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따지기 좋아하고 성질 급한 워킹맘 출판 편집자와 세계적인 평화 운동가이자 ‘참여 불교’의 창시자인 틱낫한이 만나 십 년 동안 함께 책을 만들었다.
신간 <엄마의 마음공부>는 세계적 불교 지도자들의 저서를 출간하는 패럴렉스 출판사의 편집장 레이철 뉴먼이 틱낫한의 전담 편집자로 일하면서 서서히 마음챙김을 익히고 삶의 변화를 맞이한 과정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에세이이다.
완벽하지만 불행한 엄마보다 부족하지만 행복한 인간
<엄마의 마음공부>에서 저자가 틱낫한을 만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고달픈 워킹맘의 일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냥 행복하게 그려져 있지는 않다.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머리와 따로 노는 마음, 작심삼일에 그치는 결심, 사소한 짜증들로 흔들리는 일상 때문에 고군분투한다.
저자는 가사와 육아와 직장생활을 완벽하게 해내거나 그 안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보다는, 자주 아이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일터와 가정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획기적인 전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혁명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작은 노력만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이 훨씬 풍부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행복은 나 자신의 평화에서 시작되어 내 주변, 그리고 타인에게 연민과 사랑을 가지고 올바른 가치를 위해 연대를 꾀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매일의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돌아보라
<엄마의 마음공부>에서 저자는 마음챙김이란 강도 높은 육아와 여러 가지 불교 교리를 합친 것이라고 정의 한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들의 답을 생각하다보면 철석같이 믿고 받아들이던 진실들을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고, 아이들은 물론 타인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법을 깨우치게 되고, 그럼으로써 ‘깨어 있는 마음’을 언제나 유지하도록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집스러운 회의주의자인 레이철 뉴먼이 틱낫한의 글들을 편집하고 그와 함께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은 잔잔한 웃음과 함께 깨달음을 준다. 또, 레이철 뉴먼의 오랜 친구들, 특히 노년 친구들의 연륜이 깃든 지혜들도 반짝반짝 빛난다. 특히 아흔 살이 넘은 밀리의 ‘화해의 대화’는 독자들도 실생활에 적용해볼 만한 유용한 팁이다.
사랑스런 두 딸과의 에피소드, 죽비처럼 깨우침을 주는 틱낫한과의 대화, 지혜로운 그녀의 오랜 친구들의 이야기들은 매일의 일상에 깃든 은총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 삶에 작지만 소중한 활력을 부여해준다. 처음 틱낫한의 저서를 맡아 좌충우돌하던 그녀가 이제는 조금씩 마음챙김의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다고 고백하듯, 독자들 역시 어수선한 삶의 갈피를 어설프게나마 잡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말처럼, 언젠가는 "되는 척하다보면 진짜 되기"도 할 테니까.
글. 조채영 기자 chaengi@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