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

[신간]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

기후 낙관론에 맞선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의 폭로

베테랑 환경과학자가 폭로한 이산화탄소의 정치학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화석연료 산업계와 보수주의 정권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산업혁명 덕분에 인간은 식물과 동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고, 그러니 앞으로 이산화탄소가 더 늘어날 미래 환경은 환영해야 마땅하다고.  

하지만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의 저자이자 전 미국 농무부 소속 환경과학자인 루이스 지스카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산화탄소가 식물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왜곡된 진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산화탄소의 일부 장점만을 부각하는 정치적 구호,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루이스 지스카 박사가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논제를 철저히 과학적인 관점으로 파헤친 결과물이다. 그는 먼저 식물과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삶의 토대가 되는지를 밝히고 이산화탄소의 순기능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동시에 지금보다 이산화탄소 농도 및 기온이 상승했을 때 우려되는 이산화탄소의 역기능을 추적하고 검증했다. 익사하는 북극곰, 높아지는 해수면, 강력해진 폭풍 같은 표면적인 현상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위기는 식물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식량 작물은 안전하게 열매를 맺고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을까? 생물다양성의 질서는 이대로 유지될까? 식물 유래 성분이 바뀌어 오히려 독성과 중독성이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정치, 산업계가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라는 한 조각 진실 뒤에 숨긴 거대한 이산화탄소의 위험이 이 책 한 권에 가득하다. 


그들은 왜 이산화탄소의 위험을 숨기는가? 

루이스 지스카는 미국 농무부 산하 미국 농업연구소에서 24년간 근무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오염, 온난화, 오존 감소에 따른 자외선 증가가 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꾸준히 연구했다. 2018년 국제연구팀과 함께 연구, 집필한 논문은 ‘이산화탄소 증가가 벼의 영양학적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산화탄소 증가가 벼의 비타민 B군과 E군, 그밖에 다양한 비타민 농도를 감소시킨다는 상당히 중요한 결과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지 못했다. 국가프로그램사무국은 논문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고, 대학 기관에서 이 연구 보고서를 출판하려는 과정에도 압박을 가했다.

한편, 지난 30년 동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세력이 언제나 떠들던 생물학적 이론이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것이다. “석유 산업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도를 높이고, 기후 위기 현상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기후변화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냈다”라는 우려 섞인 주장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면 식물생태계와 공존하는 기본적인 삶이 무너질 것이라며 엄포를 놓는다. 뜨거운 태양 에너지를 화학물질(산소와 에너지)로 바꾸고, 생육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생명체는 식물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환경과학자인 저자는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에 정치, 산업계가 축소하고 은폐한 이산화탄소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과학을 볼모로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취한 이들이 진실 한 조각에 어떤 추측을 덧붙이며 왜곡했는지 알면, 기후변화의 골자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유익하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식물의 광합성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는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에 저자는 한 가지 질문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구호가 정말로 기후변화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일까? 식물은 더 푸르러지고 세상은 제2의 에덴동산으로 바뀌는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의 양면을 과학적으로 추적해 이 책으로 정리했다.  

이산화탄소가 모든 생명과 지구에 가장 이로운 점은 무엇일까?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다. 이산화탄소와 빛은 식물을 자라게 하고, 생명체가 살아가는 꼭 필요한 화학에너지를 제공한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 덕분에 우리는 숨을 쉬고, 그들의 탄소 고정 능력으로 인간과 동물은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분을 체내에 합성한다. 식물이 탄소 부족으로 굶주려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 모든 생명체 또한 기아에 허덕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증가가 식량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1970년대 이후 자동차 배기가스, 화석연료, 호흡 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지스카 박사는 말한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가시적으로 벼나 콩, 밀의 성장이 촉진된다 해도 그것이 모두 낱알과 열매로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이산화탄소가 불러올 위험한 미래  

이산화탄소 증가를 무조건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식물의 다양성 때문이다. 작물 품종마다 이산화탄소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와 제초제 내성 반응의 관계, 잡초의 이산화탄소 반응성,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식물 내 화학구조 변화, 식물의 화학구조가 바뀌었을 때 영양 성분 변화, 침입종으로 분류된 해로운 식물의 번식력, 식물 유래 독성 및 중독성 성분의 변화 등 지스카 박사는 기후 낙관론자의 이산화탄소 옹호론에 이런 다양한 질문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질문이 없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편협하고 위험한지를 과학 실험 결과로 보여준다. 

● 잡초는 작물보다 이산화탄소 증가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 이산화탄소 증가는 잡초에 미치는 제초제의 효율을 감소시킨다. 

●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잡초벼가 재배벼보다 제초제에 내성이 더 강해진다. 

● 침입성 잡초이자 발화성이 높은 털빕새귀리는 이산화탄소가 조금만 증가해도 생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식물 내 무기물 구성이 바뀌어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분이 감소한다. 

● 이산화탄소 증가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유발 항원 농도를 증가시킨다. 

●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양귀비 생물량이 늘어나고 모르핀, 코데인, 살리실산 등 마약성 아편제제 함유량도 늘어난다. 

과학이 이토록 이산화탄소의 위험을 밝히려고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기후 낙관론자들은 여전히 이를 왜곡하고 숨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대중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정치적인 신념 문제 정도로 치부한다. 진보는 진보대로 이산화탄소의 긍정적인 면을 부정하고, 보수는 보수대로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기후위기를 정치화하는 시선을 걷고 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문제를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우리의 다음 발걸음은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루이스 지스카 지음|김보은 옮김|한문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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