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두뇌 비타민은 '칭찬'

우리 아이 두뇌 비타민은 '칭찬'

아이하고 나하고

뇌2003년12월호
2010년 12월 07일 (화)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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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칭찬은 유쾌한 경험이다. 인간은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 그 경험을 하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 즉, 칭찬을 받으면 다시 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다시 그것이 먹고 싶어져서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그 음식점을 찾게 되는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뇌의 작용이다. 이를 뇌과학에서는 ‘보상행동’이라 한다.

3살 박이 철이는 장난기 많은 아이다. 엄마한테 야단맞기 일쑤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철이의 어머니는 철이가 속을 썩일 때마다 벌로 깜깜한 화장실에 들어가게 하였다. 이것은 철이가 아주 무서워하는 일이었다. 무서운 화장실에서 10여분을 벌벌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엄마가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철이는 몇 차례 이런 일들이 반복된 후, 말을 더듬는 버릇이 생겼다.

어머니는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심하게 대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철이의 더듬는 말투를 듣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왜 말을 더듬냐고 추궁하였다. 엄마의 야단이 거듭될수록 철이의 말더듬는 버릇은 더욱더 심해졌고, 모자는 결국 아동치료센타를 찾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민석이는 엄격한 교육철학을 가진 아버지로부터 자주 매를 맞았다. 아버지는 한 번 매를 들면 누가 봐도 심하다고 느낄 만큼 야단을 쳤다. 주변의 만류가 거듭되면서 매를 드는 횟수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씩 아이에게 매를 들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 역시 늘 시간에 쫓기며 민석이가 혼자서 자기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역시 매를 들었다.

이러다보니 민석이는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이 혼낸다는 말만 해도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고, 이유 없이 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씰룩거리는 틱tic현상까지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민석이의 부모 역시 철이의 어머니처럼 아이의 이런 모습에 더욱 화를 냈을 뿐이다. 나날이 아이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가고, 잔소리는 점점 심해져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느낄 즈음이 되어서야 소아정신과에 도움을 청했다.

지나친 처벌, 문제행동 야기해

자신의 아이가 발달연령에 맞는 태도를 갖게 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때로 칭찬도 하고, 때로는 벌을 준다. 칭찬과 벌은 잘 쓰이면 바람직한 교육적 효과를 나타내지만, 잘못 사용했을 경우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서운 흉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부모들이 생활 속에서 자녀들에게 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은 칭찬보다는 벌인 경우가 많다.

양육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지적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아이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어야 아이도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체벌은 아동에게 문제행동을 유발한다. 인간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 환경에 직면하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현실에 적응하여 살아남고자 하는 방어기제를 보인다.

철이나 민석이가 나타낸 문제행동 즉 말을 더듬고, 손톱을 물어뜯고, 눈을 깜박거리는 등의 행동들은 지나친 처벌이라는 현실의 스트레스를 다루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이런 행동을 해서라도 현실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의 소산인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문제행동을 보일 때 부모는 아이가 정서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감지하고, 아이가 편안한 상태로 되돌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칭찬은 ‘두뇌 비타민’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편안한 상태로 돌리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칭찬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는 타인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칭찬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칭찬은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제공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칭찬과 사랑은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아이가 폭력적이거나 충동적으로 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한다. 더욱이 뇌 회로망 형성에 도움을 주어서 학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칭찬은 유쾌한 경험이다. 인간은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 그 경험을 하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 즉, 칭찬을 받으면 다시 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다시 그것이 먹고 싶어져서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그 음식점을 찾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뇌의 작용이다. 이를 뇌과학에서는 ‘보상행동’이라 한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수정하는 좋은 방법이 바로 이런 ‘보상행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잘못했을 때 벌을 주기보다는 잘했을 때 칭찬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칭찬을 받을 때에는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의욕과 활력이 생기고, 면역계도 강화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칭찬을 할 때에도 똑같이 일어난다고 한다. 게다가 칭찬을 하거나 받을 때, 뇌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감소된다. 칭찬은 그야말로 뇌건강을 유지하는 비타민인 셈이다.

인생 성패의 척도는 자신감

감정적인 체벌이란 아이가 한 행동을 꾸짖어 못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자는 의도보다 ‘벌을 주어 혼내줘야지’하는 의도가 더 강한 것을 말한다. 철이 어머니는 여러 번 꾸짖어도 말을 듣지 않자 ‘처벌로 화장실에 들어가게 하면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깜깜한 화장실 속에서 철이는 자신이 한 행동을 냉정하게 반성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이 곳에 자신을 밀어 넣은 엄마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고, 그래서 엄마 앞에 서면 긴장감으로 인해 말을 더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또 이 모습에 짜증을 내니 철이의 말투가 나아질 리 없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아이가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크게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어 자신감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는 아이라면 수시로 부딪히는 문제 상황이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 등을 무난히 견디어 나갈 수 있다. 자신감 있는 아이는 비록 스트레스를 받는 그 순간에 혼란스럽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그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탄력성 있게 평소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예고 없이 부딪히는 문제 상황과 스트레스에 대처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해버리기 쉽다. 자신감의 여부는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칭찬인 것이다.
 
이로운 칭찬 vs 해로운 칭찬

그러나 모든 칭찬이 다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칭찬에는 이로운 칭찬과 해로운 칭찬이 있다. 단지 ‘칭찬을 많이 해주면 좋다더라’는 식으로 무턱대고 칭찬하면 도리어 문제가 생긴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자신의 내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도달했을 때는 만족감과 자랑스러움을 느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부끄러움과 좌절을 경험한다. 이유 없이 칭찬을 받을 때 아이들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런 경우, 칭찬에 무감각해지고 나중에는 칭찬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평한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를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수 있고 흔히 말하는 공주병과 왕자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칭찬이 해로운 칭찬이다.

아이가 스스로 성취감, 만족감,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 부모가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꼭 필요한 가치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나는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높은 자존감을 일구는 것이다.

또한 칭찬할 때는 부모의 표정이나 태도에 성의와 진심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멀리서 “그래, 우리 재영이 정말 잘했어”라고 하는 칭찬은 효과가 적다. 칭찬을 할 때는 아이와 마주서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 온 몸으로 칭찬을 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더불어 칭찬하는 이유도 분명히 해 주어야 한다.

“우리 재영이가 신발을 잘 정리하고 동생과 잘 놀아주어 고마워! 재영이, 정말 잘했어”하고 말하는 것은 다음에 또 그러한 행동을 할 확률을 높여준다. 단순히 “우리 재영이 잘 했어”라고 할 경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는지에 대한 의미 전달이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아동 자신의 어떠한 행동이 부모를 기쁘게 했는지 칭찬의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나는 부모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또는 ‘나 이외의 환경(부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전달되는 것이다. 인간의 자신감은 바로 ‘나는 환경을 잘 조절 또는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질 때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칭찬 속에서 아동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터득하게 된다.

긍정적 사고에서 나오는 칭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상대의 정신을 순간 마취시킨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는 순간 우린 멈칫하며 묘한 감정의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다. 그 마취성분은 그전의 모든 나쁜 기억들을 지워버려 새로운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놓는다.

관심과 애정으로 앞으로 늘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며 전하는 말이 칭찬이다. 늘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분명 회초리나 무서운 말 한마디보다 강한 힘을 지녔다. 이제, ‘내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나’가 아닌 ‘내 아이의 무엇을 칭찬해줄까’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오미경 mkoh82@hanmail.net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화여대에서 아동발달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뇌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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