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초능력

뇌교육 칼럼

브레인 93호
2022년 08월 02일 (화)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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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상은 늘 변화하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마주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결정적 능력은 무엇일까?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유리겔라’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가 1984년 방한해 숟가락 구부리기 같은 ‘초능력’을 선보인 이후 많은 이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며 초능력 붐이 일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멀쩡한 숟가락을 부러뜨려 부모님에게 혼난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유리겔라는 나중에 자신이 보여준 능력이 사실은 마술 트릭이었다고 밝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초능력자라는 주장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을 정도로 20세기 말 당시 초능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매우 컸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초 민망한 능력자’는 이러한 관심이 단지 일반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냉전체제 속에 대립하던 미국과 소련도 초능력이 존재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은 소련이 초능력부대를 양성한다고 생각해 자신들도 이를 만들려 했고, 소련 또한 그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초능력부대를 만드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초능력과 IQ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불러온 변화

사람이 어떠한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은 인류 역사에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가 특별했던 것은 마법이나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능 같이 종교적인 영역을 넘어 과학적이거나 현실적인 범위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초능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유명했던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지능지수(IQ)와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마치 유행처럼 자신의 IQ가 몇인지 알아보는 테스트가 성행했고, 국가 차원에서도 IQ가 높은 아이들을 발굴해 인재로 성장시키는 시도를 했다.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한국에서도 방영된 드라마 ‘천재소년 두기’ 같이 높은 IQ로 어린 나이에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야기는 당시에 대단히 매력적인 토픽이었다. 

지능검사는 본래 학습 부진아를 판별하기 위해 만들었음에도 일반인의 범주를 넘는 천재 혹은 신동을 찾아내려는 이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지능검사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Binet가 비율지능지수에서 IQ 160 이상은 별 의미 없는 가상 점수라고 언급했음에도 당시 IQ 200은 천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1980년대 이후 초능력은 많은 부분 허구임이 드러났고, IQ도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맹신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져 이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훈련될 수 있는 초인적 능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인적역량 개발 분야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발전의 동력이 되고 국가적 정책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은 대중적인 관심과 공감대이다. 당시 지능검사나 뇌파검사 같은 분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면서 더 많은 연구가 촉발되었고, 이것이 상업적으로 연결되어 관련 기술이나 기기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정부 차원에서도 영재 발굴과 개발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인간의 지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뇌를 의학적인 시각뿐 아니라 교육·훈련의 영역으로 연구를 넓히는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기존의 교육체계가 직업 중심의 기술, 지식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재교육에 대한 시도를 하고, 새로운 이론을 정책적으로 도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시대는 새로운 초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인간은 여러 면에서 이미 초능력자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다고 하는 약 40억 년 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단기간에 엄청난 진화적 성장을 이룬 생물체는 인간 외에 없다. 지구의 역사로 보면 찰나의 시간에 인류는 모든 생물종을 압도하는 우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꿈 꿀 만큼의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오히려 인류의 멸종을 부르는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지도자가 핵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일은 인류가 얼마나 허무하게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이고, 그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천 배의 위력을 지닌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지시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러시아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 명의 권력자에게서 비롯한 실책이 과거에는 그 국가의 흥망에만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전 인류의 존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집단지성의 힘과 영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개인의 행복이나 사회의 안정은 과학 발전보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업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때가 되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초능력

이러한 시기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감능력과 인지능력의 향상이다. 이는 기억력이나 연산능력보다 더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지적인 부분에서의 역량은 점점 더 보편화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인적역량 역시 단순한 암기력이나 지식이 아닌 리더십, 포용력, 소통 능력 같은 사회적 능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적역량의 기준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더이상 암기력이 큰 가치를 지니지 않음에도 교육과정이 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교육적 자산을 낭비하는 일이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리더십이나 인내심, 포용력 같은 뇌의 기능이 기질이나 성향에 제한받지 않는 훈련 가능한 능력이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한때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에 열광했던 대중이 새로이 주목해야 하는 초능력은 인간의 뇌가 진화하면서 새로이 창조한 사회적 능력이다. 만약 인간에게 고도로 발달한 소통 능력이 없었다면 과학문명의 발전 또한 없었을 것이다. 소통 능력은 인간이 창조한 사회적 능력 중 하나이다.

최근 뇌과학 분야에서 인지와 공감이 뇌에서 형성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뇌기능과 인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대중과 뇌과학 분야의 소통을 돕는 커뮤니케이터들의 적극적인 미디어 활동도 요구된다.

인성의 범주에 묶여 있던 인간의 진정한 능력이 새로운 초능력으로 각광받을 때, 인류가 이룬 과학적 성과에 부합하는 발전된 문명사회의 길을 보게 될 것이다.

글. 이정한 IBREA Foundatio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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