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진짜 주인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인터뷰
벤자민 갭이어 3인의 이야기
'내 인생,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꿈은 무엇일까?'
사춘기 청소년의 질문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청년들이지만, 제 인생에서 오롯이 주인으로 삶을 마주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제나 부모의 요구에 따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신을 맞지 않는 옷 같은 환경 속에 욱여넣었다.
그런데, 결국 이 인생은 내 인생, 내 삶.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기 위해서, 내가 온 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1년의 시간을 투자한 청년들이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걸음을 떼기 시작한 벤자민 갭이어(Benjamin Gap Year) 청년들을 지난 9일 서울 오금중학교에서 만났다.
▲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 서울 오금중학교 운동장에서 벤자민 갭이어 청년강사 3인이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이유리 씨, 조은별 양, 김혜원 씨]
오금중학교 402호 도덕교과실. 조용한 다른 교실과 달리 이곳은 복도에서도 한껏 들뜬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금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맞아 1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두 시간을 들여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9일은 세 번째 수업으로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카테고리인 환경 체험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교실에는 세 명의 벤자민 갭이어 청년강사가 수업 진행을 함께하고 있었다.
시끌벅적했던 2시간 수업을 마치고 이유리 씨(31, 직장인), 조은별 양(19, 대안고등학교 근무), 김혜원 씨(36, 자원봉사센터 근무)를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벤자민 갭이어와 국제뇌교육협회가 공동주최한 뇌교육 기반 세계시민교육의 청년강사 과정을 이수했다.
벤자민 갭이어, 청년들에게 꿈을 향해 가는 1년을 열어주다
ㅡ벤자민 갭이어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유리 씨 (이하 이) ▶ 고등학생들이 다니는 벤자민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른을 위한, 아니, '나'를 위한 벤자민학교는 없을까? 항상 관심이 있었다.
1년 과정의 벤자민학교에서 오로지 자기 꿈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내게도 저런 학교를 다닐 기회가 있었다면 지금 나는 달라져 있지 않을까, 얼마나 좋았을까 부러운 마음도 컸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고민을 하면서 일을 한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강사가 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꿈으로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벤자민 갭이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내 꿈을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조은별 양 (이하 조) ▶ 벤자민학교를 다닐 때는 내 꿈을 위해서, 내가 성장하는 것에 많이 집중했다면, 벤자민 갭이어를 통해서는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수많은 것들을 보답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 지구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이유리 씨.
ㅡ9월부터 오금중학교에서 뇌교육 기반 세계시민교육의 청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과 만나보니 어떤가.
조 ▶ 중학교 다닐 때 선생님 눈치를 보던 내 모습이 모였다. 아이들이 계속해서 '답'을 찾으려고 하더라. 오늘 수업 때 '지구시민의 정의'를 내려보자는 내용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맞는지 틀린 지부터 알고 싶어 하더라. 시험 치듯이 뭐든 '정답'이 있어서 그것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많더라.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김혜원 씨 (이하 김) ▶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수업을 임하고 있다. 섣부른 기대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고, 아이들이 저마다 그날 수업에서 하나라도 느끼고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특히 사춘기 아이들이라 말 한마디도 조심히 사려 깊게 해야 하는 것 같다. 쉽게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니 수업 때마다 뿌듯하다.
이 ▶ 학교 다닐 때 나는 친구들과의 관계보다 공부, 경쟁, 대학이 항상 중요하다고 배우며 컸다. 그런데 그게 행복하지 않았다. 경쟁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늘 수업을 체험 수업이라 다들 에너지가 높아져 있었는데, 그래도 1차, 2차, 그리고 오늘 수업까지 하면서 학생들이 조금씩 바뀌는 게 보인다. 조금 움츠러든 아이들은 이름을 한 번씩 더 불러주고, 골고루 눈도 맞추어 주고. 보람 있다.
ㅡ세계시민교육을 하면서 청년강사인 여러분들도 바뀐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조 ▶ 다른 교육기관에서 세계시민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뇌교육 기반 세계시민교육이 다른 기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체험이 많고 마지막에 명상하며 학생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준다는 점인 것 같다.
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기도 쉽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어렵고 막연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청년강사 활동을 하려고 보니 나 스스로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다름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점이 정리되었다.
이 ▶ 메인강사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 나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내가 맡은 조에서 '양치할 때 컵을 써서 물을 절약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실생활에 조금 더 가깝게 지구를, 세계시민을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 뇌체조도 하고 러브핸즈(두 손으로 다른 친구의 어깨 등을 마사지하며 사랑을 전하는 것)를 하는데 아이들이 정말 잘 따라 한다. 역시 지식이나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형식으로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 변화를 만드는 열쇠임을 느끼게 된다.
▲ 벤자민 갭이어 청년강사가 활동하는 교실 뒤 시간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는 '도덕' 시간에만 아이들이 '기쁨'과 '세계인권'이라는 글자를 써둔 것이 인상적이다.
"뇌교육 기반 세계시민교육의 특징은 체험과 명상…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해"
ㅡ벤자민 갭이어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이 ▶ 항상 남들 앞에 서는 강사가 꿈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내 목소리가 코맹맹이 소리가 심하다며 친구들이 놀리는 통에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벤자민 갭이어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그저 회사에 다니는 삶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 혼자라면 못했을 선택들을 하게 된다. 벤자민 갭이어에는 꿈을 찾고자 하는, 혹은 잊고 있던 꿈을 되찾고자 하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그 사람들과 함께하니 용기 내 선택하고 끝까지 하게 된다.
오금중학교 청년강사 활동 외에도, 다른 벤자민 갭이어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바로 청소년 대상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현재 교육받을 청소년들이 섭외되어서 9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벤자민 갭이어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꿈속에 있었을 이야기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그리고 여전히 고민도 많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기회들이 생기고 있다.
조 ▶ 벤자민 갭이어를 하고 무척 바빠졌다. 지난 6월에는 'I-CARE Benjamin(아이케어벤자민)'이라고 해서 네팔로 옷 보내기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8월에는 한국과 일본 합동으로 진행한 벤자민 워크숍에 가서 일본 청년들과 교류활동을 했다.
벤자민 갭이어에는 작게는 내 주변 사회, 크게는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주어진다. 무척 감사한 일이다.
김 ▶ 인생을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대게 선택을 할 때는 '내가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정적인 느낌으로 선택을 많이 한다. 생각을 바꿔보고 싶었다. 내가 의지를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선택을 해보자는 마음. 새로운 내 인생을 설계해보고자 하는 마음.
10대 때 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면 20대, 30대가 되어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나이에 떠밀려 선뜻 선택할 용기를 잃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해보자 싶었다. 30대니까. 지금까지와의 다른 나를 위한 선택이다.
ㅡ인생에서 나를 위한 1년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 우리 청년들이 얼마나 능력이 좋은가. 스펙도 좋고 잠재력도 대단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에 정말 많이 주눅 들어있다. 벤자민 갭이어는 그런 청년들이 알을 깨고 자기 본 모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립자인 이승헌 총장님께서 만들어주신 마당인 것 같다.
항상 평가받고 줄 세워지고 주눅 드는 것이 익숙했던 우리 청년들이 '꿈'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는 이 1년의 시간이 얼마나 귀한가.
조 ▶ 1년의 기한을 가진 프로젝트인 것 같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많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이 무척 좋아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생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이, 돌발상황이 일어나겠는가.
벤자민 갭이어 1년은 수많은 인생의 상황들을 마주할 용기와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훈련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 Think Big(크게 생각하라). 벤자민 갭이어 청년강사들은 "벤자민 갭이어를 통해 꿈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이 함께하기에 더욱 용기내어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했다.
ㅡ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이 ▶ 작은 나에게서 벗어나 큰 내가 되고 싶다. 지난날의 나를 돌이켜 보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자신감도 많이 부족했다. 그런 경험을 거울삼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강사가 되고 싶다. 벤자민 갭이어에서 그 첫걸음을 뗐다.
김 ▶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많이 물어보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며 살아왔던 패턴을 버리고 새롭게 창조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를 그리게 된다.
무엇을 하든 시간은 가고 나이는 먹을 텐데, 나는 예상 가능한 1년 뒤의 내가 아니라, 살아있는 나로서 선택하고 창조하는 1년 뒤 나를 기대한다.
조 ▶ 지구를 위해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보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나의 꿈이다.
"언제까지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겠는가. 이제는 진짜 내 인생의 주인으로 내 삶을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다면 벤자민 갭이어를 선택하라."
세 청년은 이구동성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연습하는 벤자민 갭이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만남이었다.
글/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