노동자 임금은 하락할 것이다. 로봇에 의해 향상된 생산성의 이점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 불평등을 확대하고 새로운 경제적 봉건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조강연에서 리처드 프리먼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에 불평등이 확대될 위험에 대해 경고하면서 기업이 소유하는 로봇을 우리사주제도 등 지분 분배제도를 통해 노동자와 시민이 공유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특별강연에서 가이 스탠딩 대표는 “오늘날의 기술은 점점 불평등 심화에, 파괴에 기여하고 있다. 일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모든 유형의 노동자는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당한 임금을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와 플랫폼 자본주의로 노동은 점점 분산될 것이다.”고 평가하면서 저작권과 특허권, 플랫폼 등 노동이 아닌 부문에서의 소득을 재분배하는 새로운 소득분배시스템으로서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삶에서 자기 실현의 수단으로서의 일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 사회의 가치있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기본소득으로 그러한 여유를 되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놀드 토인비 역사학자의 손녀이기도 한 폴리 토인비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미국에서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나 영국의 EU 탈퇴 등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문제는 기술혁명이나 AI로 해결될 수 없다고 하면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인간 자신의 지적인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의 다양한 논의를 통해 ‘일’의 가치에 대한 문명사적 전환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물질적 가치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일’ 혹은 노동이 기술혁명과 더불어 생산성이 수요를 넘어서게 되면서, 인간은 물질적 생산활동에서 벗어나 좀 더 창조적이고 가치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새로운 소득분배시스템 등의 제도적 혁신으로 분배정의를 실현함과 더불어 이제 인간 자신은 나와 타인과 인류를 위한 사회적 가치 추구로 의식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침 사회 곳곳에서 경쟁과 효율을 넘어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논의들을 통해 만들어질 사회적 가치가 보편성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정해놓은 20세기의 물질문명적 시스템을 객관화하고 개별적 가치들을 넘어서는 상위가치가 토대할 기반이 필요하다.
누구나 갖고 있는 뇌는 비물질적 정보들을 처리하는 중추기관이면서,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물리적 존재이다. 뇌과학 속에서 타자화된 뇌가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체험하는 존재로서의 뇌를 통해 인류는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넘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간 뇌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이 본래 이타적이며 이타적 삶을 추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회단체와 국제기구에서는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청년 세대의 역할에 주목해왔다. 점점 더 불확실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지만 아직 자신 앞에 펼쳐진 인생을 충만하게 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청년세대가 지식을 암기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20세기형 지능을 넘어 인간 뇌의 참된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에 내재된 위대한 열망과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창조성을 체험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얼마 전 청년대상 뇌교육 기반 인생학교인 벤자민갭이어 청년의 이야기가 가슴이 남는다. 한국계 브라질인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다 실패하고 한국에서 벤자민 갭이어 과정에 참여하며 더 큰 꿈을 찾아가고 있는 청년이었다.
“벤자민갭이어를 통해 나에게는 나를 바꾸고 지구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큰 꿈을 꾸는 과정에서 많은 장애도 만났지만 그것이 인류와 지구를 위한 꿈이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장애를 이겨낼 수 있었고, 하나씩 이루어낼 때마나 나는 더 큰 나를 만나고 더 큰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새로운 지식은 몇 년 혹은 몇 개월 동안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데, 나의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발견은 나에게 평생 도움이 되는 앎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